현빈은 이제 데뷔 5년차의 배우다. 하지만 그가 TV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단지 5년차 배우라는 설명으로만 넘어가기엔 만만치 않다. 그는 ‘마니아 드라마’로 유명한 인정옥 작가의 MBC <아일랜드>와 노희경 작가의 KBS <그들이 사는 세상>에 모두 출연했고,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은 시청률 50%를 넘어가는 엄청난 히트작이었다. 그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대중성과 작품성, 질과 양 모든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자랑스레 내세울 수 있는 필모그래피를 가진 흔치 않은 배우다.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지금까지의 현빈이 아니라 앞으로의 현빈일지도 모른다. 그는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에서 정신병자를 연기했고, <그들이 사는 세상>이후로는 MBC <친구>를 통해 처음으로 느와르의 주인공을 연기한다. 누군가는 대견하다고도, 또는 종잡을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는 현빈의 선택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에게 배우로서의 현빈이 사는 방식에 대해 물어보았다.
오늘 <그들이 사는 세상>이 끝난다. 어떤 기분인가.
현빈 : 남은 한 신을 마지막으로 촬영하고 오는 길이다. 아직은 끝났다는 실감이 잘 안 난다. 내일도 왠지 아침에 일어나서 방송국에 가야할 거 같다.
“<친구>를 안 하고 후회하는 것 보단 지금 하고 욕 먹는 게 낫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서 무엇을 얻은 것 같나.
현빈 : 이 작품을 한 것 자체가 많이 얻은 것 같다. 당장 뭘 얻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 작품이 됐든 다다음 작품이 됐든 어딘가에는 표시가 날 거 같다.
<그들이 사는 세상> 전후로 많은 작품에 출연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 전에는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를 찍었고, 이제는 MBC <친구>를 준비한다. 갑자기 활동이 많아졌다.
현빈 : 원래 KBS <눈의 여왕> 때처럼 작품 끝나고 몇 달씩 쉬는 게 내 패턴이다. 이번에는 공백기가 거의 없이 연달아 하는 거라서 나도 낯설긴 하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시나리오를 워낙 재밌게 읽었었고, 한 번 해보고 싶어서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나는 행복합니다>가 끝날 때 쯤 다시 <그들이 사는 세상> 대본을 받았고, 이것도 재밌겠다 싶어서 “하겠습니다”했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할 때 또 <친구> 해보겠냐는 얘기가 들어왔다 (웃음) 그래서 “저 할게요!” 했다.
세 작품이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어떤 부분들에 끌렸나.
현빈 : <눈의 여왕>이 끝나고 나서 이런 저런 시나리오를 봤는데, 그 중 <나는 행복합니다>가 가장 어두운 내용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는 웃으면서 봤다. 그래서 이거 되게 묘하다 하면서 읽었는데, 시나리오에서는 30대 중후반이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래도 하고 싶어서 윤종찬 감독에게 말했더니 캐릭터를 수정해줘서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잘할 수 있어서 선택한 게 아니라, 내가 꼭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작품도 좋았고, 함께 하는 분들도 워낙 출중하고, 상업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더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할 이유가 없었고. <친구>는 내가 느와르를 아직 한 번도 안 해봐서 해보고 싶었다. 작품 선택을 할 때는 늘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나 하면 그 다음 하나는 사람들이 좀 더 원하는 거, 그 다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거, 그렇게 하자고. 그러면서 내 다른 모습을 찾고 싶다.
연기에 대한 의욕이 더 커진 건가.
현빈 : 작품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친구>라는 영화를 8년 전에 봤을 때, “우와, 나도 저런 걸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내 눈앞에 오지 않았나. 그걸 놓칠 이유가 없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건 안다. <친구>는 너무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연기하던 선배님들도 너무 잘하셨으니까. 하지만 그거 하나만 생각했다. 나도 저런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지금 내가 이걸 안하면 욕을 안 먹을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지금 욕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지오는 표민수 감독을 보고 베낀 부분도 있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고, <그들이 사는 세상>은 드라마 감독의 일상을 그려내야 했다. 상반된 두 작품을 연이어 하긴 어렵지 않았나.
