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민서: 정말 실감이 안 나요. 내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에요. 가깝지만 먼 사람의 이야기 같다고 할까요? 엄마, 아빠, 친구들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은 난리가 났는데 저는 실감이 안 나요. 아침마다 떨면서 차트를 확인하는데 1위에 제 이름이 계속 있어서 기분이 좋긴 하더라고요.(웃음)
10. ‘좋아’를 부르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나요?
민서: 걱정했어요. ‘좋아’의 원곡인 ‘좋니’와 멜로디라인이 거의 비슷하다고 해서요. ‘좋니’는 정말 부르기 어려운 노래예요. 고음도 힘들고요. 거기다가 차트 1위, 음악방송 1위를 휩쓸었던 곡을 리메이크하는 것이니 ‘내가 잘 불러야 하는데’라는 생각밖에 없었죠.
10. 윤종신 PD는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요?
민서: 종신 쌤은 제 스타일을 존중해주세요.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해석한 대로 불러보라’고 하셨죠. 그러다가 조금 바꾸면 좋겠다 싶은 부분들만 짚어주고, 제가 너무 감을 못 잡는다 싶으면 직접 그 소절을 불러주면서 최대한 제 느낌을 살려주시려고 했어요.
10. ‘좋니’와 ‘좋아’에 대한 각각의 감상평이 궁금해요.
민서: ‘좋니’는 처음 듣고 종신 쌤에게 ‘이 남자, 너무 찌질한 것 아니냐’고 물어봤어요.(웃음) 정말 남자의 입장에서 쓰인 가사잖아요. 남자들이 술 먹고 노래방에서 엄청 부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좋아’의 가사가 더 마음에 들었어요. 두 곡이 나타내는 남녀 시점의 차이가 매력적이잖아요. 특히 ‘좋아’의 여자는 이미 이별의 슬픔을 충분히 겪고 아픈 시간을 지나보냈기에 현실을 보다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을 거예요.
10. ‘좋아’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가사가 있나요?
민서: ‘몰래 흘린 눈물 아니, 제발 유난 좀 떨지 마’ 이 소절이요. ‘몰래 흘린 눈물 아니’를 부를 땐 슬펐는데 바로 다음 가사인 ‘제발 유난 좀 떨지 마’를 부를 때는 분노의 감정을 잔뜩 담아 불렀어요. 이렇게, ‘제발 유난 좀 떨지 마!’ (일동 웃음)
10. 차트 1위 후 주위의 반응은 어때요?
민서: 우선 아빠가 엄청 기뻐하셨어요. 마치 집안에서 슈퍼스타가 나온 것처럼…(웃음) 친구들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불렀던 걸 알아서 ‘드디어 잘 됐다’고 좋아하고요. 특히 함께 음악을 해왔던 친구들이 기뻐해줬어요. 아직 미약하지만 제가 그들에게 길을 열어준 느낌이라 저도 기분이 좋아요. 하루 빨리 필드에서 다 같이 만나 함께 작업도 하고 공연도 열고 싶어요.
10. ‘좋아’의 흥행 때문에 데뷔앨범에 대한 부담이 크겠어요.
민서: 감사한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죠. ‘좋아’는 ‘윤종신’이라는 이름과 ‘좋니의 답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곡이잖아요. 그것 때문에 기대 받았고 성적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반면 제 데뷔앨범은 모든 수식어가 빠지고 오직 ‘민서’라는 이름만 남게 될 테니 성적은 기대하지 않아요. 바람이 있다면 차트 100위 안에 진입해서 낮은 순위라도 오래오래 지키고 싶어요.(웃음)
10. ‘좋아’를 포함해 ‘월간 윤종신’에 세 번이나 참여하고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엔딩곡 ‘임이 오는 소리’를 불렀어요. 데뷔 전의 연습생으로선 이례적인 행보입니다.
