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부산행’ 배우 정유미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 NEW
영화 ‘부산행’ 배우 정유미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 NEW
⇒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10. 연상호 감독의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도 많았다. 좀비가 떼로 몰려오는 ‘떼씬’을 실사화한 것도 인상깊었는데, 실제 촬영장의 분위기도 궁금하다.
정유미: 스턴트팀과 좀비를 맡은 배우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내가 촬영장에서 인상 깊었던 기억은 마지막 촬영장이다. 좀비 배우들이 예전에 학교에서 하던 국민 체조를 하면서 몸풀기를 했다. 분장한 상태로 단체로 서서 했는데 굉장히 무서웠다.

10. 칸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흥행에도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을 텐데.
정유미: 그런 부담감은 전혀 없다. 다른 작품들도 그랬고, 보라고 만든 거니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또 내가 어떤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들 그것을 모두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시나리오를 놓고도 배우들의 생각이 다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생각도 다 다른데, 영화는 더 그렇겠지. 그나마 자신있게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는 마음만 열어놓고 본다면 보는 이가 각자의 재미를 찾아갈 수 있다는 거다. 또 내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닌지하는 생각도 들어서, 각자 보고 싶은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10. 칸에서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도 궁금하다.
정유미: 영화 관객이 2500여명 정도 되는데, 초반부터 누군가가 정의로운 행동을 할 때마다 휘파람도 치고 박수도 치더라. 슬픈 장면이 나오면 훌쩍거리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런 반응은 어디서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놀이기구를 타듯이 영화를 즐기는 것, 타 관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 그렇게 몰이를 한번 해주면 좋겠다.(웃음)

10. 마지막에 십분 넘게 박수가 이어졌다던데.
정유미: 아닌데.(웃음) 한 오분 받았나 싶다.

10. 드라마로 만난 지는 벌써 2년이 됐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영화보다는 드라마인데.
정유미: 2년이나 됐는지 몰랐다. ‘부산행’도 찍고 ‘히말라야’도 찍고 나름 열심히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또 드라마로만 저를 접했던 분들은 오랜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사실 나는 매일 매일 촬영하고 싶다. 마치 회사원처럼, 주말 빼고 매일 매일.(웃음) 촬영하는 것이 매일 재밌었다. 내가 재밌어야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늘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 ‘부산행’ 배우 정유미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 NEW
영화 ‘부산행’ 배우 정유미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 NEW
10. 작품 활동 외에 관심사는 무엇인가.
정유미: 요즘은 운동에만 몰두하고 있다. 어떤 때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요즘 비는 시간에는 운동하면서 보낸다. 잡생각 떨쳐내기에도 좋다. 내가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마음의 준비는 물론 체력적인 준비도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고 있다.

10. 인스타그램으로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즐거움을 느끼는지.
정유미: 재밌다. 나도 처음에는 겁도 났지만 되게 외로워서 시작했다. 보여 줄려고 한 것은 아니고 외로워서 한 거다. 또 내가 올린 사진 하나를 놓고서도 (사람들이) 이렇게 다르게 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한다.

10. 그러한 반응을 보면서 어떤 느낌을 갖나.
정유미: 시덥잖은 걸 하는거다.(웃음) 내가 무슨 대단한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어떤 것에 대해 (사람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10. ‘인간 정유미’에 대해 더욱 궁금해진다. 그러면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정유미: 한 때 음식을 만드는 것을 되게 좋아했었다. 그런데 소질이 없는 것 같다.(웃음) 망쳤다기 보다는 양을 못 맞춰서.(웃음) 요리라는 게 라면 끓여먹는 거랑은 다르더라. 양식도 그렇고 한식도 그렇고 요리에 취미를 가져서 쿠킹 클래스를 나가본 적도 있다. 한참 전인데 너무 오래됐다. 한식은 손이 많이 가더라. 그 다음에는 파스타나 디저트도 만들어봤다. 그런데 양을 못 맞춰서. 손맛은 있다.(웃음) 이 후로는 그냥 재료들 사서 소소하게 혼자 잘해먹고 그런다. 한때 떡국에 꽂혀서 떡국만 만들었던 적이 있다. 한 가지에 꽂히면 계속 그것만 만든다. 최근에는 파를 엄청나게 많이 넣어서 두꺼운 삼겹살 두 덩이랑 같이 자주 해먹었다. 배가 고프면 파랑 삼겹살 생각이 많이 난다. 얼마 전에도 너무 먹고 싶었는데 밤 11시에 운동이 끝났는데 끝나자마자 너무 먹고 싶어서 혼자라도 집에 가서 구워먹겠다는 심정으로 파와 삼겹살을 찾아 헤맸다. 그런데 집 근처에는 없더라. 마침 열두시에 문닫는 마트가 있어서 구워먹을 수 있었다.

10. 촬영장에서 밥차는 입맛에 잘 맞았나.
정유미: 나 밥차 밥 잘 먹는다. 밥차에서 일해주시는 아줌마, 아저씨들이랑도 친하다. ‘히말라야’에서 밥해주시던 분들이 ‘부산행’에서 우리 세트장 옆에 있더라. 그래서 떡볶이도 얻어먹고 되게 좋았다.

10. 배우로서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나 캐릭터는.
정유미: 다 해보고 싶지.(웃음) 나는 내 작품에서 ‘이거는 내가 했었어야만 한다’라는 것을 만들어내고 싶다. 그런 욕심은 있다. 또 다양한 역할도 맡을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역할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10. 죽을 때까지 배우를 하고 싶은가.
정유미: 죽을 때까지는 모르겠고 일단은 계속 하고 싶다. 좋아서 재미있는 게 아니라 힘들 때도 있고 재밌을 때도 있어서 ‘이게 사는 건가 보다’하고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다. 다들 일하면서 그러지 않나. 나도 이런 감정들을 사람이니까 느끼는 거고 부닥치는 거다. 이런 생각 요즘 많이 한다.

10. 마지막으로, 정유미가 말하는 ‘부산행’이란?
정유미: 올 여름은 부산으로! 좀비가 네 뒤에 있다. 정도로 하겠다.(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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