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은 짐작보다 유쾌하고 솔직했다. 진심을 고백하거나 소신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었고, 예시를 끌어가다 농담을 섞으며 인터뷰 현장의 공기를 녹였다. 이런 모습이 본래의 송승헌인지, 아니면 달라진 모습의 송승헌인지 궁금해 여러 번 그에게 묻고 물었다. “원래 이런 남자였나요?”

송승헌은 김대우 감독의 로맨스영화 ‘인간중독’에서 부하의 아내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사랑에 눈 먼 남자’ 김진평을 연기했다. 불륜, 노출, 19금, 금기… ‘인간중독’은 배우에게 용감하기를 요구하는 영화다. 그리고 송승헌은 그러한 요구에 기꺼이 화답한다. 이 영화가 송승헌의 대표작으로 남을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는 배우의 진심과 노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송승헌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는다. 조바심 내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중이다.

Q. 사실 ‘인간중독’의 김진평은 ‘사랑에 눈 먼 남자’라는 점에서, 송승헌 씨가 지금껏 맡아 온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격정멜로’라는 타이틀이 붙으면서 상당히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죠.
송승헌:
맞아요. 김진평은 제가 연기해왔던 멜로 주인공의 연장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대상이 부하의 아내로 설정되면서 느낌이 상당해 파격적으로 다가오죠. 노출적인 부분도 그렇고요.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인데, 그런 부담 때문에 김진평을 포기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김대우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컸어요. 감독님이 이전에 쓰셨던 작품, 연출한 작품을 보면, 단순히 벗고 끝나는 값싸 보이는 영화들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도전했죠.

Q. ‘인간중독’ 관계자들로부터 ‘송승헌이 촬영장에 각오를 하고 왔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말로 영화를 보니 ‘이 배우가 작정하고 연기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송승헌: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부터는 노출에 대한 부담을 버렸어요. 노출 수위에 대해서도 단 한 번도 여쭤보지 않았고요. ‘김대우의 김진평’을 완전히 믿고 촬영에 임한 거죠. 촬영이 끝난 후에 감독님이 고마웠다고 하시더라고요.

Q. 연기하면서 느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영화에 담긴 베드신의 수위는 어떤가요.
송승헌:
약해요. 지금보다 훨씬 농밀한 장면들이 많았는데, 많은 부분이 편집됐더군요. 감독님은 이 영화가 단순한 불륜영화가 안 되길 바라셨어요. 노출만 너무 강조하면 그냥 치정극으로 끝나버릴 수 있잖아요. 영화 속에서 진평과 가흔(임지연)의 사랑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불륜이 맞아요. 하지만 진평에게 가흔은 어떻게 보면 첫사랑이거든요. 생애 처음 찾아온 진짜 사랑인 거죠. 관객들이 그런 두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숙제였어요. 불륜에 대한 호기심으로 극장에 오신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는 가슴 아파했으면 했죠.


Q. ‘인간중독’은 몸이 부딪히는 열정도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사랑에서 몸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송승헌:
네? 아… 하하하. 글쎄요. 사랑하면 몸은 중요하지 않지 않나요?

Q 진심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송승헌:
사랑하는 사람과는 굳이 그게…(잠시 생각하다가) 그런데 정확히 어떤 몸을… 비주얼적인 몸을 말씀하신 게 아닌가요?

Q. 하하. 에둘러서 질문하지 않을게요. 육체적인 교감 말입니다. 섹스 말이죠.
송승헌:
아, 그건 당연히 중요하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요, 중요하죠. 하하하. 그런데 그것마저도 서로 사랑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면 좋아지는 게 아닌가 싶은 거죠.

Q. 사랑하면 좋아진다라…
송승헌:
아니, 그러니까 누군가를 만날 때, 먼저 자 보고 시작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Q. 요즘은 그런 경우도 많은 걸로 압니다만.
송승헌:
저는 그건 모르겠어요. 그래 본 적은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몸의 언어도 좋은 거지, 확인 먼저 해 보고 ‘우리 사귈까’ 이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Q.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비주얼적인 몸은 뭔가요? 여자의 외모는 안 본다는 말씀인가요?
송승헌:
사랑한다면 외모는 둘째라는 거죠. 저는 그래요.

Q. 질문을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죠. ‘육체적 교감’ 없어도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으십니까?
송승헌:
하하하하하하. 아, 이렇게 말하면 대답이 될까요. ‘가을동화’ 촬영이 끝났을 때로 기억해요. 친구 중에 한 놈이 연애상담을 해 왔어요.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내 마음을 안 받다 준다”고요. 그래서 ‘가을동화’에 나온 대사를 얘기해 줬어요. ‘가을동화’를 보면 “마음만 줘. 마음만 주면 돼, 오빠.” 라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그 대사를 진심을 담아 얘기해라”고 했죠. 그런데 그 친구가 나중에 와서 그러더군요. “야! 어떻게 된 거야. 정말 마음만 주잖아!”(일동: 하하하하하) 갑자기 그 얘기가 떠오르네요.


