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SBS ‘녹두꽃’ 방송 캡처
사진=SBS ‘녹두꽃’ 방송 캡처
탐관오리들의 횡포와 수탈에 맞서 민초들이 봉기했다. 신분과 남녀 차별이 극심했던 시대, 사람이라고 다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인내천(人乃天)을 주장한 동학(東學)이었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열어 보려는 민초들의 열망은 들불처럼 번졌다. 동학농민혁명 125주년을 기념한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은 그런 민초들의 열망을 어떻게 그려낼까.

지난 26일 ‘녹두꽃’이 처음 방송됐다. 19세기 말 조선, 외세의 간섭과 부패한 탐관오리들로 백성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가고 있었다. 백이현(윤시윤 분)은 외세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며 조선 개화의 뜻을 품었다.

백이강(조정석 분)은 백성을 수탈해 만석꾼이 된 전남 고부의 악명 높은 이방 백가(박혁권 분)의 얼자였다. ‘거시기’로 불리며 본처 소생의 적자인 동생 백이현과 달리 천대를 받았다. 그는 ‘아버지’ 대신 ‘어르신’으로 불러야하는 백가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온갖 악행을 대신했다. 전봉준(최무성 분)을 찾아가 동학을 믿는 게 아니냐고 협박하기도 했다.

백가는 사또 조병갑과 야합해 일제의 쌀 수탈을 막는다는 핑계로 쌀을 고부 밖으로 팔지 못하도록 방곡령을 내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운영하는 싸전에서만 거래할 수 있게 하고, 제값을 쳐주지 않았다. 조병갑에게 전출 명령이 떨어지면서 방곡령도 해제될 상황이 됐고, 백가는 백이강을 시켜 신관 사또를 구슬릴 방도를 찾도록 했다. 전봉준과 동학농민군은 아전과 사또의 수탈에 고부 관아를 격파하겠다는 사발통문을 비밀리에 만들었다.

사진=SBS ‘녹두꽃’ 방송 캡처
사진=SBS ‘녹두꽃’ 방송 캡처
전주여각 객주 송자인(한예리 분)은 왜인들에게 팔 쌀을 구하지 못하자 최 행수(김상호 분)와 함께 직접 고부로 향했다. 전라도 보부상 대장인 아버지는 딸에게 우연히 구한 동학군의 사발통문을 건네며 “신관 사또에게 바치면서 잘 구슬려 보라”고 귀띔했다. 송자인은 백가를 찾아가 시세보다 더 쳐주겠다고 쌀을 팔라고 했지만 백가는 딱 잘라 거절했다.

송자인의 수하들이 백성들의 쌀을 몰래 사주다가 백이강에게 들키자, 백이강은 송자인에게 고부를 뜨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했다. 이를 듣던 최 행수는 한판 붙어 결판을 내자고 했다. 최 행수는 백이강을 흠씬 패고 제대로 망신을 줬다. 이 때 백이현이 나타나 간신히 싸움을 말렸다. 백이현은 백이강에게 “형님도 아버지를 떠나라. 거시기 말고 백이강으로 살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싸우다 다친 최 행수를 위해 송자인은 약방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약방 주인인 전봉준이 동학농민군의 주동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백이현은 초시를 보기 위해 전주로 떠나기 전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러 찾아갔가 아버지가 백이강에게 신관 사또를 살해하라고 지시하는 말을 엿듣게 됐다. 백이현은 백이강에게 “내가 태어나기 전까진 형이 안채에서 예쁨 받으며 자랐다고 들었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백이강은 “험한 일은 형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 너는 꽃길만 걸어가라”며 백이현의 눈물을 닦아줬다.

백이강과 백가는 신관 사또가 동학을 믿는다는 제보를 받고 그를 빌미로 협박했다. 이에 신관 사또는 자진 사퇴했고, 조병갑이 다시 사또로 부임했다. 하지만 이는 조병갑이 재부임하게 만들어 수포로 돌아갈 뻔 했던 계획을 실행하려는 동학농민군의 계책이었다. 사발통문을 들고 관아로 향하던 송자인은 저자에는 굶주린 백성이 가득한데, 관아에는 호화로운 연회가 한창인 모습에 혼란스러워했다.

동학군은 저자에 모여 결의를 다졌다. 전봉준은 이들 앞에 나서 “내 목을 걸고 맹세하겠다. 고부 관아를 격파하고 간악한 무뢰배들의 목을 벨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피 끓는 염원을 주상 전하와 조선팔도에 알릴 것”이라고 외쳤다. 전봉준을 비롯한 동학군은 “백성에겐 쌀을, 탐관오리에겐 죽음을!”이라고 부르짖으며 고부 관아를 치러 나섰다.

사진=SBS ‘녹두꽃’ 방송 캡처
사진=SBS ‘녹두꽃’ 방송 캡처
‘녹두꽃’은 첫 방송부터 높은 몰입감을 이끌어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곤궁하고 피폐해진 백성들과 부패한 관리들의 상반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는 동학농민군의 혁명적 성격과 자발성, 주체성을 더욱 부각했다.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배경도 빠르고 탄탄한 전개 속에 부족하지 않게 담아냈다.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최무성의 안정적 열연이극의 흡인력을 높였다. 조정석은 냉혹해 보이지만 내면에 아픔을 가진 백이강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강렬한 눈빛 연기로 거칠게 타오르는 불과 같은 성격의 백이강을 느끼게 했다. 윤시윤은 백이현이 가진 고매한 인품과 곧은 심지를 표현했다. 백이강 역의 조정석과 상반되게 냉철하고 침착한 면모로 이야기의 균형을 맞췄다. 또한 이들 이복형제가 동학농민혁명과 개화기라는 시대 속에 어떤 파란만장한 일을 겪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한예리는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문을 중시하던 송자인이 격변하는 시대 속에 백이강-이현 형제, 동학농민군과 만나며 어떻게 변해갈지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최무성의 연기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의 담대한 기개가 느껴졌다.

이날 1-2회 방송의 시청률은 8.6-11.5%(닐슨코리아 전국 가구)를 나타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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