민서: 감사해요. 다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어요. 음원을 녹음하고 모니터하는 과정도 배우고 덕분에 목소리를 다양하게 낼 줄도 알게 됐고요. 9월에는 페스티벌 ‘2017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에도 참석했는데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면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내게 큰 행복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어요.
10. ‘윤종신의 뮤즈’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민서: 쑥스러운데… 종신 쌤이 ‘민서가 부르면 똑같은 노래에도 애조(哀調)가 깃든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제 목소리가 갖고 있는 슬픔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이라 잘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10. 그 슬픔은 어디서 비롯된 건가요?
민서: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멜랑꼴리(melancholy)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좋아했거든요.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가오리를 정말 좋아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 숲’,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은 여러 번 다시 읽었을 정도죠. J. M. 데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읽을 때마다 울어요. 영화는… (민서는 바로 영화 추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자신이 최근에 감상한 영화를 확인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지금 만나러 갑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이런 작품들을 여러 번 봤어요.
10. 슬픔을 슬프지 않게 그리는 작품들이군요.
민서: 맞아요. 특히 일본 문학 특유의 감성을 좋아해요. 우울함을 우울하지 않게, 오히려 밝게 표현하는 것이요.
10. 대화를 나누며 느끼는 에너지는 상당히 밝아서 의외의 취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민서: 하하. 사람들을 만날 때는 밝고 낙천적인, 제 안에 긍정적인 에너지들을 많이 쏟아내요. 그 에너지가 소진되면 앞서 말한 작품들을 보면서 다시 차분한 감정들로 빈자리를 채우고요.
10. ‘슈퍼스타K7’이 끝난 지 2년이나 되었어요. 그 동안 빨리 데뷔하고 싶다는 조급함은 없었나요?
민서: 물론 있었죠.(웃음)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3~4개월쯤 지나서 경연 영상을 다시 보는데 충격적이더라고요. ‘내가 노래를 저렇게 불렀나?’ 그 사이에 제 목소리가 많이 바뀌어 있었어요. 이후에 부른 ‘아가씨’ OST ‘임이 오는 소리’에서도 또 다른 목소리가 나왔고요. ‘슈퍼스타K7’이 끝나고 2년 동안은 시시각각 목소리가 변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민서’ 하면 떠오를 수 있는 소리가 완성되면, 그때 데뷔를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10. ‘슈퍼스타K7’ 당시와 지금의 목소리는 어떻게 다른가요?
민서: ‘슈퍼스타K7’ 때는 소리에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힘을 많이 줘서 본연의 목소리가 가려진 느낌? 지금은 수 차례 작업과 트레이닝을 통해 제가 가진 본래의 색깔, 보다 예쁜 소리가 돋보이게 됐어요. 이제 막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아요. 앞으로 다양한 음악을 하면서 더 많은 소리들을 발견하게 되겠죠?
10. 연습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민서: 많이 듣고 많이 불러요. 리듬감이 부족하다 싶으면 리드미컬한 노래를 부르는 식이죠.
10. 롤 모델이 있나요?
민서: 롤 모델이라고 하면… 동방신기를 통해서 가수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됐어요. 어릴 때 동방신기의 도쿄돔 공연 영상을 봤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멋지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발산하는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그때 ‘나도 저렇게 공연을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지금도 동방신기의 CD들을 소장하고 있어요. 저에게 정말 중요한 그룹이에요.(웃음)
10.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가수는 누구인가요?
민서: 정승환·샘김·권진아 선배요! 이야기하고 보니 ‘안테나 엔젤스’네요.(웃음) 정승환·샘김·권진아 선배처럼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아티스트들을 좋아해요. 곽진언 선배의 음악도 좋아하고요. 아예 색다른 장르의 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힙합 곡에 제가 피처링을 하는 거죠! 좋아하는 힙합 뮤지션은 정말 많아요. 레이블로는 AOMG와 팬시차일드를 좋아하고 래퍼 우원재, 해쉬스완의 음악도 즐겨듣습니다.
10. 미스틱의 장재인·에디킴·박재정도 ‘슈퍼스타K’ 시리즈 출신인데 활동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기도 하나요?
