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푸르고 태양이 빛날 때, 이 세상을 향하여 노래를 불렀죠, 어두운 뒷골목도 내노래 아니예요, 그 모두를 사랑한 여인이 떠났어요, 내가 왜 서울을 사랑하지 않겠어요, 내사랑 떠나간 종로 거리를전인권 밴드 그리고 친구 ‘2막 1장’
전인권 밴드 그리고 친구 ‘내가 왜 서울을’ 中
전인권의 다섯 번째 솔로앨범. 정확히는 ‘전인권 밴드 그리고 친구’의 앨범으로 ‘전인권과 안 싸우는 사람들’로 나온 4집 이후 10년 만에 나온 솔로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전인권 밴드’는 신석철, 민재현, 송형진, 이환, 안지훈, 양문희를 말하고 ‘친구’는 곡 작업에 참여한 정원영을 말한다. 따지고 보면 전인권은 들국화보다 솔로로 활동한 기간이 더 길고 앨범도 더 많이 냈다. 들국화의 전인권과 솔로 전인권은 꽤 다르다. 들국화의 음악이 서정성을 놓치지 않는다면, 전인권의 앨범은 기타리스트 한상원과 했던 ‘전인권 한상원 #1’부터 실험적인 면을 담고 있었으며 록적인 성향이 매우 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멤버들과 힘을 합친 이 앨범은 60~70년대 록에 대한 향수가 매우 깊게 담겨 있다. 싱글로 제일 먼저 공개된 ‘내가 왜 서울을’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마치 버펄로 스프링필드의 품격 있는 록을 듣는 듯했다. 세월을 머금었지만 여전히 날이 서려있는 전인권의 목소리가 록이 가장 풍족한 시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노래하는 것 같다. ‘들리는지’를 비롯한 앨범 곡들은 밴드의 앙상블이 중심이 된 전형적인 록 넘버들이다. 전인권이 좋아하는 닐 영, 배드 컴퍼니 풍의 곡들도 보이는데, 그만큼 그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인권 본인은 최고작으로 꼽고 있으며, 앨범 작업할 때 매우 행복했다고 한다. 2막 1장의 시작이다.
장범준 ‘장범준 1집’
버스커버스커의 리더 장범준의 솔로앨범. 장범준이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만든 곡들을 담은 앨범이다. 버스커버스커는 풋풋함, 설익음의 괴력을 보여준 밴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곡들은 마치 다정한 대학 동아리 선배가 직접 만들어 불러주는 것 같은 매력이 있었다. 이번 앨범 역시 버스커버스커 시절 보여줬던 애틋하고 친근한 멜로디, 90년대의 감성 등을 엿볼 수 있다. ‘어려운 여자’ ‘사랑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과 같은 감성의 곡은 장범준이 잘 표현하는 스타일의 곡들로 기존 팬들이 반길만한 곡이다. 반면 펑키한 리듬의 ‘주홍빛 거리’이나 ‘신풍역 2번 출구 블루스’ ‘무서운 짝사랑’과 같은 강렬한 록에서는 버스커버스커 시절에는 보기 힘들었던 의외의 장범준을 만나볼 수도 있다. 이 곡들의 만듦새는 조금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꽤 괜찮은 멜로디들이 살아있다. 특히 ‘무서운 짝사랑’과 같은 곡은 장범준에게 있어서 의외의 발견이라 할만하다. 여러모로 버스커버스커 시절보다는 음악적으로 성장한 앨범이다. 팬들의 반응은 갈리는 모양이지만, 음악을 오래 하고 싶다면 그런 거 신경 써서야 되겠는가?
박재범 ‘Evolution’
박재범의 두 번째 솔로앨범. 2PM에서 나온 박재범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꽤 정력적인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한때는 아이돌그룹 멤버를 통틀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였다. 부침을 겪은 후 이제는 자신의 레이블을 이끄는 사업가로, 또 자신의 곡을 직접 만들어 노래하는 뮤지션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제 박재범은 아이돌그룹의 리더보다 자신의 크루를 이끌고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나가는 모습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이번 앨범 역시 본인이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으면 자신의 크루 멤버들이 참여했다. 박재범이 추구하는 힙합과 함께 마이클 잭슨 풍의 악곡들이 드러나고 있다. “원래 한국말도 제대로 못했던 내가 이제 작사가가 됐어, 우리 엄마아빠도 나를 자랑스러워해 모두 날 부러워해, 내 어깨는 무지 무겁지만 즐기면 돼”라는 가사에서는 상당한 자신감도 느껴진다. (그래서 ‘내 혀로 너를 녹여버려, 내 입으로 네 브라를 벗겨’라는 가사도 쓴다)2PM 시절의 음악에서는 팝과 가요와의 절충이 매끄럽게 이루어졌다면 솔로에서는 다분히 팝적인 성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2PM ‘미친 거 아니야?’
