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중인 성종완 / 사진제공=(주)NEO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중인 성종완 / 사진제공=(주)NEO
흔히 쓰는 ‘두 마리 토끼를 잡다’라는 말. 과연 현재의 성종완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연출로, 또 배우로 바쁘게 살고 있는 그는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두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과 또 다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그것. 더군다나 앞선 작품은 연출로, 다른 작품은 배우로서다.

2006년부터 배우로 공연 무대에 오르기 시작한 성종완은 5년이 흘러 연출과 각본, 가사까지 손을 뻗쳤다. 머릿속 그림을 풀어놓는 작업이 마냥 즐거운, 공연을 완성하는 과정만큼 흥미로운 건 없다는 그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20일 막을 올린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4년 만에 배우로 관객 앞에 섰다. 동시에 연출가로서 ‘로미오와 줄리엣’도 성공적으로 공연을 올렸다. 두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작품의 영감을 얻은 그의 2017년은 더 찬란하리라.


10. ‘로미오와 줄리엣’과 ‘어쩌면 해피엔딩’의 공연 시기가 공교롭게 겹쳤다.

성종완 : ‘어쩌면 해피엔딩’을 먼저 약속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이어졌는데, 두 작품의 일정이 미뤄지고 당겨지는 바람에 동시기에 무대에 오르게 됐다.

10. 사실 한 작품은 연출, 또 다른 작품은 배우로 임하고 있다. 괴리감은 없나.
성종완 : 딱히 그런 건 없는데, 양쪽 모두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은 좀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예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폐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양쪽에서 욕을 먹는 상태가 되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고. 두려움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아서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10. 포지션이 다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거다.
성종완 : ‘로미오와 줄리엣’은 창작 초연인데다 신예 배우들을 끌고 가야 하는 입장이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공연을 올리고 많이 해소됐다. 포지션의 차이로 생긴 책임감이 컸는데, 맡은 역할만 잘 하면 될 것 같다.

10. 배우로서는 오랜만이다. 연출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고 생각했는데.
성종완 : 배우로 무대에 서고 싶은 의지는 늘 있었다. 불러주는 곳만 있으면 서고 싶은데, 기회가 없는 거지.(웃음) 오랜만에 배우로 공연을 하니 즐겁다.

10. 사실 시작도 배우이지 않나.
성종완 : 배우로 데뷔를 했다. 나를 불러 주지 않는 5년 전까지는 쉼 없이 무대에 섰다. 5년이 흐르니 스스로 노력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정체돼 있더라. 배우로서 비전이 있을까 의심도 했고, 전향이라기 보다 하나를 포기 한 거고 다른 하나를 잘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다. 연극과에 입학할 때도 배우가 돼야겠다는 마음보다, 윤석화가 ‘연극인’이라고 소개하는 걸 보고 막연히 동경했다. 사실 지금도 꿈을 이루는 과정이다.

10. 연출에 극본까지 직접 쓰지 않나.
성종완 : 우려했던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연출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봐도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상상을 풀어내고 수정하는 과정이 힘겹고, 사고의 고통이 시작되고 평가받는 순간까지 스트레스인 건 맞다. 그런데 또 스스로 가장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 더 신나게 하고 있다.

10.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에 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성종완 : 부담 없이 초심에 가깝게 하고 있다. 사실 5년 전도 지금처럼 했다. 지금 배우로 성공한 다른 친구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했다면, 나는 그때도 즐겼다. 늘 제자리에서 현재만 즐긴, 그 경쟁에서 5년 후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배우로서 야망도 있다.

성종완 연출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성종완 연출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연출로서 공연을 만들고 있기에 보는 눈도 달라졌겠다.

성종완 : 분명 달라지는 게 있다. 좋게 승화시킬 수 있는 선택이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4년 전 무대에 오를 때 ‘연출적인 시각을 갖고 연기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연출을 하며 다른 배우들을 보니까 알겠더라. 오히려 연출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

10. 연기자의 마음도 더 공감할 수 있을 테고.
성종완 : 연기를 하지 않았던 분들과 비교를 하자면, 배우들의 감성을 배려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여느 연출처럼 굴더라. 배우의 속을 헤아리기 보다 본분을 다하기 위해, 처음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지를 체크하다 보니까 디렉션을 줄 때도 관객의 입장이 된다.

10. ‘로미오와 줄리엣’과 ‘어쩌면 해피엔딩’ 모두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성종완 :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스스로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작품 전체를 생각해야 했지만,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적인 상상을 통해 끌어오진 않았다. 제임스와 올리버의 관계를 마치 반려동물처럼, 아들처럼, 아내처럼 접근했다. 인물의 관계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했다. 반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세계관, 하고 싶은 말에 대해 고민했다.

10. 두 작품을 통해 영감도 얻었나.
성종완 : 차기작도 욕망에 들끓는 인물이 나오는 작품을 할 예정이었는데, 다른 생각이 좀 들었다. 팀 버튼식의 동화 같은. 기이하고 괴상한 동화의 분위기이지만 따뜻한 작품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묵직하고 통찰이 담겨있는 작품 말이다. 자신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다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표현해보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망이 생겼다.

10. 공연을 만들어가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인가.
성종완 : 동료 배우와 공감하면서 눈을 맞추고 교감할 때이다. 그런 날은 끝나고 배우들끼리도 ‘오늘 좋았다’고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익숙하지 않나. 연습을 수도 없이 하는데. 그럼에도 어떤 날은 무대 위에서 불현듯 처음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10. 얻은 것이 많을수록,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겠다.
성종완 :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선보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에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작가, 작곡가가 정성껏 만들었고 단계를 밟아가며 긴 시간 공들였기 때문이다. 어느 작품이나 취향을 타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여러 가지 정성이 많이 느껴져서, 관객들이 잘 봐주시는 것 같다.

10. 연출로서의 쾌감은?
성종완 : 큐가 들어맞을 때보다 더 짜릿한 순간은 배우가 예상하지 못한 연기를 보여줄 때다. 연출로 많은 부분 디자인을 하고 큐 사인은 늘 디자인한대로 나오기 마련인데 100점, 120점 200점도 존재한다. 최상의 연기 그 이상을 해낼 때, 그 순간이 소름이다.

10. 연기에 대한 애정은 말속에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언젠가는 극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까지 참여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성종완 :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고, 대중들이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해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할 수도 있지 않을까.

10. 작가로서 영화나 드라마 제안도 받았을 것 같은데.
성종완 : 영화 제안을 받고 작업도 두 차례 정도 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고, 드라마 역시 그랬다. 그 장르만의 특기들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로는 잘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 3편 정도를 남기고 싶다. 영화 공부가 만만하지는 않지만 공부를 해서 잘 만들어보고 싶다.

10. 올해 연출 또 배우 성종완의 계획과 목표는?
성종완 : 올 6월께 신작을 올리자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뮤지컬이고, 아직 확정은 아니다. 7월에는 뮤지컬 ‘사의 찬미’를 올린다. 그리고 11월에 또 다른 작품을 예정 중이다. 1등을 하거나, 주류의 감성을 갖고 있지 않다. 늘 비주류였고 아웃사이더이길 원하는 성향을 지닌 나였다. 개성 있는 창작자로, 나름의 길과 영역이 있는 인물로 기억되고 싶은 바람이다. 모든 사람의 기호를 맞출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보고 싶은 작품을 만들 때 같이 좋아해 주는 분들과 작품을 할 수 있는, 색깔 있는 공연을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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