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복동아, 지금이야!’ 소리에 제가 트랙을 몇 백 바퀴는 돌았거든요. 영화를 보니 고생한 만큼 나왔구나 싶어서 울컥했죠.”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자전차 선수 엄복동을 연기하기 위해 정지훈은 420m에 달하는 자전차 경기장 트랙을 하루에 약 20바퀴씩 달렸다. 훈련 때부터 촬영 기간까지 합치면 그가 달린 거리는 지구 한 바퀴를 훌쩍 넘는다. 그가 연기한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조선인 최초로 우승해 민중들의 희망이 된 실존인물. 이에 정지훈은 전심전력을 다했다. 그는 엄복동에 대해 “알아야할 인물”이라고 말했다.
10. ‘알투비:리턴투베이스’ 이후 국내 영화 복귀는 7년 만이다. 영화 출연이 왜 이렇게 뜸했나?
정지훈: 2013년 7월 제대 후에 바로 앨범을 내고 투어를 갔다 오니 2014년이 됐고 드라마를 했다. 2015년 또 앨범을 냈다. 그래서 영화 복귀가 늦어졌다. 중간 중간 좋은 영화에 참여할 기회도 꽤 있었으나 아쉽게도 타이밍이 잘 안 맞았다.
10. 그러던 중 이번 영화를 하게 된 이유는?
정지훈: 이범수 선배가 사무실까지 와서 대본을 줬다. ‘자전차왕’이라는 제목 때문에 아이들과 보는 가족영화인 줄 알았다.(웃음) 대본을 읽어 보니 스포츠 영웅 이야기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더라. 영화에는 독립군 투사와 스포츠 영웅, 투 트랙의 이야기가 있었다. 스포츠 영웅인 엄복동 선생님을 알리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알아야 할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10. 자전거 연습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정지훈: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그래서 자전거 안 타고 말하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웃음) 자전거를 하루 8시간씩 직사광선 아래 모랫바닥에서 탔다.
10. 훈련 과정이 궁금하다.
정지훈: 아예 선수촌에 입단했다.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실제로 국가대표 코치를 하시는 분께 지도를 받았다. 코치님이 2~3개월 간 가르쳐주고 영화 내내 같이 작업해줬다. 정말 열심히, 선수처럼 했다.
10. 하루에 자전거를 8시간씩 타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칠 것 같은데.
정지훈: 밤에는 내일 또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웃음)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생각을 하면 안 된다. 하면 하루가 너무 힘들어진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분장을 받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을 들었다. 촬영에 들어가면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9시쯤 들어가니까 10시부터 점심 때까지 두 시간이 가장 고역이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생각이 든다.(웃음) 그러면서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점심 드시고 하세요’가 들리면 행복하다. 2시부터는 또 지옥이다. 땡볕에서 자전거를 타야 하니까. 여름에 촬영해서 해는 또 어찌나 긴지. 해가 안 지니 그렇게 밉더라.(웃음)
10. 엄복동 선수에 대해 조사한 후 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정지훈: 자전거가 좋아서 열심히 탔고, 1등을 하게 됐고, 꾸준히 우승하다 보니 2000만 동포들이 자신을 응원해줬고… 앞만 보고 순수하고 순박하게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청년이라고 캐릭터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거기에 어떤 말투일지, 친구를 만났을 땐 어떤 모습일지, 짝사랑하는 여인에겐 어떻게 대할지 등 가상의 모습을 덧그렸다.
10. 그래도 실존인물을 표현하려니 부담스럽지 않았나?
정지훈: 부담감은 딱 하나, 엄복동을 잘 표현해냈느냐다. 다채롭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순박한 이미지로 연기한 게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핍박 받고, 하루 밥 한 끼 먹을 수 있었으면 행복했을 그 시기에, 다른 욕심이 생길 수 있겠나. 그게 내가 캐릭터에 대해 연구했던 포인트다. 식솔을 챙기고 삼시 세 끼를 어떻게든 구하려는 순수하고 순박한 청년.
