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백종원의 골목식당’ MC 김성주(왼쪽부터), 백종원, 조보아/사진제공=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MC 김성주(왼쪽부터), 백종원, 조보아/사진제공=SBS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온 제보가 2000여 개나 되는데 제작진이 거의 다 가봅니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가게들이 너무 큰 길가에 있는 경우도 있고, 주민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제보를 하는데 정작 가게 사장님이 아무도 안 하겠다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윤재 SBS 예능본부 CP)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제작진이 시청률을 의식해 일부러 논란이 될 만한 가게와 사장들을 섭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골목식당’ 제작진은 22일 서울 양평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프로그램의 취지와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유윤재 CP와 ‘골목식당’ 공동연출을 맡고 있는 정우진·이관원 PD가 참석했다.

‘골목식당’은 포방터시장 편, 청파동 편으로 이어지며 높아진 관심 만큼 무성의한 식당 사장들의 태도와 외제차 소유설, 금수저설 등으로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골목식당’은 처음부터 죽어가는 골목을 살리고, 이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담는 ‘거래 심폐소생 프로젝트’를 기획 의도를 내세웠다. ‘요식업의 발전’이라는 큰 목표 아래 재미와 흥미 요소를 추가하는 예능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유윤재 CP는 “우리 프로그램이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신중하도록, 폐업 위기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도록 창업교본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획 의도를 명확히 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애매모호했던 기획 의도를 실행 가능한 목표로 구체화한 것이다. 또한 유 CP는 “더 다양한 장사 케이스를 보여주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죽어가는 상권 뿐 아니라 대학가 상권, 청년몰, 시장, 그리고 더 나아가 지방까지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골목식당은 최근 방송된 청파동 편에서 피자집 사장 금수저설, 고로케집 프랜차이즈화 계획 등 갖은 논란을 야기했다. 무엇보다 사장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시청자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였다. 논란에 시청률은 더욱 상승세를 탔다. 지난 9일 방송된 청파동 편 세 번째 방송은 10.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시청률 맛’을 본 제작진이 일부러 논란이 될 만한 가게를 섭외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 효과로 ‘대박 맛집’이 탄생하자 지인이나 제작진과 관련된 사장을 섭외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했다. 유 CP는 이런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지 않는 가게들이 많은 데다 정작 출연을 원하지 않는 사장도 많아서 섭외가 어렵다는 것이다.

‘골목식당’ 연출을 책임지고 있는 유윤재 CP(왼쪽부터), 이관원 PD, 정우진 PD/사진제공=SBS
‘골목식당’ 연출을 책임지고 있는 유윤재 CP(왼쪽부터), 이관원 PD, 정우진 PD/사진제공=SBS
청파동 편 연출을 책임졌던 정우진 PD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청파동 골목에 섭외된 분들이 네 명이다”고 말했다. 고로케집 프랜차이즈화 계획에 대해서는 “20~30대 청년 사장들은 창업 후 영세하게 꾸려가는 분들이 많지만, 백종원 대표 같은 사람이 되길 꿈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로케집 섭외 당시 하루 매출이 10만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또한 논란 이후 마지막 편에서 거의 통편집된 데 대해서는 “사장님의 부담감이 컸다”며 “많은 얘기를 나눈 끝에 제작진도 축약해 방송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관원 PD는 오는 23일 방송될 회기동 편을 예로 들었다. 이 PD는 “회기동 편은 6개월 전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이 제보했다. 유동인구가 많다고 여겨져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실제 통계 자료를 보면 회기역이 생긴 후 신흥 상권으로 부상했다가 2000년대 후반 이후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두 달간 유동인구를 체크하고 손님으로 가장해서 가보기도 하면서 오랜 시간 지켜봤다”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골목식당’이 연일 화제가 되다 보니 방송 전부터 입소문이 나 원래 장사가 안 되던 가게인데 갑자기 손님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다. 유 CP는 “여러 번 확인한다”며 “이런 과정 중에도 역량상 저희가 놓치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한다. 앞으로 더욱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청파동 하숙골목 편 캡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청파동 하숙골목 편 캡처
‘골목식당’은 11년간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킨 MBC ‘라디오스타’의 아성도 무너뜨렸다. 제작진은 금요일이었던 방송 시간을 수요일로 이동 편성한 것도 시청률 상승 요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금요일 밤 방송되는 MBC ‘나 혼자 산다’가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종영했지만 KBS2 ‘거기가 어딘데’도 방송 중이었기 때문이다. JTBC 드라마도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다. 유 PD는 “수요일로 오면서 노출의 기회가 높아진 것 같다”고 봤다.

백종원이 지나치게 ‘장사의 신’으로 비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시식단, 사장과의 요리 대결 등을 통해 객관적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정 PD는 “백종원 대표가 해왔던 ‘삼대천왕’ ‘푸드트럭’을 관통하는 목표도 요식업의 발전”이라며 ‘골목식당’이 비슷한 맥락을 이어오고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요리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장사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은 ‘골목식당’ 외에 전무하다고 생각한다”며 “요식업의 전반적인 발전이 백 대표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파급력을 체감하며 앞으로의 각오를 내비쳤다. 이 PD는 “그래도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어느 정도 도왔다고 생각한다. 방송에 나간 골목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알지 않나”라며 “앞으로 더 많은 골목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 PD는 “청파동 편에서 손님이 몰려 냉면 맛이 변하는 사태도 있었다”며 “프로그램이 유명해지고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니 제작진 스스로도 진화하고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 더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 CP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사명감도 느낀다. 제작진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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