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XTM ‘주먹이 운다-용쟁호투’ 최후의 1인이 가려진다.
18일 오후 XTM ‘주먹이 운다-용쟁호투’ 최후의 1인이 가려진다.
18일 오후 XTM ‘주먹이 운다-용쟁호투’ 최후의 1인이 가려진다.

남자들만 모이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제는 유머가 돼 버린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도 있고, 인기 예능 ‘마녀사냥’ 속 음담패설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헌데 요즘 남자들에게는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케이블채널 XTM ‘주먹이 운다-용쟁호투(이하 용쟁호투)’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최고의 강자를 가린다’는 설정은 비슷하지만, 이번 시즌은 느낌이 좀 다르다. ‘격투기’라는 극성 강한 소재로부터 출발한 ‘주먹이 운다’는 각종 이슈와 논란의 터널을 통과해 ‘용쟁호투’에 이르러 비로소 ‘드라마’로 꽃피웠다. 권민석, 김승연, 서동수, 홍성민 등 참가자가 살아남은 가운데 대망의 4강전과 결승전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용쟁호투’의 종방을 일주일여 앞둔 어느 날, 가장 가까이서 참가자들을 마주했던 세 남자를 만났다. ‘주먹이 운다’ 시즌1부터 연출을 맡아온 박성용 PD와 오는 내달 로드FC 선수로 데뷔전을 갖는 이종격투기 선수이자, 이종격투기해설위원 김대환, 그리고 개그맨으로 올 초 로드FC 무대를 통해 데뷔전을 치른 윤형빈이 그 주인공이다.

Q. 어느덧 종방까지 한 회만을 앞뒀다. 내부적으로 이번 시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성용 PD(이하 박): 이슈적인 측면에서는 강력함이 떨어졌다. 이번 시즌에는 ‘부산 협객’ 박현우, ‘전직 야쿠자’ 김재훈과 같이 강력한 한방이 없었다. 시청률이 소폭하락 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본다. 대신 ‘용쟁호투’에 이르러 포맷도 안정화되고, 여러모로 프로그램적인 측면에서는 성과가 있었다.

Q. 시즌별로 차이가 있긴 했지만, ‘영웅의 탄생’만 놓고 본다면 이번 시즌이 좀 더 밀도 있게 제작된 것 같더라. 팀별 미션에 집중했던 지난 시즌과는 그림이나, 전체적인 흐름 자체가 다르더라.
박: 이번 시즌에서는 최종 결승까지 가는 과정에 공정성, 객관성을 살려보고 싶었다. 지난 시즌과 달리 서두원-남의철 양강 구도로 가면서 참가자 별로 거의 ‘퍼스널 트레이닝’에 가까운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시청자는 물론, 참가자 자신이 만족하지 못할만한 수준의 경기를 보여주고 탈락하는 것일 테니까. 모두가 납득할 법한 과정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면 그게 곧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직결될 것으로 판단했지.

Q. 참가자들의 면면은 어떤가. 실력 외적인 측면에서도 시즌1 때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던데.
김대환 해설위원(이하 김):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매 시즌 참가자들의 수준을 올라갔다. 어느덧 네 번째 시즌까지 오게 됐는데, 이제야 프로그램에 ‘무도’(武道)라는 메시지가 담기는 것 같다. ‘무도’는 ‘무술’(武術)과는 다르지만, 연관성이 있는 부분이다. 실력 향상을 위해 많은 수련을 거듭한 참가자들은 자연스레 인성적으로도 변화를 겪게 되니까. 또 이번 시즌에는 단순히 자기 이름을 알리려는 사람들보다, ‘열심히 살아보자’,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보자’는 사람들이 많이 참가한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격투기의 진정성이 나오는 게 아니겠나.

Q. 확실히 이번 시즌에서는 개인적인 배경보다 ‘진정성’을 드러내 보인 참가자들이 인기를 얻는 것 같더라. 최종찬, 유강설, 안기수 등의 참가자들이 그랬다.
박: 참가자를 ‘싸움 괴물’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봐 주는 거다. 기억에 남는 게 최종찬 참가자의 경우에는 XTM 온라인 게시판에 응원 메시지가 많이 올라왔다. 특히 아주머니들이 그렇게 좋아하신다더라, 하하하.