2PM의 정규 4집. 2PM도 이제 어느덧 데뷔 6년차를 맞았다. 한때는 빅뱅과 ‘투 톱’이라 할 정도로 보이그룹으로서 최정상의 인기를 누렸지만,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 최근에는 조금 주춤하는 듯 보인다. 신보에서는 멤버 준케이가 타이틀곡 ‘미친 거 아니야?’의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 등 멤버들의 곡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졌다. 음악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2PM의 초기에 근접하다는 평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JYP 앨범들이 그렇듯이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는 신곡 작업에서 빠져 있다. 하지만 ‘쉬즈 마 걸(She’s Ma Girl), ‘마인(Mine)’ ‘어썸(Awesome)’ 등 왠지 박진영이 만든 듯한 곡들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JYP엔터테인먼트의 앨범들에는 여전히 박진영이라는 유령이 맴돌고 있는 것인가?) 이 곡들은 아이돌그룹 곡답지 않게 꽤 세련된 R&B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비가 와’는 딱 80~90년대 스타일의 복고풍 R&B, 심은지 작곡가가 만든 ‘보이프렌드’도 아이돌그룹 앨범에서 보기 힘든 꽤 진취적인 곡이다. 앨범 자체로만 보면 6년차 그룹다운 완성도를 선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음악으로만 보면 SM, YG의 앨범들에 비교해 절대 완성도 면에서 뒤지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더 뛰어난 면도 있지만, 음악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맥주광고처럼 느껴지는 뮤직비디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의상들.
김책 ‘옥스포드풍의 나례(儺禮) – flying signifier : no museum piece’
재즈 드러머이자 음악 인류학자인 김책의 앨범. 김책의 이력은 상당히 흥미롭다. 인디 1세대로 매우 실험적인 음악을 했던 밴드 옐로우 키친 출신으로 허대욱 트리오와 같은 레귤러 재즈 피아노 트리오부터 프리 타악기 연주자 박재천의 ‘코리안 그립(Korean Grip)’과 같은 국악 계열, 정재일과 듀오로 녹음한 ‘더 메써덜로지스(The Methodologies)’, 재즈 기타리스트 오정수와 함께 한 ‘‘나’의 발견’과 같은 프리 아방가르드 계열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들쑥날쑥한 행보를 보였다. 이 앨범은 2013년 2월 영국의 옥스퍼드에서 녹음된 결과물로 전 곡이 기타와 드럼의 즉흥 잼세션으로 이루어졌다. 기타리스트 최임식이 김책과 듀오를 이루고 있으며 ‘슈퍼 퍼지 엽전 러버스(super fuzzy yeop-jun Lovers)’ ‘옥스포드풍의 델타 ver. 2’에는 기타리스트 신윤철이 참여했다. 프리 아방가르드 계열 음악에 관심 없는 사람은 청취 자체가 괴로울 음반이지만, 각 곡들을 들어보면 연주자의 취향이 거침없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음반의 매력 중 하나라면 연주자가 가진 음악적 역량이 ‘광인 작두 타듯’ 드러난다는 것일 게다. 김책은 이 앨범에 대해 “우리 일상에 넘쳐나는 스트리트의 비트들과 동시대의 음색들 그리고 다양한 청년 서브컬쳐의 상징과 은유들을 동시대의 도시민속으로 인정하고 포옹하는 따뜻한 관용의 음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흩어진 소리들을 주워 담는 김책의 작업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원톤 ‘Tiny Old Tape’
펑크록의 신성 원톤(1TON)의 데뷔앨범. 원톤은 중학교 동창들인 원태섭(기타, 보컬), 조현준(베이스), 노현민(드럼)으로 2011년 결성된 3인조 펑크록 밴드다. 세 명이서 꽉 찬 음악을 들려주는 원톤은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수려한 멜로디를 선사한다. 자신들이 영향을 받았다는 그린 데이, 배드 릴리전, 하이 스탠다도, 엘르가든처럼 말이다. 인디 신의 선배들과 비교해보면 크라잉넛, 노브레인보다는 검엑스에 가까운 스타일의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앨범에 실린 전 곡이 멜로디가 기억될 만큼 강렬한 임팩트를 지니고 있다. 90년대 네오 펑크에 대한 향수를 가진 이부터 일본의 멜로코어 마니아들, 최근의 어린 록 팬들을 골고루 만족시킬만한 앨범이 아닐까 한다. 주지하다시피 인디 신의 부흥은 펑크록으로 시작됐는데 최근 그 움직임이 주춤한 편이다. 원톤은 그러한 가운데 등장한 반가운 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펑크록의 스타로 클만한 가능성이 보이는 밴드.
