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가 200억 가까이 투자한 드라마 ‘이몽’이 베일을 벗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몽’은, 무조건적인 영웅을 만들지 않았다. 그 대신 각자의 위치에서 투쟁하는 시대 속 군상을 설득력있게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실존 인물인 약산 김원봉 외에도 ‘파랑새’라는 이름의 독립군 밀정인 의사가 이요원인 것으로 밝혀지며 다음 회를 기대하게 했다.
지난 4일 처음 방송된 ‘이몽’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사전제작 드라마다.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이요원)과 무장한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의 첩보 액션을 담는다.
1930년대의 시대 배경을 설명하면서 드라마는 시작됐다. 1930년대는 상하이 임시정부를 지키던 김구가 무장투쟁을 위한 비밀결사 ‘한인애국단’을 만들어 김원봉의 ‘의열단’과 함께 비밀무장투쟁의 선봉에 섰던 때였다. 하지만 각종 단체들과 대립해야 했던 혼란의 시기였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영진은 남다른 실력을 가진 의사로 강렬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환자에게 수술집도를 거부 당할 위기에 처했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다. 몸에 칼을 대는 것이 최악의 불효다. 거기에다 여자라니”라고 소리치는 한 영감에게 이영진은 “나는 여자가 맞다. 그리고 영감님 살릴 의사다. 빨리 수술 안하면 영감님 저녁은 병풍 뒤에서 드실 거다”라고 말했다. 강단 있는 모습으로 주사를 놓고 수술을 시작했다. 자신의 병원으로 온 선배 의사 에스더(윤지혜)와 재회한 뒤에는 기쁘게 웃었다.
김원봉은 일본경찰과 접촉고 있는 의열단원 박혁(허지원)의 입을 막기 위해 그를 처단하려고 했다. 박혁은 김원봉의 총에 맞고 빠르게 병원에 실려갔다. 영진이 의사로 있는 병원이었다. 김원봉은 아직 죽지 않은 박혁의 목숨을 끊기 위해 영진의 병원으로 갔다. 이로써 병실 안, 두 사람의 첫만남이 이뤄졌다.
하지만 경찰의 등장으로 박혁은 살아남았다. 다만 김원봉은 영진에게서 박혁이 “밀정이, 조선인 여의사가, 파랑새”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 듣고, 에스더를 밀정으로 생각하게 됐다.
앞서 영진의 병원으로 와 함께 일하게 됐던 에스더. 하지만 그에게는 목적이 있었다. 제암리 양민 학살을 지시한 일본군 헌병대 소장 나구모를 복수하기 위해선 병원이 필요했던 것. 그는 나구모 소장의 폐가 안 좋다며 그를 병원으로 끌어들이고, 약물 암살을 준비했다. 그 시각, 병실 밖에서는 ‘조선인 여의사’인 에스더가 밀정인 것으로 수사상황이 좁혀지고 있었다. 이를 엿들은 영진은 에스더에게로 갔다. 문 밖에서 에스더를 애타게 불렀다. 에스더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가족의 복수”라면서 약물 주사를 놨지만, 곧 경찰이 들이닥쳤고 그는 총살됐다.
에스더가 죽은 뒤 이영진은 경무국의 마쓰우라(허성태)에게 밀정으로 의심받았다. 박혁에게서 이영진이 밀정이라는 거짓 진술을 받으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영진을 신뢰하고 있던 일본인 검사 후쿠다(임주환)가 이를 막았다. 경찰의 수사에서 빠져나온 이영진은 그의 양아버지에게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상하이 푸단대학에 연수를 가겠다”고 했다. 이후 상하이로 가는 배에 올랐다.
‘조선인 여의사’ 에스더가 죽은 뒤, 김원봉은 병실에서 만난 의사 이영진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의 총구를 한 손으로 잡으면서도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던 이영진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느낀 것. 그는 이영진이 타고 있는 배에 올라탔다. 에스더를 대신해 나구모를 처단한 김원봉은 영진에게 “나구모 소장은 제암리 양민 학살을 지시한 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영진은 “피를 피로 갚는 게 옳은 일이냐”고 되물었다. 김원봉은 “영원할 것 같나. 당신을 지키는 일본이란 보호막이”라고 말했다. 영진은 김원봉에게 떨어지라고 했고, 이에 김원봉은 “당신같은 여자, 더는 볼일 없다”고 말했다.
방송 말미 영진은 가방에서 영문으로 ‘파랑새’가 적힌 책을 꺼냈다. 그가 김원봉이 애타게 찾던 독립군 밀정 ‘파랑새’였던 것. 2년 전, 김구와 만난 영진은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말에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후 ‘인간은 참 묘한 존재들이란다. 요술쟁이들이 죽은 뒤로 인간은 제대로 보지 못해. 게다가 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걸 의심조차 안하지’라는 파랑새의 한 대사가 영진의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며 극이 마무리됐다.
‘이몽’은 약산 김원봉이 독립운동가이지만 해방 후 월북한 탓에 드라마로 그의 삶을 다룬다는 것이 방송 전부터 논란과 우려를 자아냈다. 뚜껑을 연 ‘이몽’은 의열단을 만든 김원봉의 무장투쟁에 집중했다. 극중 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투쟁하는 시대 군상을 담으며 울림을 남겼다.
특히 역사적 재현 또는 복원보다는 드라마 자체에 충실하며 빠른 전개로 몰입도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제암리 학살 사건과 관련된 주동자를 극 속에서 처벌하는 등 실제 사건을 드라마에 녹여 눈길을 끌었다. 또한 조선을 괴롭히는 일본인 외에도 의열단을 배신한 인물에게는 가차없이 처단하며 단체를 지키려는 김원봉의 고뇌가 입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현실 속에서 암암리에 독립운동을 이어가는 의사이자 밀정 이영진(이요원)이 대립각을 세우며 긴장감과 함께 궁금증을 끌어올렸다.
