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그녀는 예뻤다


MBC ‘그녀는 예뻤다’ 8회 2015년 10월 8일 목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김혜진(황정음)에게 자꾸 관심이 가는 지성준(박서준)은 혜진을 쳐다보다 접촉사고를 내, 민하리(고준희)와 약속한 영화도 못 본다. ‘혜진’이라 믿는 하리에게 충실하려고 애쓰지만 자꾸 신경이 분산된다. 미국 본사의 압박에 한층 예민해진 성준은, 드레스 촬영장에서 혜진에게 화를 버럭 내며 그 자리에서 해고한다. 오해였음을 알고 돌아오라고 부탁하지만, 이번에는 혜진이 거부한다. 김신혁(최시원)은 성준이 뭔가 근본적으로 실수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혜진을 좋아한다고 선언한다.

리뷰
왜 성준은 혜진에게 그리 불같이 화를 냈을까? 크게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고, 혜진이 그렇게 촬영 전체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임무를 맡은 것도 아닌데, 혜진 때문에 거슬려서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고백은 참으로 놀라웠다. 그는 과연 자기가 혜진 앞에서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알고 있을까?

어수선한 촬영장의 수많은 사람 중 성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이는 사실 없었다. 신혁이 그 자리에 없었던 게 안타까울 정도였다. 하리 역시 다 알아들었을 것이다. 이 느닷없는 반응이 얼마나 커다란 액션인지를 말이다. 뒤늦게 온 신혁은 혜진을 ‘난리 끝에 해고’시켰다는 말만 듣고도 사태를 다 파악했다. 성준만 모른다. 그는 사랑에 빠져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다. 다만 현재로서는 불안감이 사랑에 못지않게 커서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성준은 자기도 통제가 안 될 정도로 혜진에게 주의가 기울고 있다는 고백을 그는 만인 앞에서 해버리고 말았다. 거의 선언인 셈이다. 온통 신경이 혜진에게 가 있고 실은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 엄청난 사실의 인정을, 가장 엉뚱한 순간에 화산 폭발하듯 터뜨리고 만 성준. 어쩌면 말하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그도, 자기를 누르고 있던 답답함이 뭐였는지 처음으로 정리된 것이었을까. 황석정 편집장의 “사람은 속마음과 반대로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은 오늘의 주술이 되고 만 것일까.

혜진은 성준의 이 분노가 낯설고, 잘 납득이 가지 않는 그의 불만들이 이해가 안 돼 난감한데다 ‘해고’라는 단어가 들려오자 거의 사색이 되고 만다. 황정음은 그 순간 혜진에게 오갔을 수많은 감정들의 미세한 변화를 다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관대하게 받아주고 웃어넘기려다가, 이게 뭔가 일이 커졌다는 당혹감과 경악에 이어 실망과 충격까지 그야말로 감정의 쓰나미였다. 마침내 그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혜진. 그럼에도 원망하지 않는다는 느낌의 이 따뜻한 신호에, 성준은 간신히 제정신이 들고 만다. 둘의 놀라운 교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정말 화가 난 사람은 신혁이다. “여자친구에 대해 대체 뭘 알고 있습니까?”라며 성준에게 다그치는 그는, 아주 단호하다. 성준과 하리, 둘의 나약함과 우유부단함에 너무나 화가 나고 그럼에도 아무도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신혁은 이제 작정하고 교통정리에 나선다. 신혁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가 아끼는 혜진이 마음을 다치지 않는 것이다. 신혁이 더 용감해져야 하는 이유다.

수다 포인트
-똘기자님, 업어주고 싶은 여자를 업는 방법도 가지가지네요. 바지 구멍을 얼른 가려 달라니 원.
-성준이 하리에게 ‘별로’라는 그 영화에도 아마 박서준이란 배우가 등장할 걸요?
-두 달만 성준이 옆에 있겠다며 속으로 말하고 우는 하리, 어떤 사연일까 궁금하네요.
-미행하는 성준과 그네 타는 혜진, 미끄럼틀에서의 인사까지 손발이 척척 맞는 숨바꼭질이었네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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