민서: 제가 ‘슈퍼스타K’ 시리즈를 전부 다 챙겨봐서 처음에는 같은 소속사 식구라는 게 신기했어요.(웃음) 지금까지 선배들과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요. 선배로서 후배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느낌보다 동등한 위치에서 응원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이렇게 하면 좋을 거라는 팁을 주는 정도로요.
10.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나요?
민서: 원래는 발라드·포크·모던 록 장르를 추구했는데 미스틱에 들어오고 나서 여러 장르에 도전해보고 있어요. 앞으로 새로운 장르를 부를 때마다 제 안에 또 다른 보컬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레요.
10. 데뷔하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민서: 콘서트요. 규모는 상관없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어릴 적 상상한 ‘가수 민서’는 슈퍼스타 같은 모습이 아니라 소극장에서 노래 부르고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거든요.
10. 올해 웹드라마 ‘어쩌다18’에도 출연했는데 연기 활동에 대한 계획도 있나요?
민서: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요. ‘욜로(YOLO)족’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일상에서 해보지 못한 것들을 연기로 경험하고 싶어서요.
10.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민서: 정말 간단하지만 어려운 거예요. 행복하게 사는 것.(웃음) 궁극적인 삶의 목표예요. 물론 지금도 행복하죠. 그런데 차트 1위를 하고 유명해지는 건 일로서 느끼는 행복이잖아요. 이 외에 내 몸과 마음,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까지 모두 행복하게 만드는 게 꿈입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민서가 지난 7월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에서 윤종신의 ‘1월부터 6월까지’를 불렀을 때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없던 이별도 했을 것 같은 목소리”라고 평했다. 민서의 소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이자 28년 차 발라드 가수 윤종신도 “민서가 부르면 같은 노래에도 애조(哀調)가 깃든다”고 했다.10. ‘좋아’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공식 데뷔 전부터 ‘차트 1위 가수’가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공개되자마자 음원차트 1위를 지키고 있는 ‘월간 윤종신 11월호’의 ‘좋아’에서 민서는 담담한 투로 노래한다. 말을 건네듯 가사를 읊고 군더더기 없이 올리는 고음에 적절히 호흡을 섞을 뿐이다. 화려한 기교를 쓰거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내보이는 것도 아닌데 오직 목소리만으로 듣는 이의 감정을 동하게 하는 것은 민서가 가진 특별한 재능이다.
스스로도 제 목소리에 묻어있는 슬픔이 좋다는 민서와 이야기를 나누며 문득 어떤 문장이 떠올랐다. 민서가 좋아한다는 일본의 소설가의 책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에 나오는 문장으로, 재즈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몽크의 말을 옮긴 것이다.
“어떤 음에다 자네가 확실하게 의미를 담으면, 그것이 다르게 울려퍼지지.”
민서: 정말 실감이 안 나요. 내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에요. 가깝지만 먼 사람의 이야기 같다고 할까요? 엄마, 아빠, 친구들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은 난리가 났는데 저는 실감이 안 나요. 아침마다 떨면서 차트를 확인하는데 1위에 제 이름이 계속 있어서 기분이 좋긴 하더라고요.(웃음)
10. ‘좋아’를 부르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나요?
민서: 걱정했어요. ‘좋아’의 원곡인 ‘좋니’와 멜로디라인이 거의 비슷하다고 해서요. ‘좋니’는 정말 부르기 어려운 노래예요. 고음도 힘들고요. 거기다가 차트 1위, 음악방송 1위를 휩쓸었던 곡을 리메이크하는 것이니 ‘내가 잘 불러야 하는데’라는 생각밖에 없었죠.
10. 윤종신 PD는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요?
민서: 종신 쌤은 제 스타일을 존중해주세요.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해석한 대로 불러보라’고 하셨죠. 그러다가 조금 바꾸면 좋겠다 싶은 부분들만 짚어주고, 제가 너무 감을 못 잡는다 싶으면 직접 그 소절을 불러주면서 최대한 제 느낌을 살려주시려고 했어요.