10. 연기만으로도 힘든데 감독 중도 하차 후 복귀, 개봉 연기 등 여러 가지 부침이 있었다. 현장에서 중심 잡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정지훈: 영화 촬영 기간이 7~8개월 됐다. 중간에 비가 와서 보름 넘게 어쩔 수 없이 쉬게 됐고, 그 와중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당시는 그런 상황에 대해 잘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나는 내 위치에서 묵묵히, 꾸준히 일을 했을 것이다. 나는 이미 ‘선수’로 이 작업에 참여했고, ‘선수’끼리 모인 치열한 경쟁 안에서 영화를 찍는 건데 배가 흔들린다고 구명조끼를 입고 혼자 뛰어내릴 순 없다.
10. 과하게 애국심에 호소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지훈: 영화의 포인트가 두 장면이다. 극 중 엄복동이 처음 우승을 차지했을 때, 마지막에 민중들이 엄복동을 보호하려고 들고 일어날 때. 실제로 당시 엄복동 선생님이 계속 1등을 하자 일본 측에서 경기를 중단시키고 반칙패를 선언했다. 화가 난 선생님이 단상 위에 올라가 일장기를 부러뜨렸다. 이에 관중들이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뛰어나와 인간벽을 쌓았다. 허구의 것으로 억지 감동을 주려 한다면 흔히 ‘국뽕’(맹목적 자국찬양주의)이라고 나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것이 왜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이겠냐. 2002년 한일월드컵 거리응원 때 시청광장 일대에 100만명 정도가 모였다고 들었다. 실제 엄복동 선생님의 경기를 보려고 당시 10만명이 모였단다. 당시 인구를 감안하면 대단하지 않나. 그 감동은 가짜가 아니라는 것, 그건 알아줬으면 좋겠다.
10. 극 중 동료선수로 등장하는 이시언과도 실제로 친한 친구가 됐다. 그는 어떤 배우인가?
정지훈: 보여줄 게 많은 배우다. 개성 있게 잘 생겼다. 예능 ‘나 혼자 산다’에 형이나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나와서 그렇지 실제로는 과묵하고 낯을 많이 가린다. 촬영장에서도 내가 먼저 다가가서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나는 팬이자 친구로서 그에게 기대감이 크다. 나중에 또 어떤 역할을 보여줄 수 있을지.
10. 연기와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데 어려운 점은?
정지훈: 예를 들어 4월에 앨범 발매 계획을 세워뒀는데 3월에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고 4월에 촬영을 시작한다고 하면 좋은 작품이라도 못하게 된다. 그러면서 놓치는 게 많다. 하나만 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둘 다 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10. 가수로서 자신과 배우로서 자신이 다른 점은?
정지훈: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가수로 무대 위에 서면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느낌이다. 긴장감도 오히려 수천 수만 관객의 기운을 받아서 한 방에 터트려버린다. 나는 관객이 많을 때가 공연도 더 잘 된다.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50~60명 정도의 스태프들만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촬영분에 대한 반응은 시간이 지난 후에 온다. 무대에서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온다.
10. 두 가지 갈림길에서 고민은 없나?
정지훈: 배우나 가수, 둘 중 하나를 그만두겠다는 건 아니고 인생의 노선을 정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내겐 가정이 첫 번째고, 다음이 내가 하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든지, 여섯 달은 일하고 여섯 달은 가족과 한적한 곳에서 지낸다든지…인생의 단락을 정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젊으니 7~8년 후면 결정하지 않을까.
10. 가정을 꾸린 후에 가족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진 건가?
정지훈: 원래 가족은 내게 첫 번째였다. 사실 사람들이 가족을 건드릴 때는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나 싶기도 하다. 아주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사랑 덕분에 가족을 건사할 수 있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만 가족들이 이름 모를 이들의 화살받이가 되면 이성을 잃게 된다. 나를 질타하면 이유가 있겠지 생각한다. ‘때리십시오. 저는 어차피 여러분의 장난감이니 쓰다가 버리셔도 되고, 갖고 노셔도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생각한다. 가족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다 똑같지 않나.
