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의 횃불’ 영상 캡처와 MC몽의 정규 6집 재킷

MC몽과 ‘멸공의 횃불’이 한판 붙었다.

MC몽의 정규 6집 ‘미스 미 오어 디스 미?(Miss Me or Diss Me)’는 3일 음원 공개와 함께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음원차트를 장악했다. 이와 동시에 ‘멸공의 횃불’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 MC몽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차트 70위권까지 진입했다. 멜론 관계자는 “군가가 멜론차트 100위 안에 진입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도 놀랐다”라고 말했다.

군가 ‘멸공의 횃불’이 검색어와 음원차트에 오른 것은 물론 MC몽을 겨냥한 것이다. 고의 발치 혐의로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였던 MC몽의 컴백을 언짢게 생각하는 네티즌들이 불만을 담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네티즌들의 맞불작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후 8시를 기점으로 가수 정희라의 ‘이빨도 없는 것이’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및 음원차트에 등장했다. 이를 조금 악랄한, 다소 짓궂은 장난으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일종의 단체행동으로 봐야 할까?



외국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2009년에 벌어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1위 만들기 캠페인’이 그것이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의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영국 UK차트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펙터’의 우승자들이 매번 1위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12월 초에 결정이 돼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싱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여기에는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 엑스펙터 제작자의 상업적 의도도 반영됐을 것이다) 이를 지겹게 여긴 한 네티즌들은 체제를 반대하는 가사를 담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킬링 인 더 네임(Killing In The Name)’ 1위 만들기 캠페인을 벌인다. 이 캠페인에 폴 매카트니, 데이브 그롤과 같은 유명 뮤지션들이 합세하면서 발매된 지 17년이나 지난 ‘킬링 인 더 네임’은 ‘엑스펙터’ 우승곡인 조 맥엘더리의 ‘더 클라임(The Climb)’을 제치고 UK차트 1위에 오르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3일 벌어진 ‘멸공의 횃불’의 음원차트 등장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1위 만들기 캠페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당시 영국 네티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것이 ‘엑스펙터’에 대한 지긋지긋함이었다면, 이번에 한국 네티즌들을 선동한 것은 MC몽에 대한 반감일 것이다. 끝내 입대를 하지 않은 그가 화려한 피처링 진과 함께 돌아와 차트를 장악한 것이 그렇게도 못마땅했을가? 논란이 됐던 ‘남 잘 되는 꼴을 못 봐’, ‘루머 퍼트린 놈들아 숨어’, ‘직업 정신으로 물어뜯기’ 등의 가사들, 그리고 앨범 제목에 담긴 ‘디스 미’는 네티즌을 꽤나 자극했을 것이다. ‘블리’라는 네티즌은 트위터를 통해 “MC몽이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앨범 이름을 짓지 않았을 뿐더러 저런 앨범 이름을 짓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의 반응이 이렇게 거세지도 않았을 듯”이라고 적었다.

음악적으로 봤을 때 ‘미스 미 오어 디스 미?’에 담긴 곡들은 완성도 면에서 후지지 않다. 트렌드적인 면에서 보면 최근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타일(랩 + 보컬 피처링)이 총망라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엄청난 노이즈 마케팅이 이루어졌으니, 어쩌면 음원차트 싹쓸이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음원차트 성적으로만 따지면 MC몽은 성공적인 컴백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대중이 음원차트를 통해 반감의 메시지를 드러낸 최초의 사례를 남겼다는 오명을 안게 됐다. 그런데 ‘멸공의 횃불’이 멜론차트 70위권에 오른 것이 ‘킬링 인 더 네임’이 UK차트 1위 한 것만큼 상징적인 일이냐고? 물론이다. 군가를 무한 반복으로 듣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 군대 다시 가는 꿈 꿀 일 있나?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드림티엔터테인먼트, 멜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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