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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새 정규앨범입니다. 너무 오래 돼서 이제 감격스럽고 그런 건 없어요.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예요. 더 이상의 멤버 교체는 없습니다.”

결성 28년을 맞는 한국 록계의 터줏대감 H2O(에에치투오)가 6집 정규앨범 ‘스틸 포기…벗(Still Foggy…But)’ 발표를 기념해 21일 홍대 라이브클럽 프리버드2에서 쇼케이스를 가졌다.

1986년 싱글 ‘멀리서 본 지구’ 로 데뷔한 H2O는 ‘안개도시’, ‘걱정하지마’ ‘오늘 나는’을 차례로 발표하며 한국 록계의 대표적인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시나위, 백두산, 부활과 함께 한국 헤비메탈 붐을 이끌었고, 이후 뉴웨이브 스타일의 펑키(Funky)한 록을 시도하면서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음악을 들려줬다. 1993년에 발매된 3집 ‘오늘 나는’은 평론가들의 지지를 얻으며 ‘대중음악 100대 명반’ 20위에 선정됐다. 2004년부터 원년멤버인 리드보컬 김준원이 타미김(기타), 김영진(베이스), 장혁(드럼)과 함께 새로운 H2O를 이끌고 있다.

H2O는 한국 록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팀이다. 원년멤버인 김준원을 비롯해 시나위, 아시아나, 카리스마 등을 거친 김영진, 작은하늘의 장혁, 김종서 밴드 출신의 타미김은 국내 록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베테랑 뮤지션들이다. 이들은 록 뮤지션이 아이돌처럼 사랑받던 시절부터 암흑기에 이르기까지를 모두 몸으로 겪었다.

“1986년에 데뷔했을 때는 록밴드로 나왔지만 동시에 아이돌스타를 지향했어요. 그래서 화장도 하고 머리도 막 스프레이로 세웠죠. 하지만 2집부터는 마인드가 바뀌어서 화장을 지우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그때는 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자부심을 갖는 일이었어요. 음반사에서 판을 내주는 록밴드가 된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었죠.”(김준원)

“요새는 록밴드를 전부 인디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인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메이저도 아닌, 어쩔 수 없이 중간에서 표류하는 모양새인데 우리는 우리의 태도를 지키면서 음악을 하는 거죠. 록밴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김영진)

H2O는 새 앨범에 록의 정수를 담아내려 했다. 장르를 국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음악에 집중했다. 가진 것이 많은 명인들이기에 음악도 풍부하다. 연주자들이 모두 세션과 교수로 바쁘지만 앨범 작업에 최선을 다 했다.

“저희 멤버들이 각자 일이 있기 때문에 다작을 하기 힘든 환경이에요. 처음에는 싱글을 낼까 생각도 했죠. 하지만 곡들이 계속 나오면서 하나의 앨범이 완성됐죠. 특별히 표방하는 장르는 없습니다. 그때그때 나오는 곡들이 밴드 멤버들의 화학작용을 통해 하나의 곡으로 완성됐어요.(타미김)
H2O포스터
H2O포스터
6집은 작년에 나온 EP ‘유혹’의 곡들에 ‘안개 도시’ 리메이크 버전, 그리고 ‘별’ ‘왓츠 업(What’s Up)’ ‘원효’ 등의 신곡이 더해져 완성됐다. 록발라드 ‘별’에는 세월호의 슬픔이 담겼다. “작업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나쁜 일이 많았어요. 배가 가라앉고 온 국민이 고통 겪었죠. 그런 와중에 발라드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인위적으로 쥐어짜 나온 것이 아니에요.”(타미김)

‘원효’는 삼국시대의 승려 원효에 대한 노래다. “원효는 오히려 우리나라 보다 중국, 인도, 일본 등지에 더 많은 자료들과 이름이 남아있어요. 귀족 출신 승려이지만 과감하게 민초들에게 다가 가 춤과 노래로 설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가 그 시대의 록 스타였음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김준원)

H2O에게 ‘한국은 록의 불모지’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좋은 록을 만들면 대중에게도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록이 전 세계 뮤직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그런데 유독 한국은 록을 좋아하지 않는 나라라고 말하잖아요.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좋은 록을 해야 사랑받는 것이죠. 진심이 담긴 록을 하면 됩니다. 대중이 록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에요. 저희는 록으로 히트를 칠 수 있을 때까지 할 거예요.”(장혁)

H2O 멤버들은 후배들에 대한 격려도 있지 않았다. “실용음악과를 통해 한해에 수천 명의 연주자들이 졸업을 하고 세상에 나오죠. 우리가 젊었을 때에는 록 스타가 꿈이었는데 요즘 어린 친구들은 잘 나가는 세션맨이 목표라고 하더군요. 우리 음악시장이 다양한 음악을 다 담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진심을 담은 음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삼국시대에 원효도 신라에서 인도까지 가려 했는데, 우리도 길을 찾아야죠.”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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