‘이몽’은 각자 캐릭터에 맞는 적절한 대사와 몰입도 있는 연출이 흥미를 자아냈다. 연기에도 구멍이 없었다. 유지태는 간절한 눈빛으로 독립운동가 김원봉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요원의 연기가 돋보였다. 일본인 경찰에게 취조를 당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이영진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나라가 생긴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을 것이다. 따뜻한 밥이 먹고 싶다”며 의열단에서 돌아선 허지원과, 양민 학살을 복수하려 나선 윤지혜 등 조연들의 캐릭터와 연기도 돋보였다.
‘이몽’은 실제와 허구의 캐릭터를 섞으며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관점, 어떤 수위에서 실제와 허구를 적절하게 섞어내며 극을 이끌어 가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지난 4일 처음 방송된 ‘이몽’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사전제작 드라마다.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이요원)과 무장한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의 첩보 액션을 담는다.
1930년대의 시대 배경을 설명하면서 드라마는 시작됐다. 1930년대는 상하이 임시정부를 지키던 김구가 무장투쟁을 위한 비밀결사 ‘한인애국단’을 만들어 김원봉의 ‘의열단’과 함께 비밀무장투쟁의 선봉에 섰던 때였다. 하지만 각종 단체들과 대립해야 했던 혼란의 시기였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원봉은 일본경찰과 접촉고 있는 의열단원 박혁(허지원)의 입을 막기 위해 그를 처단하려고 했다. 박혁은 김원봉의 총에 맞고 빠르게 병원에 실려갔다. 영진이 의사로 있는 병원이었다. 김원봉은 아직 죽지 않은 박혁의 목숨을 끊기 위해 영진의 병원으로 갔다. 이로써 병실 안, 두 사람의 첫만남이 이뤄졌다.
하지만 경찰의 등장으로 박혁은 살아남았다. 다만 김원봉은 영진에게서 박혁이 “밀정이, 조선인 여의사가, 파랑새”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 듣고, 에스더를 밀정으로 생각하게 됐다.
앞서 영진의 병원으로 와 함께 일하게 됐던 에스더. 하지만 그에게는 목적이 있었다. 제암리 양민 학살을 지시한 일본군 헌병대 소장 나구모를 복수하기 위해선 병원이 필요했던 것. 그는 나구모 소장의 폐가 안 좋다며 그를 병원으로 끌어들이고, 약물 암살을 준비했다. 그 시각, 병실 밖에서는 ‘조선인 여의사’인 에스더가 밀정인 것으로 수사상황이 좁혀지고 있었다. 이를 엿들은 영진은 에스더에게로 갔다. 문 밖에서 에스더를 애타게 불렀다. 에스더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가족의 복수”라면서 약물 주사를 놨지만, 곧 경찰이 들이닥쳤고 그는 총살됐다.
‘조선인 여의사’ 에스더가 죽은 뒤, 김원봉은 병실에서 만난 의사 이영진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의 총구를 한 손으로 잡으면서도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던 이영진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느낀 것. 그는 이영진이 타고 있는 배에 올라탔다. 에스더를 대신해 나구모를 처단한 김원봉은 영진에게 “나구모 소장은 제암리 양민 학살을 지시한 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영진은 “피를 피로 갚는 게 옳은 일이냐”고 되물었다. 김원봉은 “영원할 것 같나. 당신을 지키는 일본이란 보호막이”라고 말했다. 영진은 김원봉에게 떨어지라고 했고, 이에 김원봉은 “당신같은 여자, 더는 볼일 없다”고 말했다.
방송 말미 영진은 가방에서 영문으로 ‘파랑새’가 적힌 책을 꺼냈다. 그가 김원봉이 애타게 찾던 독립군 밀정 ‘파랑새’였던 것. 2년 전, 김구와 만난 영진은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말에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후 ‘인간은 참 묘한 존재들이란다. 요술쟁이들이 죽은 뒤로 인간은 제대로 보지 못해. 게다가 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걸 의심조차 안하지’라는 파랑새의 한 대사가 영진의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며 극이 마무리됐다.
특히 역사적 재현 또는 복원보다는 드라마 자체에 충실하며 빠른 전개로 몰입도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제암리 학살 사건과 관련된 주동자를 극 속에서 처벌하는 등 실제 사건을 드라마에 녹여 눈길을 끌었다. 또한 조선을 괴롭히는 일본인 외에도 의열단을 배신한 인물에게는 가차없이 처단하며 단체를 지키려는 김원봉의 고뇌가 입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현실 속에서 암암리에 독립운동을 이어가는 의사이자 밀정 이영진(이요원)이 대립각을 세우며 긴장감과 함께 궁금증을 끌어올렸다.
‘이몽’은 각자 캐릭터에 맞는 적절한 대사와 몰입도 있는 연출이 흥미를 자아냈다. 연기에도 구멍이 없었다. 유지태는 간절한 눈빛으로 독립운동가 김원봉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요원의 연기가 돋보였다. 일본인 경찰에게 취조를 당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이영진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나라가 생긴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을 것이다. 따뜻한 밥이 먹고 싶다”며 의열단에서 돌아선 허지원과, 양민 학살을 복수하려 나선 윤지혜 등 조연들의 캐릭터와 연기도 돋보였다.
‘이몽’은 실제와 허구의 캐릭터를 섞으며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관점, 어떤 수위에서 실제와 허구를 적절하게 섞어내며 극을 이끌어 가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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