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살인의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살인의뢰’ 김성균.[텐아시아=황성운 기자] 김성균, 이 배우의 얼굴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 ‘화이’ 등 ‘센’ 역할만을 해왔다. 조폭이나 악역에 최적화된 배우로 느껴졌다. 그러다가 ‘응답하라1994’를 만나 포블리로 변신했다. 김성균이 보여준 의외의 모습에 대중은 뜨겁게 반응했다.
지난 12일 개봉된 ‘살인의뢰’에선 피해자다. 연쇄살인마에게 사랑하는 부인을 잃은 승현이 바로 김성균의 얼굴이다. 연쇄살인마 강천, 박성웅이라는 절대 악을 마주한 그는 정말 피해자의 모습이었다. 아내를 잃은 슬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과 분노 등 피해자의 감정을 쏟아냈다.
영화 속 김성균의 모습은 피해자가 전부는 아니다. 때론 가해자의 얼굴로 나타난다. 물론 이전에 했던 악역이나 센 역할을 맡았을 때의 모습과는 다르다. 사랑하는 아내를 찾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이렇게 김성균은 또 한 번 다른 얼굴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김성균 : 재밌었다. 3년 전후가 나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피해자들의 심리적 변화에서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부분도 도전해볼 만했다.
Q. ‘우리는 형제입니다’ 인터뷰 당시 포스터에 투톱으로 얼굴 걸린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분명한 건 마지막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포스터에 제대로 걸렸으니까.
김성균 : 지금도 순간순간 ‘꿈’이란 생각을 한다. 시사회 할 때 내 얼굴이 선배님들과 같이 걸려 있는 배너를 보면서 극장 계단을 내려가는 데 굉장히 현실적이지 않은 공간에 와 있다는 생각이다. 평소에는 현장에 있으니까 못 느끼다가 시사회 때나 이럴 때 보면 영화배우가 됐다는 것을 가끔 느끼곤 한다.
Q. 포스터에 얼굴이 크게 걸린 게 두 번째라서 느낌은 다르겠다.
김성균 : 하하. 사실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포스터에 얼굴 나오고, 큰 역할을 맡는 거에 의미를 두지 않아야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생 이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두려고 한다.
Q. 이미지 변신에 욕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품 선택에 있어 그 부분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김성균 : 기존 영화에서는 내가 보여주지 않았던, 감정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인물이다. 이전에는 안 해본 역할이라 언젠가는 해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마침 들어왔다. 그래서 ‘도전’을 외칠 수 있었다.
Q. 초반 아주 짧지만, 평범한 은행원으로 나오는 모습이 신선하긴 하더라.
김성균 :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더라. 야근하는 설정이고, 피곤해서 눈을 게슴츠레했는데 어둠의 뭔가 있다면서. 하하. 여하튼 그렇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그런데 그 평범한 게 조금 어색하긴 했다.
‘살인의뢰’ 김성균.
Q. 3년 전후로 나뉘는 데, 어떤 변화를 주고자 했나.김성균 : 3년 전후가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되면 안 될 것 같았다. 계획을 실행하기까지 용기를 냈지만, 과연 실행하는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고민했다. 나도 남잔데 멋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나. 살인범 같은 눈빛으로 사람을 찔러 죽여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흡도 힘들고, 힘겹게 죽이고. 그런 나 자신이 싫었다. 하하. 근데 자꾸 멋있게 나오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계속 아니다, 아니다를 되새겼다. 하하.
Q. 그 과정에서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도 있지만, 약간은 불친절하게 가는 느낌도 들었다.
김성균 : 편집과정에서 반전이 바뀌었다. 결말도 그렇고. 원래는 승현이 목을 매고 죽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살아있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살아있다는 걸 감추면서 나중에 ‘짠~’하는 거였는데 지금은 그냥 계속 보여준다. 그리고 초반에 승현이 죽는 거로 나와도 죽었다고 믿고 영화 볼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어떤 바보가 그렇게 생각하겠나. 하하.
Q. 극 중 승현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김성균 : 박성웅 선배 캐릭터가 죄책감 없이 가해한다면, 승현은 평범한 인물이니까 힘겹게 힘겹게 온 힘을 다 짜내 가해를 하는 거다. 그러니 진짜 나쁜 놈은 아닌 거다.
Q. 물론 배우가 주는 포스와 위압감부터 크게 달랐다.
김성균 : 우리 영화에서 살인범은 적수가 없다. 성웅 선배의 존재가 유약한 승현을 연기하기엔 딱 좋았다.
Q. 김성균이 아닌 어떤 배우라도 유약해졌을 거다. 그게 극명하게 보여서 강천이 더 무섭기도 했고.
김성균 : 한편으로는 그래도 남자인데 그렇게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3년 후에 전사가 돼서 살인범이랑 비등비등하게 싸우는 게 맞는 건가 고민했다. 그런 이야기를 감독님과 했는데 3년이란 시간도 짧고, 전직 특전사나 그런 게 아니라 평범한 은행원이다. 오대수(‘올드보이’)처럼 15년 훈련하다 왔다면 또 모를까. 하하. 그리고 일단 강천 앞에 가니까 저절로 유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무기가 그다지 무기가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이 살인범을 죽여야겠다가 아니라 빨리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서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Q. 박성웅과 처음 호흡이다.
김성균 : 남자다. 상경 선배는 섬세하게, 성웅 선배는 남자답게 챙겨준다. 그리고 승현한테는 무시무시한 가해자가 서 있는 느낌이었다. 완벽하게 무시무시했다.
