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진희: 현지화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알고 있다. 캐릭터를 조금만 바꿔도 아예 내용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작진에겐 고통스러운 작업일 수 있다. 그래서 대본을 받을 때마다 기쁨, 희열, 감사함이 있었다. 작가님 뿐만 아니라 감독님, 배우들이 지난 1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한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10. 첫 회의 테러 장면 등이 완성도 높은 CG로 완성됐다는 평도 들었다.
지진희: 원작 미드에서는 테러가 밤에 터졌다. 그래서 우리보다 구현하기가 쉬웠다고 들었다. 낮에 테러 폭격을 당하는 장면은 (구현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더 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대본상 낮에 테러 장면을 넣는 것이 맞아서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1월에 촬영을 시작했을 때도 대본이 상당 부분 나와 있는 상태였다.
10. 박무진을 연기하기 위해 참고했던 인물이나 캐릭터가 있는지?
지진희: 박무진은 그 어떤 정치적 성향에도 치우치지 않고 데이터만을 믿으며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누군가를 참고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대본을 읽으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주어지는 중압감을 느끼게 됐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들이 임기 시작할 당시의 사진과 끝냈을 때의 증명사진을 봤다. 그들의 얼굴엔 단순히 세월 뿐만 아니라 온갖 스트레스와 압박을 이겨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나도 표현해보고 싶었다. 아마 ‘지정생존자’ 후반의 박무진을 보면 많이 까매져 있을 것이다. 밥도 못 먹었을 것 같아서 살도 뺐다. 지금 허리 부분에 주먹이 하나 더 들어갈 만큼 살이 빠졌다.
10. 기존에 보여줬던 ‘지진희’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은 없었나?
지진희: 박무진은 나하고 너무 동떨어져 있는 인물이었다. 실제의 나는 평소에 불편해서 구두도 못 신고 정장도 안 입는다. 정장이 물론 잘 어울리지만 말이다.(웃음) 하지만 정장이란 옷이 자세를 똑바로 하고 있지 않으면 안 예뻐 보이고, 한두 시간만 지나면 아프고 불편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안고 박무진이 처한 상황 속으로 파고 들어가 보려고 했다.
10. 마지막 회가 열린 결말로 끝났다. 시즌2에 대해서 생각하는지?
지진희: 시즌2는 모든 연기자들이 다 바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예전부터 미드에 대해 부러워했던 것이 시즌제였다. 하나의 드라마가 굉장히 오랫동안 인기를 얻는다는 건 모든 배우들의 열망이다. 그래서 ‘지정생존자’ 배우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도 시즌2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얘기를 하고 있다.
10. 결말에 만족하나?
지진희: 내가 바랬던 결말이 있지만 오로지 나만 멋있게 보이는 결말이었다. 그건 내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박무진이 절대 권력을 쥐게 된다면 결국 그 스스로도 ‘내가 이용됐구나. 모든 것이 나로 마무리되는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대통령을 하면 안된다고 결정했을 것 같다.
10.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을 법도 한데.
지진희: 내가 멋있게 보이는 것도 내 생각이다.(웃음) 감독님한테도 멋있어 보이지 않겠느냐고 얘기는 했지만 다들 생각이 달랐다. 하하. 결말은 완전히 존중한다. 결말은 내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현장에서 분위기를 망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존한다. 나는 내 위치에서 내 역할만 할 뿐이다.
10. ‘지정생존자’는 자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지?
지진희: 나는 굉장히 많은 걸 얻었다. 그간 연기자로서 일해오면서 가진 바람들이 있었다. 현장 분위기가 어땠으면 좋겠고, 조연들의 많은 부분이 돋보였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여지를 주고 싶다 등등. ‘지정생존자’를 통해 완벽하지 않아도 그 바람들을 많이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소름 돋을 정도로 기쁘고, 후배들이 너무 예쁘다. ‘지정생존자’는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와 생각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드라마였다. 나한테는 잊지 못할 큰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10. 클라이밍, 공예 등 평소 취미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요즘도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고 있나?
지진희: 클라이밍은 어깨가 많이 찢어져 있어서 못하고 있다. 너무 하고 싶지만 요즘엔 골프만 하고 있다.(웃음)
10. 올해가 마침 데뷔 20주년이다. 소감이 어떤가?
지진희: 나는 연기 전공도 아니고 바닥에서 시작한 것과 다름없다. 예전엔 10년 정도 지나면 뭔가 이뤄져있을 것 같고 어느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내가 이루지 못한 이유가 뭘까’ ‘내가 뭘 부족한 걸까’ ‘잘못한 걸까’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나는 꾸준히 잘하고 있었고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절망도 있었지만 그만큼 채울 것이 있기에 희망이 생겼다. 10년 후를 상상하던 과거의 나는 시야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경험해보지 않았으니까 당연하다. 이제는 앞으로의 10년을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있으니까.
10. 올해 마흔아홉인데 40대를 마무리하는 감회는?
지진희: 나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떤 사람은 나랑 나이가 같은데도 훨씬 더 나이 들어보이기도 하고, 연세가 있어도 나보다 더 젊게 사는 분들도 있다. 노력에 따라 달린 것 같다. 내 나이보다는 더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갖고 싶어서 예전부터 관리를 해왔다. 또 나는 백발이 된 모습을 늘 상상한다. 백발이 나한테 얼마나 잘 어울릴까 싶다. 하하. 그 말이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더 힘들게 운동할 것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지진희는 신뢰감을 주는 배우다. 사극 ‘대장금’‘동이’‘대풍수’부터 멜로 드라마 ‘미스티’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단단하게 다져왔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지정생존자)’에서 지진희는 기대 이상을 해냈다. ‘지정생존자’가 동명의 미국 인기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인 데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생소한 역할을 맡았음에도 주연으로서 제 몫을 다했다. 권력의 정점에서 혼돈의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고뇌하고 결단하는 역할을 설득력있게 그려낸 지진희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10. ‘지정생존자’는 현지화에 성공한 작품이란 평을 들었다. 실제 대본을 받아보니 어떻던가?
