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엄지를 치켜세우기 바쁘다. 목소리 톤은 높아졌고,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소풍을 하루 앞두고, 한껏 들뜬 어린 학생처럼 들떠 있다. 영화 ‘타짜-신의 손’의 신세경이다. 그녀 자신도 “팔불출 같다”며 “조금 업 돼 있다”고 고백했다. 신세경에게 ‘타짜-신의 손’은 “죽이는 시리즈”였고, 허미나는 “완전히 반해버린” 캐릭터였다. 배우를 넘어 한 사람으로서 평소에 추구했던, 늘 찾아왔던 여성상이 곧 허미나였다. 이처럼 맘에 드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난 신세경은 그 어느 때보다 노력했고,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만족스러운 성적표까지 받아 들었다. 신세경에게 허미나 그리고 ‘타짜-신의 손’은 그렇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Q. ‘타짜’는 어떤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신세경 : 사실 ‘타짜’가 개봉 당시 미성년자여서 성인이 된 후에 봤다. 누구라도 팬이 될 만한 작품이었다. 또 이번 작품 하면서 허영만 화백의 원작 만화를 봤는데 정말 놀라웠고, 죽이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신세경은 양손 엄지를 바짝 세웠다.)

Q. 전편의 잔상이 굉장히 강한 ‘타짜’에 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시나리오가 좋고, 작품이 좋더라도 말이다.
신세경 :
전편과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죽이는 시리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부담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보면서 허미나 캐릭터에 완전히 반했다.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였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단번에 했다.

Q. 신세경을 ‘타짜’로 인도한 강력한 힘은 허미나 캐릭터다. 그럼 허미나의 어떤 점이 그렇게도 마음에 들었나.
신세경 :
일단 흔히 찾을 수 없는 여성 캐릭터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흔히 접해왔던 수동적 여성 캐릭터와는 다른,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상황은 여타 여자 캐릭터만큼이나 다양한 고난을 겪지만, 그럼에도 기가 죽어있다거나 비굴한 것 없이 항상 꼿꼿하고 당당한 여자다. 미션을 수행함에도 생색내지 않고, 의리도 넘치고, 말도 시원하게 하지 않나. 그런 멋진 캐릭터는 찾기 힘들 것 같았다. 모든 면에서 내가 좋아하는 여성상이다.

Q. 방금 말한 것처럼 분명 강한 임팩트는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이 점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나 보다.
신세경 :
비중에 대해선 단 한 번도 고민해본 적 없다. 비중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느낀 만큼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많았다. 또 등장하는 신이 비교적 적은 만큼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100% 잘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Q. 처음 ‘타짜-신의 손’을 한다고 했을 때 소속사 등 주변의 반응이 궁금하다.
신세경 :
우선 나는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회사에서는 좋은 감독님, 배우들, 스태프, 좋은 원작 등 다 갖춰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욕설이나 흡연, 노출 등이 있다 보니까 고민하셨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나를 봐 와서 그런지 아직 ‘애’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 그러더니 감독님을 만나 뵙고 푹 빠져서 오셨더라. 나 역시 감독님 만나 뵙고 나니 굉장한 확신과 믿음이 생겼다.

Q. 무엇보다 신세경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원체 캐릭터가 많지 않나. 허미나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뭐였나.
신세경 : (허미나가 처한) 상황은 버라이어티하다. 그리고 컨셉트 자체가 섹시, 청순 등 한 가지 느낌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자주 변한다. 또 처한 상황은 그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만, 묵직함과 강인함은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길의 향한 마음 역시 갈대가 아닌 바위와도 같은 여자여야겠다고 다짐했다.

Q. 캐릭터를 만들 때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을 것 같다.
신세경 : 감독님과 내가 공통으로 가진 생각은 ‘허니마는 멋있는 여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평상시나 카메라 앞에서의 모습,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의 모습 등을 보시고 매력적인 포인트를 잘 짚어주셨다. 그런 센스가 있으시다.

