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 랩스타’ 1회
아이돌 래퍼에 대한 편견을 깰 때가 왔다.아이돌에 대한 편견은 오래 전부터 쌓여왔다. 아이돌 그룹 멤버 중 노래를 못해서 랩을 하는 사례가 편견의 시작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흑역사에 가까운 랩 영상이 종종 회자되기도 한다. Mnet ‘언프리티 랩스타’ 1회에서도 편견은 그대로 드러난다. 지민이 등장하자 당시 자리에 있던 래퍼들은 “아이돌?”, “AOA에서 랩? 잘 하나 보지?”라며 실력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결국 지민이 자기소개 싸이퍼 미션을 실패하자 제시는 “저는 솔직히 못 할 줄 알았어요. 아직 힙합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지민은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다른 분들이 ‘힙합 원래 좋아하냐’고 물어보더라. 좋아하니까 나왔겠죠. 무시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울게 아닌데 왜 우는지 모르겠다. 죄송하다”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돌 편견에 부딪힌 것이다. 이후 지민은 아이돌로서 쌓은 무대 경험으로 100초 싸이퍼 미션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본격적으로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지민의 실력에 대해 미심쩍은 눈빛을 보냈던 래퍼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아이돌 세계에서 노래를 못해서 랩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랩메이킹 능력은 기본이며 언더그라운드 출신 래퍼들도 아이돌 그룹에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빅뱅의 탑을 비롯해 블락비 지코, 박경, 피오와 위너 송민호, 비투비 이민혁, B.A.P 방용국, 방탄소년단 랩몬스터, 슈가, 스피드 태운, EXID LE, 헬로비너스 라임 등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들은 특정 힙합 크루에 소속됐거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믹스테이프 등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의 실력을 키워왔다. 물론, 언더그라운드 출신이 아니어도 음악적 재능을 펼친 아이돌 래퍼들도 많다.
언더 출신 아이돌 래퍼들, 탑, 지코와 피오, 랩몬스터, 방용국(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란 이미지가 강하지만, 아이돌 기획사는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각종 행사나 콘서트는 돈 주고도 사지 못할 소중한 경험들이다.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과 기획력을 가진 기획사라면 원석이 지닌 재능을 보석으로 거듭나게 만들기도 한다. Mnet ‘쇼미더머니3’의 우승자도 아이돌그룹 아이콘으로 데뷔할 YG의 바비다.아이돌을 향한 무조건적인 편견 깨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아이돌 그룹의 경우, 분명 부족한 실력을 갖고 있으며, 기획사의 콘셉트에 맞춘 기계적인 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힙합이나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에 ‘그럼 그렇지’라는 편견이 쌓여 간다. 그럼에도 AOA 지민을 비롯해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돌이 있다. 빅뱅을 시작으로 샤이니, 비스트, 블락비, 비투비, B1A4 등등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싱에 나서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셀프 프로듀싱 아이돌들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AOA 지민은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한 목표에 대해 “아이돌을 우습게 생각 안했으면 좋겠다. 아이돌은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고, 진짜 다 잘하는 친구들이다. 요즘엔 운동, 공부도 잘해야 한다. 연습생 시간을 보낸 친구들이면 뭐든 다 잘 견디는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인데 저평가 된다. 아이돌이라고 색안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들 열정이 있다”고 전했다.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아이돌 래퍼에 대한 시각이 조금이라도 프리티하게 바뀌길 기대해본다.
⇒ 프리티 랩스타①AOA 지민, “아이돌을 우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인터뷰)
⇒ 프리티 랩스타② 걸그룹 래퍼 열전, 래퍼 감상 가이드북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