Q. ‘갱생(更生)’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회차를 거듭하면서 참가자들이 실력과 인성 면에서 모두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김: 격투기를 제대로 배운다면 당연히 따라올 법한 현상이다. 참가자별 개인 훈련을 할 때 보면 각 팀 코치진의 압박이 대단하다. 대다수 참가자가 일반인인데, 어디서 그런 상황을 겪어봤겠나. 그런 상황 속에 있으면 밖에서는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다가도, ‘아, 내 실력이 별것이 아니구나’ 혹은 ‘진지하게 격투기를 배워봐야겠다’는 식으로 자신의 객관적인 위치를 확인하게 된다.

‘꽃미남 파이터’로 이름을 알린 권민석은 그라운드의 약점을 극복하고 박종찬을 누른 뒤 4강에 올라 반전 드라마를 썼다.
‘꽃미남 파이터’로 이름을 알린 권민석은 그라운드의 약점을 극복하고 박종찬을 누른 뒤 4강에 올라 반전 드라마를 썼다.
‘꽃미남 파이터’로 이름을 알린 권민석은 그라운드의 약점을 극복하고 박종찬을 누른 뒤 4강에 올라 반전 드라마를 썼다.

Q. 그런 상황에서 참가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때 ‘드라마’가 탄생하는 것 같다.
박: ‘주먹이 운다’의 최초 기획도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가 챔피언을 만들고, 전문 선수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지 않나. 서로 다른 목적은 가진 사람들이 승패를 떠나 그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경기장에서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것, 그 과정에 담긴 고뇌 자체가 굉장히 인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Q. 그게 케이지 안이라서 가능한 것 같다.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사회적인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어지니까.
김: 케이지 앞에서는 오직 ‘케이지에 들어가 본 자’와 ‘케이지에 들어갈 수 없는 자’, 두 부류만 있을 뿐이다. 시즌1부터 해설을 하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도 자주 마주했다. 항상 참가자들이 전화로는 “내가 가서 다 XX거다”는 식으로 세게 이야기를 한다. 근데 막상 예선 현장에 가보면 안 오는 분들이 4~5명씩 꼭 있다. 전화도 안 받는다, 하하. 케이지 안에 들어간다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Q. 고비를 넘은 뒤에도 고난은 계속된다, 하하하. 그때마다 코치진이 참가자들에게 큰 힘이 돼주는 것 같더라. 경기에서 패배한 뒤 코치진들과 얼싸 안고 우는 모습을 볼 때 가슴 뭉클한 적이 많았다.
윤형빈(이하 윤): ‘주먹이 운다’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진한 ‘남자의 냄새’가 묻어나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코치진은 더하겠지만, 나와 김대환 해설도 매 경기 마음을 졸인다. 마치 참가자들을 홀로 전장에 내보내는 심정이랄까. 사실 방송적으로 보면 한 시즌이 긴 게 아닌데, 끝날 때쯤 되면 눈물이 참 많이 난다. 그만큼 함께하는 사람들 간에 끈끈한 무언가가 있다.
박: 다 비슷한 마음일 거다. 팀 대결로 가니까 감정의 골이 생기기는 해도, 결국 경기를 보다 보면 마지막에 남는 건 ‘적개심’이 아닌 ‘동질감’이다. 특히 애정이 가는 참가자의 경우에는 내 아들, 내 친구, 내 후배가 나가서 맞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느껴진다. 그 자체가 바로 ‘드라마’이다. ‘주먹이 운다’는 예능 프로그램이니까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부분은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는 연출이 불가능하다. 그 리얼리티가 자아내는 드라마가 우리 프로그램의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Q. 윤형빈과 김대환 해설위원, 그리고 멘탈 코치 박준규, 이창훈의 역할도 클 것 같다. 사실 카메라가 돌아가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참가자들과 많은 스킨십이 있을 테니까.
박: 윤형빈과 김대환 해설은 참가자들을 예선 때부터 봐왔으니까 애정이 남다르다. 스스럼없이 다가가 친구처럼 조언해준다. 참가자들도 이들의 말은 받아들인다. 김대환 해설이야 실제로 선수니까 말할 것도 없고, 윤형빈도 예전에 경기 나갈 때는 개그맨으로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대에 올라간 것이 아닌가. 아마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는 게 참가자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더라. 우리도 윤형빈과 김대환 해설은 ‘출연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스텝’이다. 기획 논의도 같이 하니까 제작진이나 다름없다.



주먹이 운다② 윤형빈, “코피 한번 터지면 희열을 느끼게 되죠”(인터뷰)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X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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