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요새 지친 거 같아요. 촬영장 가는 것도 두렵고요.”
배우 김남길은 솔직했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가감 없이 말했다. 당황한 건 취재진이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걱정하는 취재진을 향한 배려였다.
김남길은 2003년 MBC 3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선덕여왕’(2009)으로 스타반열에 올랐다. 이후 ‘나쁜 남자’, ‘상어’ 등 드라마는 물론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무뢰한’, ‘판도라’ 등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로 돌아왔다. 김남길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던 보험조사관 강수를 연기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뒤 영혼이 된 미소(천우희)와 흥미로운 동행에 나선다. 김남길의 힘을 뺀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인다.
센 캐릭터를 연기했던 김남길과 천우희, 여기에 주로 남녀의 멜로에 두각을 드러냈던 이윤기 감독의 조합이 돋보인다. 때문에 김남길은 “천우희랑 격정멜로를 하는 거냐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윤기 감독님의 전작에서 오는 기대치 때문에 멜로를 생각하는 것 같다. 남녀가 나오지만 사랑이 아닌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영화가 방향성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남길은 처음부터 ‘어느날’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인간과 영혼의 이야기는 김남길에게 낯설게 다가왔다. 영화는 “묵직하고 사실주의에 가까워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다”며 “강수의 정서가 확 와닿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 때문에 ‘어느날’을 택했다. 획일화된 한국 영화 시장에서 새로운 이야기와 관계를 다루는 영화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는 “대중들이 스피디한 영화에 길들여져 있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 잘 버는 영화가 최고지만 의미 있는 영화도 만들고 싶다는 목마름도 많다”면서도 “천만이 들지 못한 배우의 하소연”이라고 웃었다.
김남길은 영화를 찍으면서 상실감에 대해 생각했다. 아내가 죽은 강수를 연기하면서 소중한 걸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렸다. 김남길은 “‘어느날’은 우리네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해서 좋았다”며 “우리에게도 한 가지씩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 사는데, 아픔을 드러낸다고 세상이 이해해주거나 배려주는 건 없지 않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실에서 회복이 되는 이야기로 접근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서 이윤기 감독은 김남길의 뒷모습에 연출 초점을 맞췄다. 그는 “내 얼굴과 표정을 보여주고 싶은데, 옛날 감성을 가지고 있는 감독님들은 사람이 울고 아픔을 표현하는데 정면으로 촬영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나는 뒷모습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관객들이 몰라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남길은 매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자신의 성장을 느낀다고 했다. “작품과 인물을 이해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경험도 끄집어내고 돌아본다”는 그는 “그런 과정을 통해 생각이 바뀔 때도 있다.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하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질문에 확답을 내리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어느날’을 찍을 때는 제가 관계를 어떻게 맺어왔는지를 돌아봤어요. ‘판도라’ 때는 정치, 사회, 경제 이슈에 대해 고민을 했고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면서 제 자신도 발전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사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습관도 생겼고요.”
배우가 아닌 인간 김남길의 현재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도 주저 없었다. 그는 피곤하고 지쳐 있었다.
“예전에는 나에게 억만금이 있어도 배우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지금은 그냥 저를 위해 살고 싶어요. 내가 나를 위해 산다는 생각이 안들 때가 있거든요. 등 떠밀리듯이 사는 것 같아요. 저를 사랑하면서 살고 싶어요.”
브레이크 없이 계속 달려와서 지친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 김남길은 “그런 것 같다”며 “사람에 대해 지치고 최근에는 건강도 안 좋아졌다. 촬영장 가는 게 즐겁기만 했는데, 지금은 두려운 생각도 든다”고 했다.
“요즘은 쉽지가 않네요. 제가 겁쟁이처럼 느껴져요. 문제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맞닥뜨려야 하는데, 핑계를 대면서 피하지 않았나합니다. 그런데 제가 긍정적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 같아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배우 김남길은 솔직했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가감 없이 말했다. 당황한 건 취재진이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걱정하는 취재진을 향한 배려였다.
김남길은 2003년 MBC 3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선덕여왕’(2009)으로 스타반열에 올랐다. 이후 ‘나쁜 남자’, ‘상어’ 등 드라마는 물론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무뢰한’, ‘판도라’ 등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로 돌아왔다. 김남길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던 보험조사관 강수를 연기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뒤 영혼이 된 미소(천우희)와 흥미로운 동행에 나선다. 김남길의 힘을 뺀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인다.
센 캐릭터를 연기했던 김남길과 천우희, 여기에 주로 남녀의 멜로에 두각을 드러냈던 이윤기 감독의 조합이 돋보인다. 때문에 김남길은 “천우희랑 격정멜로를 하는 거냐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윤기 감독님의 전작에서 오는 기대치 때문에 멜로를 생각하는 것 같다. 남녀가 나오지만 사랑이 아닌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영화가 방향성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남길은 처음부터 ‘어느날’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인간과 영혼의 이야기는 김남길에게 낯설게 다가왔다. 영화는 “묵직하고 사실주의에 가까워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다”며 “강수의 정서가 확 와닿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 때문에 ‘어느날’을 택했다. 획일화된 한국 영화 시장에서 새로운 이야기와 관계를 다루는 영화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는 “대중들이 스피디한 영화에 길들여져 있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 잘 버는 영화가 최고지만 의미 있는 영화도 만들고 싶다는 목마름도 많다”면서도 “천만이 들지 못한 배우의 하소연”이라고 웃었다.
그 과정서 이윤기 감독은 김남길의 뒷모습에 연출 초점을 맞췄다. 그는 “내 얼굴과 표정을 보여주고 싶은데, 옛날 감성을 가지고 있는 감독님들은 사람이 울고 아픔을 표현하는데 정면으로 촬영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나는 뒷모습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관객들이 몰라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남길은 매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자신의 성장을 느낀다고 했다. “작품과 인물을 이해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경험도 끄집어내고 돌아본다”는 그는 “그런 과정을 통해 생각이 바뀔 때도 있다.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하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질문에 확답을 내리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어느날’을 찍을 때는 제가 관계를 어떻게 맺어왔는지를 돌아봤어요. ‘판도라’ 때는 정치, 사회, 경제 이슈에 대해 고민을 했고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면서 제 자신도 발전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사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습관도 생겼고요.”
“예전에는 나에게 억만금이 있어도 배우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지금은 그냥 저를 위해 살고 싶어요. 내가 나를 위해 산다는 생각이 안들 때가 있거든요. 등 떠밀리듯이 사는 것 같아요. 저를 사랑하면서 살고 싶어요.”
브레이크 없이 계속 달려와서 지친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 김남길은 “그런 것 같다”며 “사람에 대해 지치고 최근에는 건강도 안 좋아졌다. 촬영장 가는 게 즐겁기만 했는데, 지금은 두려운 생각도 든다”고 했다.
“요즘은 쉽지가 않네요. 제가 겁쟁이처럼 느껴져요. 문제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맞닥뜨려야 하는데, 핑계를 대면서 피하지 않았나합니다. 그런데 제가 긍정적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 같아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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