Q. 전편과의 비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역할 상 비슷한 역할은 없지만, 그리도 누군가를 모델로 삼거나 그러진 않았나.
신세경 :
전편과 워낙 다른 이야기고, 비슷한 캐릭터가 없었다. 또 ‘타짜’가 아니더라도 참고할 만한 게 있을까 했는데 미나를 닮은 캐릭터는 찾을 수 없었다.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외화에서 마찬가지였다. 결국 감독님, 다른 배우들과 함께 쌓아올린 결과물이다. 그 덕분에 유니크해 진 것 같아 좋다.

Q. 어디서 찾아보기 힘든 유일한 캐릭터란 점에서 많은 신경을 썼겠다.
신세경 :
감독님께 너무너무 감사한 게 등장하는 캐릭터가 많고, 사건이 많은 영화인데 그 안에서도 정확했다. 사실 배우 입장에선 큰 숲을 보기보다 자신의 캐릭터 처지에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떤 의문이나 고민을 할 때 명쾌하고, 정확한 답을 주셨다. 감독님의 정확한 판단 때문에 이 작품을 하면서 비교적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점에서는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Q. 고스톱 등 화투는 원래 좀 했나. 아니면 할 줄은 알았나.

신세경 : 전혀 몰랐다. 이번에 처음 배웠다. 촬영 전 다 같이 화투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고, 선배들과 쳐보기도 했다. 일단 정확한 손기술을 구사해야 하니까 마술사에게 손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타짜라고 해서 화투 칠 때 각도가 있거나 자세가 있는 건 아니니까. (웃음) 그래서 그보다 익숙하게 손에 붙도록 하는 게 필요했다. 선배들과 해봤던 게 빨리 향상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Q. 영화 속에서 미나는 대길을 언제부터 좋아했을까. 처음에 잠깐 만나서 한눈에 빠졌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신세경 :
허미나를 연기한 입장에서 조금 더 욕심을 부리고 싶은 게 당연하다. 다만 이 작품은 대길과 미나의 멜로드라마가 아니니까 아쉬움을 고려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감정의 흐름을 보여줄 수 없다면, 처음부터 ‘올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니, 미나가 처음 등장할 때 오빠(김인권) 얼굴에 발을 갖다 대지 않나. 그리고 대길을 한 번 보고 나가는데, 그때 미나도 (대길한테) 많이 흘리고 나갔더라. (웃음) 감독님께도 그렇게 얘기했다.

Q. 인터뷰 중간에 뜬금없지만, 이전과 달리 굉장히 밝아진 것 같다. 이전에 인터뷰했을 땐 차분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말도 빨라지고, 톤도 높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신세경 :
조금 ‘업’ 돼 있는 건 맞다. 좋아하는 캐릭터라서 그런 것 같다. 마치 팔불출 같다. (웃음) 작품마다 느낌이 다른데 좋은 에너지를 많이 줬다.

Q. 강형철 감독과 작업은 처음인데, 어떤 감독이라고 생각했나.
신세경 :
전작 두 편을 재밌게 봤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음악을 잘 활용한다는 거였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센스는 타고나신 분이라 생각했다. 이번에도 그런 센스가 여지없이 발휘된 것 같다. 이 같은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이번 작품 하는 데 있어 크게 작용했다.

Q. 촬영하면서는 어땠나.
신세경 :
어떤 판단이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원시원하고 명확하다. 배우 입장에선 정말 편했다. 정말 최고의 환경에서 일했다고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Q. 극 중 자주 부딪히는 최승현, 이하늬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신세경 : 두 분 다 탁월한 분위기 메이커다. 승현 오빠는 성실하고, 정말 열심히 한다. (열심히 하는) 그 정도는 어떤 상상을 하든 그 이상일 거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유니크하다. 그래서 작업하는 내내 신선하고 재밌는 기운을 받을 수 있었다. 하늬 언니는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언니였다. 행동과 모습이 지혜롭고, 밝은 에너지가 있다. 언니가 편하게 만들어주니까 견제하거나 기 싸움을 할 필요 없이 즐겁게 촬영했다. 언니의 그런 당당함은 후배로서도, 여자로서도 배울 만하다.