10. ‘좋니’와 ‘좋아’에 대한 각각의 감상평이 궁금해요.
민서: ‘좋니’는 처음 듣고 종신 쌤에게 ‘이 남자, 너무 찌질한 것 아니냐’고 물어봤어요.(웃음) 정말 남자의 입장에서 쓰인 가사잖아요. 남자들이 술 먹고 노래방에서 엄청 부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좋아’의 가사가 더 마음에 들었어요. 두 곡이 나타내는 남녀 시점의 차이가 매력적이잖아요. 특히 ‘좋아’의 여자는 이미 이별의 슬픔을 충분히 겪고 아픈 시간을 지나보냈기에 현실을 보다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을 거예요.
10. ‘좋아’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가사가 있나요?
민서: ‘몰래 흘린 눈물 아니, 제발 유난 좀 떨지 마’ 이 소절이요. ‘몰래 흘린 눈물 아니’를 부를 땐 슬펐는데 바로 다음 가사인 ‘제발 유난 좀 떨지 마’를 부를 때는 분노의 감정을 잔뜩 담아 불렀어요. 이렇게, ‘제발 유난 좀 떨지 마!’ (일동 웃음)
10. 차트 1위 후 주위의 반응은 어때요?
민서: 우선 아빠가 엄청 기뻐하셨어요. 마치 집안에서 슈퍼스타가 나온 것처럼…(웃음) 친구들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불렀던 걸 알아서 ‘드디어 잘 됐다’고 좋아하고요. 특히 함께 음악을 해왔던 친구들이 기뻐해줬어요. 아직 미약하지만 제가 그들에게 길을 열어준 느낌이라 저도 기분이 좋아요. 하루 빨리 필드에서 다 같이 만나 함께 작업도 하고 공연도 열고 싶어요.
10. ‘좋아’의 흥행 때문에 데뷔앨범에 대한 부담이 크겠어요.
민서: 감사한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죠. ‘좋아’는 ‘윤종신’이라는 이름과 ‘좋니의 답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곡이잖아요. 그것 때문에 기대 받았고 성적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반면 제 데뷔앨범은 모든 수식어가 빠지고 오직 ‘민서’라는 이름만 남게 될 테니 성적은 기대하지 않아요. 바람이 있다면 차트 100위 안에 진입해서 낮은 순위라도 오래오래 지키고 싶어요.(웃음)
민서: 감사해요. 다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어요. 음원을 녹음하고 모니터하는 과정도 배우고 덕분에 목소리를 다양하게 낼 줄도 알게 됐고요. 9월에는 페스티벌 ‘2017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에도 참석했는데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면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내게 큰 행복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어요.
10. ‘윤종신의 뮤즈’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민서: 쑥스러운데… 종신 쌤이 ‘민서가 부르면 똑같은 노래에도 애조(哀調)가 깃든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제 목소리가 갖고 있는 슬픔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이라 잘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10. 그 슬픔은 어디서 비롯된 건가요?
민서: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멜랑꼴리(melancholy)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좋아했거든요.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가오리를 정말 좋아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 숲’,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은 여러 번 다시 읽었을 정도죠. J. M. 데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읽을 때마다 울어요. 영화는… (민서는 바로 영화 추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자신이 최근에 감상한 영화를 확인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지금 만나러 갑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이런 작품들을 여러 번 봤어요.
10. 슬픔을 슬프지 않게 그리는 작품들이군요.
민서: 맞아요. 특히 일본 문학 특유의 감성을 좋아해요. 우울함을 우울하지 않게, 오히려 밝게 표현하는 것이요.
10. 대화를 나누며 느끼는 에너지는 상당히 밝아서 의외의 취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민서: 하하. 사람들을 만날 때는 밝고 낙천적인, 제 안에 긍정적인 에너지들을 많이 쏟아내요. 그 에너지가 소진되면 앞서 말한 작품들을 보면서 다시 차분한 감정들로 빈자리를 채우고요.