지진희: 현지화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알고 있다. 캐릭터를 조금만 바꿔도 아예 내용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작진에겐 고통스러운 작업일 수 있다. 그래서 대본을 받을 때마다 기쁨, 희열, 감사함이 있었다. 작가님 뿐만 아니라 감독님, 배우들이 지난 1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한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10. 첫 회의 테러 장면 등이 완성도 높은 CG로 완성됐다는 평도 들었다.
지진희: 원작 미드에서는 테러가 밤에 터졌다. 그래서 우리보다 구현하기가 쉬웠다고 들었다. 낮에 테러 폭격을 당하는 장면은 (구현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더 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대본상 낮에 테러 장면을 넣는 것이 맞아서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1월에 촬영을 시작했을 때도 대본이 상당 부분 나와 있는 상태였다.
10. 박무진을 연기하기 위해 참고했던 인물이나 캐릭터가 있는지?
지진희: 박무진은 그 어떤 정치적 성향에도 치우치지 않고 데이터만을 믿으며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누군가를 참고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대본을 읽으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주어지는 중압감을 느끼게 됐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들이 임기 시작할 당시의 사진과 끝냈을 때의 증명사진을 봤다. 그들의 얼굴엔 단순히 세월 뿐만 아니라 온갖 스트레스와 압박을 이겨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나도 표현해보고 싶었다. 아마 ‘지정생존자’ 후반의 박무진을 보면 많이 까매져 있을 것이다. 밥도 못 먹었을 것 같아서 살도 뺐다. 지금 허리 부분에 주먹이 하나 더 들어갈 만큼 살이 빠졌다.
10. 기존에 보여줬던 ‘지진희’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은 없었나?
지진희: 박무진은 나하고 너무 동떨어져 있는 인물이었다. 실제의 나는 평소에 불편해서 구두도 못 신고 정장도 안 입는다. 정장이 물론 잘 어울리지만 말이다.(웃음) 하지만 정장이란 옷이 자세를 똑바로 하고 있지 않으면 안 예뻐 보이고, 한두 시간만 지나면 아프고 불편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안고 박무진이 처한 상황 속으로 파고 들어가 보려고 했다.
10. 마지막 회가 열린 결말로 끝났다. 시즌2에 대해서 생각하는지?
지진희: 시즌2는 모든 연기자들이 다 바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예전부터 미드에 대해 부러워했던 것이 시즌제였다. 하나의 드라마가 굉장히 오랫동안 인기를 얻는다는 건 모든 배우들의 열망이다. 그래서 ‘지정생존자’ 배우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도 시즌2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얘기를 하고 있다.
10. 결말에 만족하나?
지진희: 내가 바랬던 결말이 있지만 오로지 나만 멋있게 보이는 결말이었다. 그건 내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박무진이 절대 권력을 쥐게 된다면 결국 그 스스로도 ‘내가 이용됐구나. 모든 것이 나로 마무리되는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대통령을 하면 안된다고 결정했을 것 같다.
10.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을 법도 한데.
지진희: 내가 멋있게 보이는 것도 내 생각이다.(웃음) 감독님한테도 멋있어 보이지 않겠느냐고 얘기는 했지만 다들 생각이 달랐다. 하하. 결말은 완전히 존중한다. 결말은 내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현장에서 분위기를 망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존한다. 나는 내 위치에서 내 역할만 할 뿐이다.
지진희: 나는 굉장히 많은 걸 얻었다. 그간 연기자로서 일해오면서 가진 바람들이 있었다. 현장 분위기가 어땠으면 좋겠고, 조연들의 많은 부분이 돋보였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여지를 주고 싶다 등등. ‘지정생존자’를 통해 완벽하지 않아도 그 바람들을 많이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소름 돋을 정도로 기쁘고, 후배들이 너무 예쁘다. ‘지정생존자’는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와 생각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드라마였다. 나한테는 잊지 못할 큰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10. 클라이밍, 공예 등 평소 취미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요즘도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고 있나?
지진희: 클라이밍은 어깨가 많이 찢어져 있어서 못하고 있다. 너무 하고 싶지만 요즘엔 골프만 하고 있다.(웃음)
10. 올해가 마침 데뷔 20주년이다. 소감이 어떤가?
지진희: 나는 연기 전공도 아니고 바닥에서 시작한 것과 다름없다. 예전엔 10년 정도 지나면 뭔가 이뤄져있을 것 같고 어느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내가 이루지 못한 이유가 뭘까’ ‘내가 뭘 부족한 걸까’ ‘잘못한 걸까’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나는 꾸준히 잘하고 있었고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절망도 있었지만 그만큼 채울 것이 있기에 희망이 생겼다. 10년 후를 상상하던 과거의 나는 시야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경험해보지 않았으니까 당연하다. 이제는 앞으로의 10년을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있으니까.
10. 올해 마흔아홉인데 40대를 마무리하는 감회는?
지진희: 나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떤 사람은 나랑 나이가 같은데도 훨씬 더 나이 들어보이기도 하고, 연세가 있어도 나보다 더 젊게 사는 분들도 있다. 노력에 따라 달린 것 같다. 내 나이보다는 더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갖고 싶어서 예전부터 관리를 해왔다. 또 나는 백발이 된 모습을 늘 상상한다. 백발이 나한테 얼마나 잘 어울릴까 싶다. 하하. 그 말이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더 힘들게 운동할 것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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