현빈 : <나는 행복합니다>는 사실 굉장히 어렵게 찍었다. 정신병을 가진 사람을 연기하는 거라서 신체적으로도 힘들었었고, 병원에서 계속 찍어서 기가 처지는 느낌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연기라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정신병에 관한 영화나 책을 읽고, 정신병동에 가서 정신병자들을 만나거나 했는데, 그렇게 데이터만 가지고 연기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연기할 때 캐릭터를 위해서 이것저것 체크하고, 손동작이나 눈빛들을 다 만들면서 연기 했다. 반대로 <그들이 사는 세상>은 촬영할 때 오히려 즐기면서 했다.
즐기면서?
현빈 : 쉽게 찍었다는 건 아니다. 드라마는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경험에서 많은 걸 가져올 수 있는 캐릭터라 경험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개그 프로그램에서 본 제스처를 가져온 것도 있었다. 표현하고 싶은 걸 경험에서 꺼내 오면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세상>의 지오는 경력상 당신보다 10살 정도는 많다. 어렵진 않았나.
현빈 : 드라마에서는 나이가 안 나온다. (웃음) 그래서 생각하기 나름인데 (웃음) 내가 드라마 감독을 경험해보진 못해서 표민수 감독을 보고 베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오 캐릭터에 다가갈 때는 연기를 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30대 중반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는 지오를 그냥 우리나라 남자로 봤다. 가장 현실적인 남자, 내 옆에 있는 것 같은 사람. 그래서 지오의 직업이나 나이보다 지오를 가장 실제 사람에 가깝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지오가 방송사 안의 국장님이나 부장님을 만날 때와 윤영선배하고 작가님을 만날 때, 준영이나 수경이를 만날 때 같은 상황에서 지오의 모습을 다 각자 찢어 놨다. 그래서 지오가 부모님을 만나는 설정이면 내가 부모님들한테는 어리광부리는 걸 실제로 보여주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많은 걸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도 했지만, 나는 단면적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양한 모습에서 지오의 일관된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나.
현빈 : 사람마다 강도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아픔이 있다. 지오도 그렇다. 집안의 일이 있고, 거기에 눈이 아픈 일이 겹치고. 연기를 하면 그런 아픔부터 생각하면서 대본을 이해하게 되는 거 같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오늘 <그들이 사는 세상>이 끝난다. 어떤 기분인가.
현빈 : 남은 한 신을 마지막으로 촬영하고 오는 길이다. 아직은 끝났다는 실감이 잘 안 난다. 내일도 왠지 아침에 일어나서 방송국에 가야할 거 같다.
“<친구>를 안 하고 후회하는 것 보단 지금 하고 욕 먹는 게 낫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서 무엇을 얻은 것 같나.
현빈 : 이 작품을 한 것 자체가 많이 얻은 것 같다. 당장 뭘 얻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 작품이 됐든 다다음 작품이 됐든 어딘가에는 표시가 날 거 같다.
<그들이 사는 세상> 전후로 많은 작품에 출연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 전에는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를 찍었고, 이제는 MBC <친구>를 준비한다. 갑자기 활동이 많아졌다.
현빈 : 원래 KBS <눈의 여왕> 때처럼 작품 끝나고 몇 달씩 쉬는 게 내 패턴이다. 이번에는 공백기가 거의 없이 연달아 하는 거라서 나도 낯설긴 하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시나리오를 워낙 재밌게 읽었었고, 한 번 해보고 싶어서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나는 행복합니다>가 끝날 때 쯤 다시 <그들이 사는 세상> 대본을 받았고, 이것도 재밌겠다 싶어서 “하겠습니다”했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할 때 또 <친구> 해보겠냐는 얘기가 들어왔다 (웃음) 그래서 “저 할게요!” 했다.