Q. 답이 충분히 됐습니다.(웃음) ‘인간중독’의 김진평은 송승헌 안에 숨어 있는 어떤 것을 끄집어냈다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송승헌에게 없는 것을 찾아서 연기했다고 해야 할까요.
송승헌:
전자예요.김진평은 사랑 앞에서 일방적이고, 맹목적이고, 단순하고, 테크닉도 없잖아요. 그러 김진평의 사랑 방식은 저랑 비슷해요. 내성적인 성격도 비슷하고요. 그래서 진평에게 애착이 더 갔던 것 같아요. 저도 사랑에 빠졌을 때와 아닐 때의 갭이 크거든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여자 친구에게 하는 걸 보면 죽으려고 해요. 닭살이라고.

Q. 상상이 안 가네요. 김진평은 아내(조여정)의 야심에 억눌려 사는 기색이 역력한 남자입니다. 만역 조여정 씨가 연기한 숙진이라는 인물이 가흔처럼 순종적이고 조용하고, 기가 세지 않았다면 진평이 가흔에게 그렇게까지 무섭게 빠져들진 않았을까요?
송승헌:
그럼요. 처음 진평과 숙진이 나누는 베드신에서 딱 설명이 되잖아요. 잠자리에서 남편에게 “아이구, 잘한다, 여보. 당신은 왜 갈수록 좋아져?”라며 등을 토닥이는 모습은, 숙진이 여자로서의 매력이 꽝이라는 걸 보여주죠.

Q. 그런 말을 들으면 남자는 자존심이 상하나요?
송승헌: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는 아닌데, 확 깨는 거죠. 그런 식으로 리액션을 하는 여자 친구나 와이프라면 남자는 아마 도망갈 거예요. 그 장면에서 김진평은 와이프를 절대 사랑할 수 없구나,가 설명되는 거죠.

Q. 아직도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가장 자주 만난다고 들었습니다.
송승헌:
네. 가장 편해요.

Q. 연예계 친구들은?
송승헌:
(소)지섭이 (권)상우, (신)동엽이 형, (이)병헌이 형도 종종 봐요.

Q. 유부남이 더 많군요.(웃음) 중고등학교 친구 중에서는 아직 결혼 안 한 친구가 있나요?
송승헌:
가만있어 보자…(곰곰이 생각하고는) 두 명 빼고는 다 한 것 같네요.

Q. 결혼한 남자들의 경우, 열에 아홉은 미혼인 친구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면서요.
송승헌:
비율적으로 그렇긴 한데, ‘하지 말아라’보다는 ‘천천히 해라’가 더 많죠.


Q.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때요? 사랑에 있어서 운명을 믿으시나요?
송승헌:
그럼요. 저는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면 내일이라고 당장 결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게 쉽지가 않죠. 적당한 때에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요. 신중해야죠. 영화에서처럼, 결혼을 했는데 다른 여자가 보이면 안 되잖아요. 나이를 먹을수록 결혼이라는 게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지인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역시나 너무 시장 같고, 공장에서 찍어내듯 식을 치르고… 그런 걸 보면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져요. “나는 나중에 바닷가에 가서 둘이서만 결혼 할 거야”라고 농담으로 얘기는 하는데,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 하죠. 결혼은 가족이 만나는 거니까요.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결혼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Q. 결혼과 달리 연기에 대해서는 더욱 확고해지는 듯해요. 많은 인터뷰에서 “나를 내려 놨다”고 했던데, 그런 스스로를 굉장히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송승헌:
10년 전에도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다녔어요. 하지만 막상 뒤돌아서면, ‘과연 내가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죠. 그런 제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했는데, 내가 갈 길은 연기자라고 확실하게 정하고 나니, 한 작품 한 작품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예전 선배님들이 ‘배우가 돼야지’ 라고 했던 이야기도 뒤늦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됐고요. 그런 시기에 만난 게 ‘인간중독’이에요. ‘인간중독’은 저에게 의미가 굉장히 커요. 제가 이 작품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관계자들 사이에 돌면서부터는 제안 들어오는 작품도 달라졌어요.

Q. 이전에는 업계에서 송승헌 씨에게 건네는 캐릭터가 한정됐었나요?
송승헌:
네.제게 들어오는 캐릭터의 범위가 그동안 좁았던 게 사실이에요. 애초에 제안을 안 주셨던 거죠. 저는 많은 작품에 관심이 있었는데, 매니저를 통해서 “에이, 송승헌 씨 그런 거 안 하잖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Q. 그런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어땠나요.
송승헌:
제안하는 입장에서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를 먼저 생각하는 게 맞기는 하죠. 억척스럽거나, 구수하거나, 거친 아저씨 캐릭터 군에서 저를 완전히 배제하고 생각해 오셨던 거예요. 이젠, 그런 인식들을 하나하나 변화시켜 보고 싶어요. ‘인간중독’을 통해서 그런 제 의지를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기쁘고요.