Q. 방금 표현대로, 정말 완벽한 무시무시한 악역이다.
김성균 : 박성웅 선배님만 할 수 있는 악역이다. 내가 했으면 이렇게 무시무시하지 않았을 거다. 느낌이 전혀 다르다. ‘이웃사람’에서는 싸움 못 하는 살인범이다. 빈틈이 많고, 벌레 같은 이미지다. 그때 실제 벌레를 상상하면서 그 연기했다. 혐오하는 벌레 같은 이미지. 하하. 여하튼 성웅 선배는 본인의 장점이 극대화됐다. 특히 살인범이 나오는 스릴러는 절대 악의 공포가 있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깨달은 지점은 살인범이 나온 영화는 살인범이 잘 살아야 한다는 거다.
‘살인의뢰’ 김성균.
Q. 이전에 악역을 하긴 했지만, 이번 영화를 보면서 제대로 된 악역을 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겠다.김성균 : 하하. 남자 배우들은 극한의 악역에 대한 욕심들이 다 있나 보다.
Q. 그런데 시나리오 볼 때도 악역의 존재감이 무시무시했나.
김성균 : 시나리오 볼 때는 그 장면들이 이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화면이 현실감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 이상이다. 그리고 성웅 선배가 액션을 좀 배우셔서 때리는 각도나 끝처리를 능수능란하게 잘한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김상경과도 처음 호흡을 맞췄다.
김성균 : 현장에서 아줌마다. (익히 알고 있다.) 하하. 아줌마이면서 자기가 할 것은 노련하게 한다. 자기 할 것 다 하고, 수다는 수다대로 떨고. 스태프 몸 상태까지 챙긴다. 또 현장 통제도 하시고. 인생을 잘 사는 느낌의 아줌마 같다. 사람이 가벼워서 말이 많은 사람의 느낌은 전혀 아니다. 상경 선배를 처음 뵙기 전에 굉장히 학구적이고, 연기만 생각하고, 연기를 철학 하듯 대하는 분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아줌마더라.
Q. 승현을 연기하면서 답답하다는 말을 했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답답하다는 건가.
김성균 : 일단 사랑하는 사람의 행방을 알 수 없는 것과 정말 죽이고 싶은 살인범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죽고 싶은 데 죽을 수 없는 환경까지, 이런 것들이 답답했다. 엔딩 장면을 찍을 때도 사랑하는 사람이 묻혀 있는데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빨리 찾아서 집에 가고 싶었다.
Q. 아무래도 센 캐릭터는 표면적으로 보여줄 게 많지만, 피해자는 슬픔이나 분노 등 감정적인 표출이 더 많은 것 같다. 김성균 역시 이전 작품보다 그런 점에서 감정 표출이 더 많다.
김성균 : 힘들었다. 계속 가슴이 아프게끔 만들고 현장에 갔다. 뭐가 쉬울까, 어떻게 하면 이 장면을 기능적으로 해낼까를 생각하는데 답이 안 나오는 거다. 결국은 내가 최소한이더라도 가슴이 아프고 가야지 할 수 있겠더라. 기능적으로 연기해서는 답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피해자의 심경을 조금이라도 닮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Q. 더욱이 영화 속에서 승현은 대부분 혼자다. 서로 주고받는 호흡이면 그래도 한결 수월했을 텐데.
김성균 : 맞다. 상대가 있으면 눈을 보고, 말을 듣는 데 혼자 있으니까 계속 내 안으로 빠져든다. 우울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려고 하더라. 생각해보니 ‘이웃사람’ 때도 혼자 있었다.
‘살인의뢰’ 김성균.
Q. 후유증이 좀 있었겠다. 김성균 : 찍는 동안 계속 우울했다. 말만 하면 눈물이 나고. TV를 보는데도 우울했고, 집에 있는 게 고통의 시간이었다. 실제로 겪는 일은 아니지만, 연기로 경험했더라도 비슷하게 경험한 거다. 그에 대한 찌꺼기들이 있었나 보다. 기억의 조각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했고.
Q. 승현의 입장에서만 보면, ‘살인의뢰’는 멜로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찾으려고 하는 거니까.
김성균 : 아주 좋은 해석이다. 찍으면서도 그 생각만 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찍었던 것 같다.
Q. 그런데 김성균과 ‘멜로’는 안 어울리나 보다. 달콤한 사랑을 좀 하나 했더니 살인마가 막아버리고.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약간의 멜로 장면은 편집되고.
김성균 : 하하.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이 남자가 이 여자를 어떻게 꼬셨을까부터 미스터리다. 근데 승아랑은 촬영 전 소품 사진을 찍으면서 종일 돌아다녔다. 그때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현장에서 만나도 좋았다.
Q. 멜로 부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없나.
김성균 : 원래 더 있다. 결혼 승낙받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없어졌다. 감독님께서 내가 (연애하고) 그러는 걸 못 보는 것 같다. 하하.
Q. 다음 작품할 땐 멜로 부분이 제대로 있는지 없는지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김성균의 멜로도 궁금하다.
김성균 : 그런 걸 안 하다 보니 간지러울 것 같다. 전화 통화하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져 NG 몇 번 냈다. 하하. 물론 그런 역할을 과감히 주실 감독님이 계시면 할 의향은 있다. 정상적인 멜로를 해보고 싶다. 하하.
텐아시아=황성운 기자 jabongdo@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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