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상암신사옥

MBC가 교양국이 해체 파문에 휩싸였다.

지난 24일 한국PD연합회가 MBC의 교양국 축소 움직임에 대해 정면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에 따르면, MBC 사측의 조직개편안에 교양제작국이 사실상 해체되는 내용이 담겼다. 다큐프로그램은 외주 제작물을 관리하는 콘텐츠제작국으로, 나머지 조직과 인력은 예능 1국의 제작4부로 가게 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결국 공영방송 포기 선언인가”라며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고, 뒤이어 한국PD연합회 역시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MBC 내부에 또 한 번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PD연합회 측은 “30년 동안 MBC의 ‘공영성’을 이끌었던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효율성을 위해 다큐프로그램은 외주제작물을 관리하던 콘텐츠제작국으로, 나머지 조직과 인력은 예능국으로 배치할 예정이다”며 이는 공영방송의 자격을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반프 TV페스티벌, 애미상 등 세계 정상급의 프로그램 페스티벌에서도 이름을 높인 ‘다큐멘터리 사랑’ 등의 휴먼 다큐는 물론, 시청률 20%를 넘었던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등 교양제작국의 성과를 무시한 채, 사업과 마케팅만을 강조하고 유능한 PD의 재능을 함부러 낭비하려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한국PD연합회 측은 “MBC가 지난 4년간 교양프로그램을 탄압과 박해로 일관하고, 시사교양국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찢고, 교양PD들에 대해 정직, 감봉 등으로 징계하거나 비제작부서로 강제 전출시켜 프로그램 제작을 실질적으로 가로막아 왔다”고도 덧붙였으며,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와 마찬가지로 공영방송인 MBC가 사실상 자발적 민영화로 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MBC 교양국이 해체 논란에 시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3월에 MBC ‘PD수첩’ 이춘근 PD의 검찰 긴급 체포되며 제작국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전현준)는 소환을 통보했던 ‘PD수첩’ 제작진 6명 전원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다른 제작진의 체포를 막기 위한 ‘공정방송 사수대’를 가동하고 긴급 조합원총회 직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MBC 시사교양국 PD들은 이에 대해 반발하며 긴급 초회를 열고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제작진들은 길고 긴 법정 투쟁을 통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제작국의 위기는 계속됐다.

2010년 8월에는 방송 예정이었던 ‘PD수첩’ ‘수심 6m의 비밀’ 편이 방송 약 3시간 전인 오후 8시께 열린 임원회의에서 방송 보류가 결정돼 끝내 전파를 타지 못했다.

MBC ‘PD수첩’ 4대강 편의 방송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에 MBC 노조와 방송 관계자, 시민단체들은 “‘PD수첩’이 사장 지시로 불방됐다”며 조속한 정상 방송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민주노동당 등 3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오전 여의도 MBC본사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PD수첩’을 방송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여곡절 끝에 방송은 전파를 탔지만 제작자율권은 큰 타격을 받았다.

그해 가을 MBC 사측은 가을 개편을 앞두고 ‘후플러스’, ‘김혜수의 W’를 폐지했다. 대표적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후플러스’와 톱스타 김혜수를 MC로 영입하며 변화를 시도한 뒤 평균 시청률이 상승했던 ‘김혜수의 W’에 대한 일방적 폐지가 제작진과 시사교양국 PD들이 거센 반발을 샀다.

2011년 MBC 사측은 시사교양국을 편성제작본부로 옮기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드라마국, 예능국, 시사교양국을 총괄하던 TV제작본부를 드라마예능 본부로 재편하고 시사교양국을 편성제작본부로 이관하는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

MBC 측은 “프라임타임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했다”고 조직개편 이유를 밝혔지만 노조 측은 크리에이티브 센터의 정치적으로 편향된 제작, 과도한 부서간 통폐합에 따른 부작용 등의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2012 4월에도 임원회에서 열어 시사교양국 해체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MBC는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전격 해체하고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개편했다.

이에 반발한 MBC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시사 프로그램들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PD수첩’이 있다”며 ‘PD수첩’을 정체불명의 조직으로 보내 김재철의 꼭두각시로 만든 후, 궁극적으로 폐지시키려는 비열한 사전작업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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