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조슬기
조슬기
노란 풍선과 뜨거운 함성이 공연장을 뒤엎고, 그 중심에는 여섯 명의 남자들이 눈시울을 붉힌 채 서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이다. 여섯 남자들은 1997년 데뷔해 대한민국의 아이돌화를 이끈 1세대 그룹 젝스키스로, 이날 모든 멤버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공연장에 모인 팬들과 시청자, 그리고 젝스키스는 지난날을 추억하며 눈물을 훔쳤다.

무려 16년 만이다. 방송 이후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더불어 당시 젝스키스와 라이벌로 활동한 H.O.T의 복귀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만약 올해 이들의 무대도 성사된다면, 약 15년 만에 팬들 앞에 서는 것이다.

대중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돌의 귀환을 반긴다. 활동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이후 각자의 삶에 몰두한 탓에 팬들은 목말랐고, 대중은 궁금해 했다.

젝스키스는 2000년, 해체를 공식화했다. 당시엔 그룹 내의 솔로, 유닛 등 개별 활동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못해 뜻을 오랫동안 함께할 수 없었다. 이는 해체의 이유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연유에서 과거 아이돌의 수명은 짧았다.

팀이 와해되는 가장 빈번한 이유는 멤버의 탈퇴다. 다른 길을 도모하고자 하는 뜻이 배경이 된다. 가령 가수가 아닌 연기자의 길을 택하기도 하고,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2007년 데뷔한 원더걸스의 리더 선예는 2013년, 결혼을 발표하며 팀을 나갔다. 같은 팀의 소희 역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위해 지난해 그룹 탈퇴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에프엑스(F(X))의 설리도 지난해 팀을 나와 연기자 전향을 선언했다. 최근에는 투애니원(2NE1) 공민지가 그간 몸담았던 YG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며, 팀 탈퇴 수순을 밟았다.
공민지
공민지
이들은 모두 바뀐 형태의 팀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원더걸스는 선미와 혜림이 빈자리를 메우고 그룹 색깔을 바꿨다. 에프엑스는 4인조로 활약하고, 투애니원도 마찬가지로 멤버의 추가 영입 없이 3인조로 활동할 것으로 예고했다.

해체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으나, 활동을 쉬고 있는 그룹도 있다. 카라의 경우인데, 이들은 니콜과 강지영의 팀 탈퇴로 한차례 팀의 변화를 겪었고, 이후 한승연과 박규리, 구하라 등이 소속사 DSP미디어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며 뿔뿔이 흩어졌다. ‘해체’가 아니라고 했지만, 언제 다시 모여 무대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2AM도 각기 다른 소속사에 몸담게 됐지만, 모든 멤버가 ‘해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엠블랙도 이준과 천둥의 탈퇴로 승호, 지오, 미르 등 3인조로 팀을 재정비해 음반을 냈다. 또 애프터스쿨처럼 팀의 구성을 달리해 1, 2기 등 기수의 변화를 주어 활동하는 팀도 있다. 쥬얼리도 이 같은 노선이었으나, 지난해 공식적으로 해체를 알렸다.

유독 국내의 아이돌만 수명이 길지 않은 것일까.
스맙
스맙
가까운 일본을 살펴보면, 국내에도 팬을 보유한 스맙(SMAP)과 브이식스(V6), 아라시 등은 각각 1991년과 1995년, 1999년에 데뷔해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해체가 드물어 최근 스맙의 ‘해체설’은 열도를 들썩이게 할 만큼 큰 화제였다.

물론 국내와 일본은 매니지먼트 계약부터 활동 방향까지 많은 부분 궤도를 달리한다. 우선 일본은 그룹 전체가 음반 외에도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위에 언급한 세 그룹만 봐도,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예능프로그램에서 재능과 끼를 보여주며 가수와는 별개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갈증을 해소하는 식이다.

반면, 국내 아이돌은 그룹으로는 음악 프로그램 외에 설자리가 마땅치 않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개별 활동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팀 탈퇴의 주축이 된다.

10년을 훌쩍 넘어 지난날의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풍경이 아닌, 폭넓은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하다 데뷔 2, 3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호흡하는 아이돌, 이 같은 그림이 자연스러운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최장수’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다양한 그룹이 오랫동안 그리고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날이 오기를.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텐아시아DB, 후지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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