10.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정지훈: 먹을 때 제일 행복하다.(웃음) 내 나름대로 맛집 지도가 있다. ‘레인 플레이스’라고…나중에 책으로 낼 거다.(웃음) 거기에 전 세계 맛집을 다 표시해놨다. 엄청 비싸지만 맛있는 곳, 남루하지만 싸고 맛있는 집, 이렇게 나눠서 내고 싶다. 이게 내 즐거움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자전차 선수 엄복동을 연기하기 위해 정지훈은 420m에 달하는 자전차 경기장 트랙을 하루에 약 20바퀴씩 달렸다. 훈련 때부터 촬영 기간까지 합치면 그가 달린 거리는 지구 한 바퀴를 훌쩍 넘는다. 그가 연기한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조선인 최초로 우승해 민중들의 희망이 된 실존인물. 이에 정지훈은 전심전력을 다했다. 그는 엄복동에 대해 “알아야할 인물”이라고 말했다.
10. ‘알투비:리턴투베이스’ 이후 국내 영화 복귀는 7년 만이다. 영화 출연이 왜 이렇게 뜸했나?
정지훈: 2013년 7월 제대 후에 바로 앨범을 내고 투어를 갔다 오니 2014년이 됐고 드라마를 했다. 2015년 또 앨범을 냈다. 그래서 영화 복귀가 늦어졌다. 중간 중간 좋은 영화에 참여할 기회도 꽤 있었으나 아쉽게도 타이밍이 잘 안 맞았다.
10. 그러던 중 이번 영화를 하게 된 이유는?
정지훈: 이범수 선배가 사무실까지 와서 대본을 줬다. ‘자전차왕’이라는 제목 때문에 아이들과 보는 가족영화인 줄 알았다.(웃음) 대본을 읽어 보니 스포츠 영웅 이야기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더라. 영화에는 독립군 투사와 스포츠 영웅, 투 트랙의 이야기가 있었다. 스포츠 영웅인 엄복동 선생님을 알리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알아야 할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10. 자전거 연습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정지훈: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그래서 자전거 안 타고 말하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웃음) 자전거를 하루 8시간씩 직사광선 아래 모랫바닥에서 탔다.
10. 훈련 과정이 궁금하다.
정지훈: 아예 선수촌에 입단했다.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실제로 국가대표 코치를 하시는 분께 지도를 받았다. 코치님이 2~3개월 간 가르쳐주고 영화 내내 같이 작업해줬다. 정말 열심히, 선수처럼 했다.
10. 하루에 자전거를 8시간씩 타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칠 것 같은데.
정지훈: 밤에는 내일 또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웃음)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생각을 하면 안 된다. 하면 하루가 너무 힘들어진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분장을 받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을 들었다. 촬영에 들어가면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9시쯤 들어가니까 10시부터 점심 때까지 두 시간이 가장 고역이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생각이 든다.(웃음) 그러면서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점심 드시고 하세요’가 들리면 행복하다. 2시부터는 또 지옥이다. 땡볕에서 자전거를 타야 하니까. 여름에 촬영해서 해는 또 어찌나 긴지. 해가 안 지니 그렇게 밉더라.(웃음)
정지훈: 자전거가 좋아서 열심히 탔고, 1등을 하게 됐고, 꾸준히 우승하다 보니 2000만 동포들이 자신을 응원해줬고… 앞만 보고 순수하고 순박하게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청년이라고 캐릭터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거기에 어떤 말투일지, 친구를 만났을 땐 어떤 모습일지, 짝사랑하는 여인에겐 어떻게 대할지 등 가상의 모습을 덧그렸다.
10. 그래도 실존인물을 표현하려니 부담스럽지 않았나?
정지훈: 부담감은 딱 하나, 엄복동을 잘 표현해냈느냐다. 다채롭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순박한 이미지로 연기한 게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핍박 받고, 하루 밥 한 끼 먹을 수 있었으면 행복했을 그 시기에, 다른 욕심이 생길 수 있겠나. 그게 내가 캐릭터에 대해 연구했던 포인트다. 식솔을 챙기고 삼시 세 끼를 어떻게든 구하려는 순수하고 순박한 청년.
