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라고 하는 것 난 좋지 않다. 전설의 가수, 국민적인 가수 이런 말이 제일 듣기 싫다. 난 그냥 김추자다. 노래 잘 하는 한국의 가수 김추자다.”

27일 컴백 기자회견이 열린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 김추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여가수가 아닌 마치 대장부와 같은 모습이었다. 33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온 김추자는 그간 모든 매체의 인터뷰를 고사했다. 그리고 약 40여년 만에 갖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김추자는 “30년 이상을 평범한 엄마와 아내로 살다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이 감회가 새롭다”며 “새 앨범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가수로서 좋은 노래를 팬들에게 들려드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무대로 돌아로게 됐다”고 말했다.

1969년에 데뷔한 김추자는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사단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며 ‘늦기 전에’ ‘거짓말이야’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 주옥과 같은 곡을 히트시키며 명실상부 최고의 스타로 자리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김추자는 남진 나훈아, 조용필, 서태지와 더불어 인기를 넘어선 사회적인 현상을 일으킨 가수다.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유명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씨는 “김추자는 한국에서 댄스음악 최초의 아이콘으로 당시 무애에서 처음 엉덩이를 흔들었다”며 “수동적이거나 수줍게 노래하지 한고 강력하게 노래한 기적과 같은 가수”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새 앨범 ‘이츠 낫 투 레이트(It’s Not Too Late)’에 실린 ‘가버린 사람아’ ‘몰라주고 말았어’ ‘고독한 마음’(이상 신중현 곡) ‘하늘을 바라보소’(이봉조 곡)을 감상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음악 스타일은 과거 신중현의 사이키델릭을 연상케 할만큼 예스러웠으며 김추자의 탄력 있는 목소리는 강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세월이 흘렀지만 목소리는 여전했다.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인 송홍섭, 한상원, 정원영, 배수연 등이 밴드를 이룬 사운드는 한국 고전 록의 미감을 잘 살렸다.

김추자는 “노래, 춤 연습을 따로 정해놓고 하지는 않았지만, 난 항상 음악과 함께 했다”며 “부엌, 응접실 어디에서도 하루 종일 라디오를 틀어놓고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현역가수들, H.O.T. 걸그룹에 이르기까지 트렌드를 파악을 하고 있었다. 새 앨범들이 나오면 나름대로 채점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으며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밥도 먹지 않고 밤새 음악을 들을 때에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미쳤나봐’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컴백을 마음먹기까지는 가족들이 큰 힘이 됐다. 김추자는 “남편과 아이들은 예전에 신중현이 우리 집에 와서 노래를 가르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엄마 왜 노래 안 부르냐’고 말을 하곤 했었다”고 말했다. 김추자의 자녀들은 유학 시절 주위 사람들에게 유튜브로 어머니의 노래를 들려주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김추자는 “우리 아이가 함께 거울을 보면서 ‘엄마는 주름도 없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어서 다시 무대로 돌아가야 한다. 만약에 다시 노래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말해줘서 다시 노래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추자는 33년 전에 은퇴한 소회도 밝혔다. “인기를 얻은 뒤 간첩설이 돌면서 연예계 생활이 싫어지기 시작했고 노래도 하고 싶지 않았다”는 김추자는 “결혼생활은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노래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김추자는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김추자는 “음악은 항상 내 옆에 있었기 때문에 녹음할 때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새 앨범에는 트로트 풍의 곡도 담겼다. 이에 대해서는 “록, 소울이 질러대는 풍이라면 뽕은 꺾는 것이 특징이다. 난 본래 창을 했기 때문에 트로트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며 “소울과 엔카는 모두 한을 바탕으로 설움을 노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로트 앨범에 대한 생각도 있다. 죽기 전에 다 들려드리고 갈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새 앨범에는 신중현, 이봉조, 김희갑 등 옛 작곡가들의 곡이 실렸다. 김추자는 “요즘 노래는 예전 노랫말과 다르게 가사가 ‘꼬시기 작업송’처럼 직설적으로 변했더라. 후배들에게 작곡을 의뢰하면 대개 인스턴트 식의 가사였다. 그런 것이 나와는 맞지 않았다”며 “신중현 선생님은 나와 제일 잘 맞는 베스트 콤비다. 선생님만큼 감성을 뽑아내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추자는 “신중현은 나를 몸을 움직여야 소리가 나오는 가수라고 말했다”며 “노래는 그냥 단순하게 부르는 것이 아니다. 무대에서 리듬에 몸을 싣고 그것이 나를 이끄는대로 노래하는 것이다. 난 무대에서 포즈 하나, 신발 한 켤레가 이상해도 노래가 안 나왔다”라고 말했다.

김추자는 6월 28일과 29일 양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 7월 6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차례로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김추자는 “좋은 무대를 많이 하고 싶다. 쉬는 동안 해외에 나가 여러 공연을 보며 공부를 많이 했다. 치밀하게 준비를 한 무대를 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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