세 작품이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어떤 부분들에 끌렸나.
현빈 : <눈의 여왕>이 끝나고 나서 이런 저런 시나리오를 봤는데, 그 중 <나는 행복합니다>가 가장 어두운 내용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는 웃으면서 봤다. 그래서 이거 되게 묘하다 하면서 읽었는데, 시나리오에서는 30대 중후반이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래도 하고 싶어서 윤종찬 감독에게 말했더니 캐릭터를 수정해줘서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잘할 수 있어서 선택한 게 아니라, 내가 꼭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작품도 좋았고, 함께 하는 분들도 워낙 출중하고, 상업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더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할 이유가 없었고. <친구>는 내가 느와르를 아직 한 번도 안 해봐서 해보고 싶었다. 작품 선택을 할 때는 늘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나 하면 그 다음 하나는 사람들이 좀 더 원하는 거, 그 다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거, 그렇게 하자고. 그러면서 내 다른 모습을 찾고 싶다.
연기에 대한 의욕이 더 커진 건가.
현빈 : 작품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친구>라는 영화를 8년 전에 봤을 때, “우와, 나도 저런 걸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내 눈앞에 오지 않았나. 그걸 놓칠 이유가 없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건 안다. <친구>는 너무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연기하던 선배님들도 너무 잘하셨으니까. 하지만 그거 하나만 생각했다. 나도 저런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지금 내가 이걸 안하면 욕을 안 먹을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지금 욕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지오는 표민수 감독을 보고 베낀 부분도 있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고, <그들이 사는 세상>은 드라마 감독의 일상을 그려내야 했다. 상반된 두 작품을 연이어 하긴 어렵지 않았나.
현빈 : <나는 행복합니다>는 사실 굉장히 어렵게 찍었다. 정신병을 가진 사람을 연기하는 거라서 신체적으로도 힘들었었고, 병원에서 계속 찍어서 기가 처지는 느낌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연기라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정신병에 관한 영화나 책을 읽고, 정신병동에 가서 정신병자들을 만나거나 했는데, 그렇게 데이터만 가지고 연기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연기할 때 캐릭터를 위해서 이것저것 체크하고, 손동작이나 눈빛들을 다 만들면서 연기 했다. 반대로 <그들이 사는 세상>은 촬영할 때 오히려 즐기면서 했다.
즐기면서?
현빈 : 쉽게 찍었다는 건 아니다. 드라마는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경험에서 많은 걸 가져올 수 있는 캐릭터라 경험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개그 프로그램에서 본 제스처를 가져온 것도 있었다. 표현하고 싶은 걸 경험에서 꺼내 오면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세상>의 지오는 경력상 당신보다 10살 정도는 많다. 어렵진 않았나.
현빈 : 드라마에서는 나이가 안 나온다. (웃음) 그래서 생각하기 나름인데 (웃음) 내가 드라마 감독을 경험해보진 못해서 표민수 감독을 보고 베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오 캐릭터에 다가갈 때는 연기를 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30대 중반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는 지오를 그냥 우리나라 남자로 봤다. 가장 현실적인 남자, 내 옆에 있는 것 같은 사람. 그래서 지오의 직업이나 나이보다 지오를 가장 실제 사람에 가깝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지오가 방송사 안의 국장님이나 부장님을 만날 때와 윤영선배하고 작가님을 만날 때, 준영이나 수경이를 만날 때 같은 상황에서 지오의 모습을 다 각자 찢어 놨다. 그래서 지오가 부모님을 만나는 설정이면 내가 부모님들한테는 어리광부리는 걸 실제로 보여주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많은 걸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도 했지만, 나는 단면적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양한 모습에서 지오의 일관된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나.
현빈 : 사람마다 강도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아픔이 있다. 지오도 그렇다. 집안의 일이 있고, 거기에 눈이 아픈 일이 겹치고. 연기를 하면 그런 아픔부터 생각하면서 대본을 이해하게 되는 거 같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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