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의 연인 캡처
트로트의 연인 캡처
KBS2 ‘트로트의 연인’으로 첫 지상파 주연에 나선 걸그룹 에이핑크 정은지의 기세가 무섭다. 이제 겨우 2회만 방송됐을 뿐인데 정은지 연기에 대한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로트의 연인’을 보게 된다면 정은지가 보여주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에 한 번 놀라게 되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정은지의 감정 전달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정은지는 ‘트로트의 연인’에서 가수가 되기 위해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최춘희 역을 맡았다. 최춘희는 마라톤 선수를 꿈꾸다 지병으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좌절을 겪은 인물이자, 빚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 대신 동생을 챙겨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진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밝고 털털한 성격을 내보이며 힘든 티를 내색하지 않는 캐릭터다.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연기를 선보여야 하고, 그러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어야만 하는 복합적인 인물인 것.

복잡한 인물의 캐릭터를 정은지는 매 장면 배우들과 달리 호흡하면서 카멜레온 같은 매력으로 소화하고 있다.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CCTV로 확인하는 장면(1회), 영안실에서 확인한 시체가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장면(2회), 마라톤 코치님에게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는 장면(2회)에서는 절절하면서도 지나치지 않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지현우가 땅에 묻혀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 울상을 지으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2회)은 귀엽다. 정은지 특유의 ‘힝’하며 울상을 짓는 연기가 적재적소에 등장하며 로코물의 양념이 된다. 필요할 때는 코미디 본능을 깨우기도 한다. 오디션을 하루 앞두고, 지현우 앞에서 각종 소품을 사용하며 여러 노래를 부르는 모습(2회)은 정은지가 가진 다양한 매력을 대변하는 듯하다.
트로트의 연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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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첫 지상파 주연작이라 부담감이 있을 텐데도 힘이 잔뜩 들어갔다거나 욕심을 부리는 연기를 펼치지 않는 점이 좋다. 정은지는 지난 1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과 친해지려 노력했다”며 “그 속의 공기가 편해져야 내가 어떻게든 자유롭게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정은지의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듯하다.

정은지는 그동안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7’과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연기를 펼쳐 인기를 얻었지만, 이는 정은지 혼자의 힘이 아니었다. ‘응답하라 1997’은 복고 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장르 열풍을 일으킨 작품이었으며,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조인성 송혜교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김규태 노희경이라는 걸출한 연출가와 작가가 함께한 작품이다.

그에 비해 ‘트로트의 연인’의 배경은 조금 평범하다. 물론 ‘트로트의 연인’ 제작진 또한 쟁쟁한 커리어를 자랑하고, 같이 호흡을 맞춘 지현우도 로맨틱코미디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훌륭한 배우다. 그러나 이전 작들이 선보였던 신드롬에 가까운 후광에 비해서는 약한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정은지는 ‘트로트의 연인’으로 자신 안에 있는 진짜 배우로서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은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트로트의 연인’은 진짜 배우 정은지의 성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 관전 포인트 : 에이핑크 메인보컬의 위엄

'트로트의 연인' 캡처
'트로트의 연인' 캡처

‘트로트의 연인’은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답게 여주인공 최춘희의 노래 실력 또한 가장 중요하다. 이미 에이핑크 메인보컬과 뮤지컬 경험으로 실력을 증명해온 정은지이기에 앞으로 최춘희로서 펼쳐 보일 매력 또한 무궁무진하다. 2회 후반부 오디션 장면에서 정은지가 들려준 노래는 가수가 어떻게 노래로 감동을 전달하는지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가수로서 정은지의 경험이 없었다면 제대로 표현될 수 없는 장면이다. 이제 최춘희는 첫 오디션 장면을 마쳤다. 앞으로 드라마 속 최춘희는 더욱 성장하며 트로트의 여왕이 될텐데 정은지의 가창력이 폭발하는 그날이 언제가 될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 미스 포인트 : 짙게 드리운 ‘응답하라 1997’의 그림자

‘응답하라 1997′ 속 정은지
‘응답하라 1997′ 속 정은지
‘응답하라 1997′ 속 정은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은지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다. 정은지가 현재 연기돌로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응답하라 1997’이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한다. ‘응답하라 1997’에서 정은지는 시원하게 부산 사투리를 사용하며 털털한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정은지는 부산 사투리 소녀로 불리며 스타덤에 올랐고, 사람들은 정은지를 ‘응답하라 1997’ 속 성시원으로 기억한다. 이번 드라마를 앞두고도 사투리 극복이 최대 과제로 지적됐을 만큼 ‘응답하라 1997’의 그림자는 컸다. 이는 정은지가 아무리 완벽한 표준어투를 구사한다고 해도 따라다닐 꼬리표가 될 터. 정은지는 이에 대해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정은지는 제작발표회에서 “사투리 제의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 나름의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표준어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 도전은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다. 여기에 딱딱한 표준어투가 아닌 정은지 특유의 자연스러운 어투는 매력을 배가시킨다.

# 잠재력 포인트 : 1993년생 정은지, 여전히 가능성은 창창하다.
정은지 팽현준
정은지 팽현준
정은지는 1993년생으로 이제 22세다. 어린 나이에 미니시리즈 주연 배우를 꿰찼을 만큼 앞으로도 정은지는 더욱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이 심해져 정은지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또한, 정은지는 미모의 톱 여배우처럼 예쁜 연기를 선보이는 유형이 아니다. 캐릭터를 온전히 정은지스럽게 표현하는 데서 뿜어지는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승부하는 정은지기에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 또한 다양하다. 걸그룹으로서, 또 여배우로서 정은지가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KBS2 ‘트로트의 연인’ 캡처,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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