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애드 아스트라’ 포스터./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애드 아스트라’ 포스터./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가까운 미래, 인류를 위협하는 전류 급증 현상 ‘써지’가 일어난다. 이에 우주사령부는 우주 비행사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 분)를 불러들여서 은밀한 임무를 내린다. 로이는 상부로부터 아버지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듣는다. 오래 전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목숨을 잃은 줄로 알았던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토미 리 존스 분)가 ‘써지’와 관련되어 있다.

로이는 우주선 세피우스호에 탑승한다. 클리포드의 옛 동료이자 친구였던 프루이트(도널드 서덜런드 분)가 동행한다. 우주 비행사들에게 전설과도 같은, 삶을 헌신하면서까지 그 누구보다도 멀리 우주로 간 아버지를 뒤따라 우주 비행사의 길을 택한 로이는 사뭇 혼란스럽다. 29년 전 떠난 아버지를 찾고 싶은 건지, 아니면 벗어나고 싶은 건지.

영화 ‘애드 아스트라’ 스틸컷./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애드 아스트라’ 스틸컷./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지난 19일 개봉한 ‘애드 아스트라(Ad Astra)’는 제76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다. 라틴어로 ‘Per aspera ad astra’에서 따온 제목은 ‘역경을 헤치고 별을 항하여’라는, 달 탐사의 첫 임무를 맡고 우주를 향한 아폴로 1호 영웅들을 기리는 말로 케네디 우주센터 기념비에 새겨진 문구이기도 하다.

‘애드 아스트라’는 SF 영화지만 스크린 촬영과 CG 분량이 적은 작품이다. 그렇지만 ‘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 ‘퍼스트맨’(2018)처럼 실재하지만 허구의 공간처럼 가늠하기 어려운 우주를 실감 있는 공간으로 등장시킨다. ‘그녀’(2013) ‘인터스텔라’ ‘덩케르크’(2017)의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가 빚어낸 입체감이 놀랍다.

브래드 피트는 이번 작품에서 연기 뿐 아니라 자신이 설립한 플랜B로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가 연기한 로이 맥브라이드는 심박수가 80을 넘는 법이 없는,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예사로운 인물이다. 그래서 브래드 피트가 겹겹이 쌓아올린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순간,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만큼이나 경이롭게 다가온다. 브래드 피트의 무르익은 연기가 돋보인다. 토미 리 존스와 도널드 서덜런드는 묵직한 연기로 깊이감을 더한다.

‘애드 아스트라’는 ‘투 러버스’(2008) ‘이민자’(2013) ‘잃어버린 도시 Z’(2016)를 연출한 제임스 그레이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첫 SF 영화다. 제임스 그레이 특유의 인간 내면에 천착한, 집요한 시선을 이번 작품에서도 마주할 수 있다. 제임스 그레이의 작품은 관객을 독자로 만든다. 마치 책을 읽듯 그 페이지에, 그 세계에 깊숙이 빠져들게 하는 까닭이다. ‘애드 아스트라’는 너른 풍경화 속으로 그윽한 인물화가 들어차는 작품이다.

12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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