10. 연기만으로도 힘든데 감독 중도 하차 후 복귀, 개봉 연기 등 여러 가지 부침이 있었다. 현장에서 중심 잡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정지훈: 영화 촬영 기간이 7~8개월 됐다. 중간에 비가 와서 보름 넘게 어쩔 수 없이 쉬게 됐고, 그 와중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당시는 그런 상황에 대해 잘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나는 내 위치에서 묵묵히, 꾸준히 일을 했을 것이다. 나는 이미 ‘선수’로 이 작업에 참여했고, ‘선수’끼리 모인 치열한 경쟁 안에서 영화를 찍는 건데 배가 흔들린다고 구명조끼를 입고 혼자 뛰어내릴 순 없다.
10. 과하게 애국심에 호소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지훈: 영화의 포인트가 두 장면이다. 극 중 엄복동이 처음 우승을 차지했을 때, 마지막에 민중들이 엄복동을 보호하려고 들고 일어날 때. 실제로 당시 엄복동 선생님이 계속 1등을 하자 일본 측에서 경기를 중단시키고 반칙패를 선언했다. 화가 난 선생님이 단상 위에 올라가 일장기를 부러뜨렸다. 이에 관중들이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뛰어나와 인간벽을 쌓았다. 허구의 것으로 억지 감동을 주려 한다면 흔히 ‘국뽕’(맹목적 자국찬양주의)이라고 나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것이 왜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이겠냐. 2002년 한일월드컵 거리응원 때 시청광장 일대에 100만명 정도가 모였다고 들었다. 실제 엄복동 선생님의 경기를 보려고 당시 10만명이 모였단다. 당시 인구를 감안하면 대단하지 않나. 그 감동은 가짜가 아니라는 것, 그건 알아줬으면 좋겠다.
10. 극 중 동료선수로 등장하는 이시언과도 실제로 친한 친구가 됐다. 그는 어떤 배우인가?
정지훈: 보여줄 게 많은 배우다. 개성 있게 잘 생겼다. 예능 ‘나 혼자 산다’에 형이나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나와서 그렇지 실제로는 과묵하고 낯을 많이 가린다. 촬영장에서도 내가 먼저 다가가서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나는 팬이자 친구로서 그에게 기대감이 크다. 나중에 또 어떤 역할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정지훈: 예를 들어 4월에 앨범 발매 계획을 세워뒀는데 3월에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고 4월에 촬영을 시작한다고 하면 좋은 작품이라도 못하게 된다. 그러면서 놓치는 게 많다. 하나만 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둘 다 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10. 가수로서 자신과 배우로서 자신이 다른 점은?
정지훈: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가수로 무대 위에 서면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느낌이다. 긴장감도 오히려 수천 수만 관객의 기운을 받아서 한 방에 터트려버린다. 나는 관객이 많을 때가 공연도 더 잘 된다.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50~60명 정도의 스태프들만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촬영분에 대한 반응은 시간이 지난 후에 온다. 무대에서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온다.
10. 두 가지 갈림길에서 고민은 없나?
정지훈: 배우나 가수, 둘 중 하나를 그만두겠다는 건 아니고 인생의 노선을 정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내겐 가정이 첫 번째고, 다음이 내가 하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든지, 여섯 달은 일하고 여섯 달은 가족과 한적한 곳에서 지낸다든지…인생의 단락을 정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젊으니 7~8년 후면 결정하지 않을까.
10. 가정을 꾸린 후에 가족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진 건가?
정지훈: 원래 가족은 내게 첫 번째였다. 사실 사람들이 가족을 건드릴 때는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나 싶기도 하다. 아주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사랑 덕분에 가족을 건사할 수 있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만 가족들이 이름 모를 이들의 화살받이가 되면 이성을 잃게 된다. 나를 질타하면 이유가 있겠지 생각한다. ‘때리십시오. 저는 어차피 여러분의 장난감이니 쓰다가 버리셔도 되고, 갖고 노셔도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생각한다. 가족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다 똑같지 않나.
10.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정지훈: 먹을 때 제일 행복하다.(웃음) 내 나름대로 맛집 지도가 있다. ‘레인 플레이스’라고…나중에 책으로 낼 거다.(웃음) 거기에 전 세계 맛집을 다 표시해놨다. 엄청 비싸지만 맛있는 곳, 남루하지만 싸고 맛있는 집, 이렇게 나눠서 내고 싶다. 이게 내 즐거움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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