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김동률 이적
김동률 이적
많은 사람들이 가수 인순이의 곡으로 알고 있는 ‘거위의 꿈’은 사실 1997년 그룹 카니발(김동률, 이적)이 발표했던 노래다. 김동률이 곡을 썼고 이적이 가사를 붙였다. 당시 두 사람의 나이는 스물 넷. 그들은 젊었고, 그리하여 꿈과 불안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시간은 흘렀고, 청년들은 중년이 됐다. 마흔 둘의 나이. 카니발은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2015 김동률 더 콘서트’를 통해서였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지난 2008년 열린 카니발 콘서트 이후 무려 7년 만. 이적과 김동률은, 그러니까 카니발은 ‘축배’와 ‘거위의 꿈’을 부르며 벅찬 감동을 안겼다.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던 꿈은, 어쩌면 두 사람에게 현실이 됐을는지도 모른다. 김동률은 3일 동안 3만 여 관객을 운집시켰고, 이적의 소극장 전국 투어 공연도 매번 매진 행렬을 이룬다. 하지만 두 사람의 ‘거위의 꿈’이 여전히 감동적이었던 건, 그들이 꿈을 이뤄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여전히 꿈꾸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불안해하면서 말이다.

김동률은 이날 공연에서 “이런 규모의 공연을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공연 첫 날, 다리가 후들거리더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떨림과 긴장이 남아있어 다행인 것 같단다. 무대 위에 서 있으면서도, 무대는 여전히 김동률의 꿈인 듯 보였다. 그리하여 그는 여전히 불안해했고, 불안을 해소하고자 고민했으며, 고민을 타파하고자 성심을 다했다.

“그래도 우리가 열심히 음악해서, 아직도 사랑받는 뮤지션이구나.” 김동률의 말은 참으로 단순하고도 명료했다. 열심히 음악해서 아직도 사랑받는 거다. 꿈과 불안을 여전히 안고 있기에, 변함없이 마음을 건드리는 거다. 청년의 모습을 잃어버리지도, 그 안에 고여 있지도 않았다. 카니발은 잘 늙고 있었고, 덕분에 ‘거위의 꿈’의 감동은 늙지 않았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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