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성격, 경제력, 학벌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를 아내로 얻는다는 건 그야말로 ‘어메이징’한 일. 그런 그녀를 독점하게 된 행운의 주인공은 잡지사 기자 닉(벤 애플렉)이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에 골인한 닉과 에이미는 누가 봐도 부러운 부부다. 그러나 결혼 5주년이 되던 날 에이미가 사라진다. 닉은 아내를 찾아달라며 호소한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발견되는 단서들이 닉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급기야 대중과 언론은 닉을 용의자로 몰기 시작한다.

10. 막장 드라마도 핀처가 하면 다르구나∥ 관람지수 9


‘나를 찾아줘’의 원작을 읽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다행이라 느꼈다. 정보가 없을수록 충격도, 재미도, 흥미도 배가 될 영화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을 읽었다고 해서 이 영화가 지닌 매력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를 찾아줘’에는 뒤통수를 세차게 휘갈기는 반전들이 지뢰처럼 내제돼 있지만, 데이빗 핀처가 관객들에게 진짜 선물하고 싶은 것은 ‘식스 센스’급 반전이 아니다. ‘과연 닉은 아내를 죽였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시작되는 영화는 일찍이 결과를 까발린 후, 이들 부부의 실상과 경제 불황이 몰고 온 미국 중산층 가정의 속살에 메스를 댄다. 그러니 ‘나를 찾아줘’의 반전을 미리 눈치 챘다고 해서 감독과의 두뇌 싸움에서 이겼다고 희희낙락할 필요도, 김이 샜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제목의 진짜 주인 같은 영화랄까. ‘나를 찾아줘’는 권태기에 빠진 결혼 5년차 부부가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악몽일 것이다. 영화는 흡사 ‘전반전-후반전-연장전’으로 이뤄진 하나의 경기 같다. 실종된 아내를 찾는 닉의 시선(전반전)과 아내 에이미의 시선(후반전)이 병렬 구조로 팽팽하게 맞서더니, 두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연장전)에서 승패를 갈린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쓰러져간 부부는 서로에게 피해자인 동시에 피의자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던 부부가 어떤 방식으로 멀어지고, 아파하고, 서로에게 상처주고,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지가 서늘한 한기를 선사한다.

관객을, 쥐락펴락 하는 영화다. 오래전 ‘세븐’에서 관객을 시종일관 괴롭혔던 데이빗 핀처는 ‘나를 찾아줘’에선 관객을 구워삶는다. 상영시간 2시간 29분. 겁먹을 필요 없다. 시계를 볼 틈 따윈 없는 영화다. 잉여의 쇼트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 영화는 적절한 사운드와 쫄깃한 각색과, 능수능란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만나 수작 스릴러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동안 데이빗 핀처는 다양한 장르 안에서 자신을 시험해 왔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멜로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 핀처다. 그런 핀처에게 ‘나를 찾아줘’는 흡사 그동안 보여준 장르를 집대성한 ‘장르 쇼’ 같기도 하다. 로맨스를 머금고 시작한 영화는 스릴러, 추리, 드라마로 장르를 넓히더니, 막판에는 부조리극으로 급선회한다. 역시나 흥미로운 것은 ‘허술한 미디어’를 끌어와 ‘쇼인도 부부’에 비벼낸 부조리극 부분이다. 극단적이고 과격한 전개가 ‘막장 드라마’의 그것과 판박이인데, 그것이 짜증난다기보다는, ‘어머나!’ 탄복을 내뱉게 한다. 막장에도 품격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억울해 보이기도 하고 음흉해 보이기도 한 남자, 닉을 연기하기에 벤 애플렉은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누가 뭐래도 로자먼드 파이크의 영화다. ‘007 어나더 데이’ 본드걸로 데뷔한 후 크고 작은 영화에 출연해 온 로자먼트 파이크는 데뷔 10년이 넘어서야 자신의 대표작을 만났다. 왜 그런지 말하고 싶지만, 그 모든 것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참아야 하는 심정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도 외치고 싶어진다. 궁금하다면 직접 확인하시라!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제공.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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