민서: 물론 있었죠.(웃음)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3~4개월쯤 지나서 경연 영상을 다시 보는데 충격적이더라고요. ‘내가 노래를 저렇게 불렀나?’ 그 사이에 제 목소리가 많이 바뀌어 있었어요. 이후에 부른 ‘아가씨’ OST ‘임이 오는 소리’에서도 또 다른 목소리가 나왔고요. ‘슈퍼스타K7’이 끝나고 2년 동안은 시시각각 목소리가 변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민서’ 하면 떠오를 수 있는 소리가 완성되면, 그때 데뷔를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10. ‘슈퍼스타K7’ 당시와 지금의 목소리는 어떻게 다른가요?
민서: ‘슈퍼스타K7’ 때는 소리에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힘을 많이 줘서 본연의 목소리가 가려진 느낌? 지금은 수 차례 작업과 트레이닝을 통해 제가 가진 본래의 색깔, 보다 예쁜 소리가 돋보이게 됐어요. 이제 막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아요. 앞으로 다양한 음악을 하면서 더 많은 소리들을 발견하게 되겠죠?
10. 연습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민서: 많이 듣고 많이 불러요. 리듬감이 부족하다 싶으면 리드미컬한 노래를 부르는 식이죠.
10. 롤 모델이 있나요?
민서: 롤 모델이라고 하면… 동방신기를 통해서 가수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됐어요. 어릴 때 동방신기의 도쿄돔 공연 영상을 봤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멋지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발산하는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그때 ‘나도 저렇게 공연을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지금도 동방신기의 CD들을 소장하고 있어요. 저에게 정말 중요한 그룹이에요.(웃음)
10.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가수는 누구인가요?
민서: 정승환·샘김·권진아 선배요! 이야기하고 보니 ‘안테나 엔젤스’네요.(웃음) 정승환·샘김·권진아 선배처럼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아티스트들을 좋아해요. 곽진언 선배의 음악도 좋아하고요. 아예 색다른 장르의 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힙합 곡에 제가 피처링을 하는 거죠! 좋아하는 힙합 뮤지션은 정말 많아요. 레이블로는 AOMG와 팬시차일드를 좋아하고 래퍼 우원재, 해쉬스완의 음악도 즐겨듣습니다.
10. 미스틱의 장재인·에디킴·박재정도 ‘슈퍼스타K’ 시리즈 출신인데 활동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기도 하나요?
민서: 제가 ‘슈퍼스타K’ 시리즈를 전부 다 챙겨봐서 처음에는 같은 소속사 식구라는 게 신기했어요.(웃음) 지금까지 선배들과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요. 선배로서 후배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느낌보다 동등한 위치에서 응원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이렇게 하면 좋을 거라는 팁을 주는 정도로요.
민서: 원래는 발라드·포크·모던 록 장르를 추구했는데 미스틱에 들어오고 나서 여러 장르에 도전해보고 있어요. 앞으로 새로운 장르를 부를 때마다 제 안에 또 다른 보컬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레요.
10. 데뷔하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민서: 콘서트요. 규모는 상관없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어릴 적 상상한 ‘가수 민서’는 슈퍼스타 같은 모습이 아니라 소극장에서 노래 부르고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거든요.
10. 올해 웹드라마 ‘어쩌다18’에도 출연했는데 연기 활동에 대한 계획도 있나요?
민서: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요. ‘욜로(YOLO)족’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일상에서 해보지 못한 것들을 연기로 경험하고 싶어서요.
10.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민서: 정말 간단하지만 어려운 거예요. 행복하게 사는 것.(웃음) 궁극적인 삶의 목표예요. 물론 지금도 행복하죠. 그런데 차트 1위를 하고 유명해지는 건 일로서 느끼는 행복이잖아요. 이 외에 내 몸과 마음,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까지 모두 행복하게 만드는 게 꿈입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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