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조선총잡이’ 방송 화면 캡처
KBS2 ‘조선총잡이’ 방송 화면 캡처
KBS2 ‘조선총잡이’ 방송 화면 캡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25일 첫 전파를 탄 KBS2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는 매회 시청률 상승을 거듭해 눈길을 끌고 있다. 8.4%(닐슨 코리아 전국 시청률 기준)로 시작한 ‘조선총잡이’는 방송 6회 만에 10%대를 돌파, 수목극 1위를 탈환했다. 작품의 흡입력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이 이어지자, 앞서 팩션 사극에 뒤따랐던 우려도 중반부에 이르러 자취를 감췄다. ‘조선총잡이’의 그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매혹하는 것일까.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선 ‘조선총잡이’의 매력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팩션 사극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 사극’과 ‘역사 왜곡’은 떼려야 델 수 없는 관계처럼 여겨졌다. 앞서 3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MBC ‘기황후’만 봐도 그렇다. 대놓고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이야기의 줄기가 되는 역사적 사실의 비중이 클수록 제작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총잡이’의 어깨는 가볍지 않았다. KBS1 ‘정도전’이 불러온 유래 없는 정통사극의 인기에 함께 ‘KBS 사극’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기에 더 그랬다. 정통 사극으로 큰 재미를 본 KBS가 미니시리즈로 팩션 사극을 내놓는다는 것에 우려의 시선도 뒤따랐다.

‘조선총잡이’의 시대적 배경은 고종 친정 3년이다. 1873년 고종은 서무친재(庶務親裁)의 명을 내려 아버지 흥선대원군에게 주어졌던 권한을 환수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사실상 고종의 등장과 함께 사려졌어야 할 안동 김씨의 세도가 ‘조선총잡이’에서는 계속되고 있다.

‘조선총잡이’에서 수구파의 수장 김좌영 역을 맡은 최종원
‘조선총잡이’에서 수구파의 수장 김좌영 역을 맡은 최종원
‘조선총잡이’에서 수구파의 수장 김좌영 역을 맡은 최종원

역사적 사실을 바꿔가면서까지 ‘조선총잡이’가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수구파(사대당)와 개화파(독립당)의 충돌이다. 김좌영(최종원)을 위시한 수구파는 고종의 친정 의지를 꺾고자 박윤강(이준기)의 아비 박진한(최재성)을 죽음으로 내몬다. 이뿐만 아니다. 진한을 대역죄인으로 몰아 윤강과 연하(김현수)를 노비로 좌천시켜버린다. 시대의 이권다툼에 의한 희생양이 태어나는 순간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수구파가 개화파를 억압하는 방식이다. 역설적이게도 ‘진짜 총잡이’ 최원신(유오성)을 행동대장으로 내세운 수구파는 자신들이 그토록 거부하는 개화 문물의 상징인 ‘총’을 사용해 개화파 요인들을 제거해 나간다. 표면적으로는 국가를 위한 수구를 제창하는 듯하면서도,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총’을 사용하는 수구파의 권모술수에는 대한민국 현실 정치의 암울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국가가 아닌, 개인에게 부과된 ‘시대적 변화’ 또한 ‘조선총잡이’의 주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죽음을 맞이하기 얼마 전, 총잡이를 쫓던 윤강의 아비 지한은 몇 번의 대결에서 총의 위력을 실감한 뒤 부관 문일도(최철호)에게 이렇게 말한다. “칼을 버리든지, 칼과 함께 죽든지 선택해야 할 시간이 올 것 같다”고.

격랑의 시대에 일본인 한조가 되어 조국을 찾은 박윤강은 시대의 흐름 속에 고뇌한다
격랑의 시대에 일본인 한조가 되어 조국을 찾은 박윤강은 시대의 흐름 속에 고뇌한다
격랑의 시대에 일본인 한조가 되어 조국을 찾은 박윤강은 시대의 흐름 속에 고뇌한다

이 지점에서 ‘조선총잡이’는 격변하는 시기를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고군분투기로 이야기의 범주를 확장해 나간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윤강이 총기를 능숙히 다루는 한조로 돌아온 것도 같은 이치다. 동생 연하를 되찾고, 사랑하는 여인 수인(남상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윤강은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인 인물이 돼야만 했다. 앞서 ‘조선총잡이’ 기자간담회에서 유오성이 “박윤강이라는 인물을 한 명의 ‘개인’이라기보다는 격변의 시기를 살아 나가는 ‘조선인’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팩션임이 분명하나 그럼에도 ‘조선총잡이’가 그려내는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는 건, 분명 그 안에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반환점을 막 돌아선 ‘조선총잡이’의 향후 전개에는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 수많은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종국에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지. 이 뜻 모를 궁금증이 오늘도 우리를 팩션 사극 ‘조선총잡이’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2 ‘조선총잡이’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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