카라 ‘Day & Night’
카라의 여섯 번째 EP로 새 멤버 허영지와 함께 4명의 멤버로 발표한 앨범이다. 카라로서는 위기에 봉착한 시점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앨범으로 최근 가장 히트곡을 많이 내고 있는 이단옆차기의 프로듀서 체제에서 작업됐다.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되는 카라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곡들은 대개 스윗튠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단옆차기의 장점이라면 작곡가의 색이 강하기보다는 일을 의뢰한 가수에게 맞춤형의 곡을 만들어준다는 것일 게다. 이번 앨범의 음악은 지난 앨범에서 볼 수 있었던 성숙한 면과 초기의 귀여운 면이 골고루 보인다. ‘맘마미아’를 필두로 ‘라이브(Live)’에서 강렬한 스타일이 돋보인다면 ‘소 굿(So Good)’ ‘멜랑꼴리(24/7)’에서는 귀여운 카라를 만나볼 수 있다. 새로운 멤버로 다가가는 만큼 친숙한 노래와 성장을 보여주는 트랙이 골고루 담기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레이첼 야마가타 ‘The Very Best of Rachael Yamagata’
레이첼 야마가타는 요즘 한국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롤 모델로 삼는 대표적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실제로 여성 뮤지션들과 인터뷰를 하다가 좋아하는 가수를 물으면 꼭 레이첼 야마가타가 껴있다. 이제는 ‘레이첼 야마가타 정도는 들어줘야지’라는 뮤지션이 된 것 같다. 야마가타는 처음에 포크계열 싱어송라이터로 알려졌지만 사실 앨범을 찬찬히 들어보면 매우 다양한 장르를 자기의 것으로 소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루츠음악의 요소를 잘 살리면서도 특유의 ‘딥’한 감성을 너끈히 집어넣는다.(이 ‘딥’한 감성은 그녀의 음악을 상당히 강인하게 들리게 한다) 이 앨범은 2CD로 구성된 히트곡 모음집으로 CD1에는 ‘비 비 유어 러브(Be Be Your Love)’ ‘듀엣(Duet)’을 비롯한 과거 정규앨범에 실린 곡들이 담겼고 CD2에는 EP 수록곡 및 커버 곡, 라이브 음원들이 담겼다. 국내에서도 꽤 인기가 많았던 텐씨씨(10CC)의 ‘아임 낫 인 러브(I’m Not In Love)’는 매우 반가운 트랙이다.
O.S.T. ‘비긴 어게인’
바야흐로 ‘비긴 어게인’ 열풍이다. 영화는 현재 3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으며 O.S.T.에 수록된 곡들도 음원차트에서 선전 중이다. 일각에서는 영화 ‘원스’의 성공에 빗대어 ‘비긴 어게인’의 열풍을 설명하기도 한다. 2006년에 나온 ‘원스’의 인기는 사실 지금의 ‘비긴 어게인’보다 더 대단했다. 당시 기타 좀 친다는 이들이 죄다 ‘원스’의 노래들을 연습했고, 영화의 주인공들인 ‘스웰 시즌’의 내한공연이 매진사례를 이뤘을 정도이니 말이다. ‘비긴 어게인’은 ‘원스’의 감독인 존 카니의 작품으로 영화를 본 뮤지션들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장면이나 음악인들의 삶을 매우 현실적으로 잘 담아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O.S.T.에 대한 글을 쓰기 조금 미안하지만, 아담 리바인이 노래한 ‘로스트 스타스(Lost Stars)’, 시 로 그린의 ‘호니(Horny)’, 키이라 나이틀리가 부른 ‘라이크 어 풀(Like A Fool)’ 등은 그냥 들어도 좋다. 아마 영화를 보고 들으면 더 좋겠지.
퀸 ‘Live At The Rainbow ‘74’
퀸의 1974년 3월과 11월에 있었던 퀸의 레인보우극장 공연을 담은 앨범이다. 1974년은 퀸이 2집 ‘퀸 II(Queen II)’와 3집 ‘쉬어 하트 어택(Sheer Heart Attack)’을 내놓고 막 스타덤에 올랐던 시기다. 때문에 이 앨범에서는 퀸의 초창기 곡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대표곡들인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 등은 아직 나오기 전에 녹음된 앨범이기 때문에 이 곡들은 당연히 빠져있다. 대신 기존의 라이브 앨범들인 ‘라이브 킬러스(Live Killers)’ ‘라이브 매직(Live Magic)’ 등에 실리지 않은 초기 곡들을 들어볼 수 있다. 히트곡모음집으로 퀸을 접한 이들은 이 앨범에 손이 잘 안 갈 수도 있겠지만, ‘오우거 배틀(Ogre Battle)’ ‘파터 투 선(Father To Son)’ 등의 초기 곡들은 후반기 곡들 못지않은 드라마틱함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은 ‘젊은 퀸’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80년대의 너무나 완벽하고, 능수능란한 라이브와 또 다른 모습의 프레디 머큐리가 이 앨범 속에 살아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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