Q. 노출을 빼놓을 수 없다. 베드신이나 애정신에 포함된 노출이 아니라서 임하는 자세와 기분은 분명 달랐을 것 같다.
신세경 :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보다 설령 애정신, 베드신이더라도 노출 키워드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캐릭터가 무슨 상황인지 전체적으로 놓고 봐야 한다. 베드신이든, 애정신이든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아예 부담이 아니었다면 거짓이겠지만, 캐릭터를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런 고민은 정말 작았다. 그 신의 밀도 자체가 중요했고, 드라마 흐름 상 중요한 신이었다. 그래서 노출에 대한 고민은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은데, 아주 잠시 잠깐의 고민이었다.

Q. 예전에 ‘오감도’ 때도 약간의 노출이 있었다. 당시 인터뷰할 때 “성인이자 배우고, 베드신도 OK”라는 말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같다.
신세경 :
변함없다. 더 어렸을 때도 ‘쿨’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 아닐까. 노출 자체에 대한 것보다도 캐릭터와 작품이 더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 무슨 노출을 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거다.

Q. 한 때 ‘베이글녀’란 수식어가 신세경을 대표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최근엔 그런 섹시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엔 섹시한 면모가 드러나는데.
신세경 :
사실 섹시함을 드러내면 안 되는 캐릭터다. 스스로 뭔가를 어필하려는 순간 진짜 멋있는 면이 탁해진다. 처음부터 여성스럽고 예쁜 캐릭터보다 멋있는 여자가 되길 원했다. 그렇게 보셨다면 감사한 거고.

Q. 최근 지극히 여성스러운 캐릭터도 그다지 없었던 것 같은데.
신세경 :
여성스러운 것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을 유독 좋아하고, 애착 가는 것도 배우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좋아하는 여성상을 표현할 수 있어서다. 물론 여러 캐릭터에 도전해야겠지만.


Q. 드라마 ‘아이언맨’도 곧 방송이다. (KBS2 새 수목드라마 ‘아이언맨’은 10일 첫 방송 된다.)
신세경 :
여기에선 극단적으로 선한 캐릭터다. 너무 올곧고 반듯해서 비현실적일 정도다. 현실에 없는 성향의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내 팬들이나 대중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아이언맨’은 왜 선택했나. 이 작품 역시 신세경을 끌어당긴 이유가 있었을 텐데.
신세경 :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자는 게 기본 바탕이다. 이번 작품을 하게 된 강력한 동기는 팬들이 같이 행복해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최근 작품이 긍정적인 느낌의 캐릭터가 아니어서 팬들이 마음 아파했다. 그걸 보기 힘들었다.

Q. 영화 그리고 드라마를 선택할 때 기준이 조금 다른 건가. 방금 말한 이유를 들어보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세경 :
사실 크게 다르진 않다. 아직 가릴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요소를 다양하게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아직 더 많이 배우고, 더 성장해야 하는 입장이다

Q. 정말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공백기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신세경 :
가끔 호흡을 빠르게 해서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름의 페이스 조절을 할 시간은 있는 것 같다.

Q. 자신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나. 그리고 아직 어리다고 해도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
신세경 :
작품 하는 게 이미지 소비 같아 보이진 않는다. 고민하려면 다른 면에서 고민해봐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힘들다. (웃음) 그런데 힘든 만큼 매우 즐겁다. 작품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작품이 중요하고,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흥행이나 시청률을 떠나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부분들이고, 각각의 작품이 주는 교훈이 다르다. 머리로 계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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