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미생’이 직장인 필수 감상 드라마로 떠오르고 있다.케이블 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바둑에 인생을 바쳤지만 결국 바둑을 떠나게 된 장그래(임시완)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에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사회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는 장그래와 원인터내셔널 사람들을 통해 웹툰이 보여줬던 냉혹한 현실과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배우들은 캐릭터에 최적화된 연기로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으며, 카메라의 디테일한 시선과 색감, 감정이나 분위기에 적합한 음악의 사용 등 섬세한 연출이 시청자들이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는데 촉매작용을 한다.
‘미생’을 자세히 뜯어보면 분명 원작과 다른 점이 많다. 하지만 이는 만화와 드라마라는 장르적 차이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차별화임이 느껴지기에 결과적으로는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더욱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싱크로율이란 단순히 보이는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님을 입증 한 것.
예를 들어 원작인 웹툰 ‘미생’에서는 장그래가 고졸에 이렇다 할 경력도 없이 인턴으로 발탁됐다는 사실에 인턴 동료들이 놀라기는 하지만 그를 따돌리거나 텃세를 부리지는 않는다. 오상식 과장(이성민)과 최영후 전무(이경영) 사이 갈등관계 또한 원작에서는 그려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안영이(강소라)가 엉뽕을 판매하기 위해 직접 이를 착용하고 바이어를 만나는 장면도 원작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같은 장치들은 드라마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제작진이 새로 구상하거나 과장한 부분들. 극중 인물들의 대결 구도를 강화함으로써 긴장감을 높이는가하면, 캐릭터의 매력을 짧고도 효과적으로 드러낸 장면들이다. 웹툰과 드라마의 차이를 감안해 원작의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시청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미생’ 제작진은 원작 웹툰의 담담한 서사적 구조나 묵직한 감동을 드라마로 풀어내는 데에는 부침이 있었다고 밝혔다. 각색에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였던 정윤정 작가는 “드라마의 본질적 갈등 요소를 녹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입히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웹툰과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로 완전히 재창조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특히 임시완을 비롯해 이성민, 강소라 등 출연 인물들이 만화 속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는 단순히 웹툰 속 캐릭터의 외모나 말투 등을 따라했다기 보다는 캐릭터에서 묻어나던 이미지를 철저하게 해석해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냈을 때 느껴지는 싱크로율이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은 “배우를 섭외할 때 외적인 싱크로보다 내면과 닮아있는 배우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주연급에서부터 단역에 이르기까지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고 약 60여 명에 달하는 모든 배역들에 캐릭터를 부여했다”고 소개했다.
임시완은 드라마 관련 인터뷰를 통해 “과거 미생이었을 때의 모습을 많이 이입해 연기했다”고 밝힌 만큼, 과거 내면의 모습까지 남김 없이 보여준 혼신의 연기력을 통해 실제 장그래가 드라마에 나타난 듯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입사 시험을 앞두고 이어진 동료들의 러브콜이 실은 자신을 폭탄 취급한 것임을 알게 됐을 때 좌절감이나 오과장이 자신을 “우리애”라고 불렀을 때의 묘한 희열 등을 섬세한 표정 연기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강소라도 안영이라는 캐릭터를 잔심나의 방식으로 소화하며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안영이가 해외 바이어에게 보정패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밀착되는 오피스룩에 빨간 립스틱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은 원작에도 없는 장면으로 자칫 시청률을 끌기 위한 자극적 에피소드라는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소라는 놀라운 영어 실력과 차분한 연기로 안영이의 당찬 매력과 외국어 실력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도록 했다.
오상식 과장은 만화적 기호로 그려 넣은 더벅머리나 붉게 충혈된 눈이 트레이드 마크인 점에서 외모로 따지면 이성민과 그닥 많이 닮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연기나 눈빛, 역에 대한 재해석의 측면에서 ‘미생’을 시청하면 할 수록 그가 오과장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처럼 ‘미생’은 기저에 깔린 메시지와 의도를 유지하면서 에피소드 자체에 연연하지 않고, 인물 하나하나의 성격을 깊이 파악한 캐릭터화 시켰다는 점에서 만화원작 드라마의 성공적인 예로 거듭날 조짐이다. 원작과의 오묘한 ‘밀당’으로 웹툰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미생’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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