Q. 배우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요.
송승헌:
얼마 안 됐어요. 2,3년 정도? 사실 최근 4,5년 사이에 연기가 아닌 다른 쪽 일을 했어요. 연기를 놓지 않으면서 비즈니스를 한 거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니, 내 에너지를 굉장히 소모하고 있는 것 같은 거예요. 배우의 길도 제대로 못가고 있으면서 사업을 하겠다고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생각을 했죠. 내가 잘 할 수 있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뭘까. 결국은 가장 오랜 시간 길을 걸어 온 연기더라고요. 연기를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정했어요.


Q. 물어보지 않을 수 없네요. 사업은 잘 됐나요?(웃음) 그것도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송승헌:
하하하. 레스토랑 사업은 굉장히 잘 됐어요. 담당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연기와 겸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사업에 신경을 전혀 안 쓸 수는 없었어요. 사업에 신경 쓰다 보면 배우 일에 또 소홀해지게 되고… 신은 두 가지 능력을 다 안 주시니까. 그래서 하나에 집중하기로 마음먹게 된 거예요.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Q. ‘인간중독’에서 호흡을 맞춘 임지연 씨는 90년대 생이에요. 송승헌 씨는 90년대에 데뷔한 배우고요.(웃음) 갈수록 상대배우 나이가 어려지고 있는데 어떤가요.
송승헌:
하하하. 그렇죠. 요즘은 90년대 친구들이 많아요.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의 (신)세경이도 90년생일 거예요. 사실 평소에는 나이를 모르고 살아요. 누군가가 얘기해줘야 ‘아, 내 나이가 이렇게 됐구나’를 느끼죠.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남자들은 40이 되든 50이 되든 똑같거든요. 애 같아요, 철없고. 여자도 그렇지 않나요?

Q. 남자보다는 덜한 것 같긴 해요.(웃음) 언제 특히 ‘내가 아직 애구나’ 하고 느끼나요.
송승헌:
얼마 전에 고등학교 친구 다섯 명과 밥 먹고 주차장에 앉아서 이런 저런 수다를 떨었어요. 순간 재미있는 거예요. 누군가가 “어린 시절 학교 담벼락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 필 때 같지 않냐?” 이러는데, 정말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거예요. 우린 정말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아직도 모이면 여자 얘기 하고, 별 시답지 않은 농담 하고. 하하하. 그럴 때마다 아직 철이 안 들었구나 싶죠.

Q. 원래 꿈이 연기자가 아니었던 걸로 알아요. 연기를 시작한 후, ‘내가 안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송승헌:
20대 때는 항상 그랬어요. 인생이 정말 예고 없이 바뀌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방송국에서 대본을 주면서 “다음 주부터 녹화니까 나와라” 그러더라고요. 연기를 배워 본 적도 없는데 말이죠. 그러곤 뒤돌아 볼 새도 없이 10년이 훅 지나갔어요. 누군가가 좋아해주고, 팬레터를 보내주면 ‘저 분들이 왜 그러지?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을 했죠. 요즘도 그런 생각을 가끔 하는데, 20대 때는 정말 심했어요.

Q. 궁금하네요. 20대의 송승헌은 행복했을까.
송승헌:
아니요. 행복을 느끼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요즘이에요. 20대 때는 모든 걸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폐쇄적이었고, 예민했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정해진 틀 안에 누군가가 뛰어 들어오면 저도 모르게 밀어냈던 것 같아요. 연예계 일을 잘하려면 가식도 약간 필요한데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오해도 받았어요. 그래서 “저 새끼, 싸가지가 없어!” 하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고요. 타협을 못하는 사람이었달까요. 그런 부분에서 지금은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Q. 많은 인터뷰에서 ‘송승헌의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더군요. 그래서 반대로 묻고 싶은데 ‘대중이 송승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 중에 이 선입견은 깨고 싶지 않다’ 하는 게 있을까요.
송승헌:
어떤 분들은‘송승헌은 조용하고 착하고 욕도 안할 것 같다’고 해요. 그런데 욕을 왜 안 하겠어요. 똑같죠. 그런데 그런 건, 뭐. 그런 건 굳이 부정을 안 하는 거죠. 하하하. 그리고 제가 이번에 작품홍보 때문에 ‘마녀사냥’과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잖아요? 사실 이전에는 ‘굳이 쇼프로까지 나가야 하나’ 생각했어요. 말주변이 좋은 것도 아니고, 재미있게 말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자신도 없었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출연을 망설였던 게 사실이에요. 게다가 둘 다 자폭하는 분위기의 프로그램들이다 보니…(일동: 하하하하) 그런데 웬걸. 영화보다 쇼프로 출연을 더 환영해 주시는 거예요. 쇼프로를 통해 저를 더 친근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송승헌도 농담을 하는 구나’ 알아주시는 것 같고요. 그런 걸 보면서 ‘아, 내가 그동안 팬들과 너무 떨어져 있었구나’를 느꼈죠.

Q. 오늘 송승헌 씨를 처음 뵀는데, 생각보다 유머도 있고 언변도 좋으신 것 같아요. 문득 ‘5년 전에 만나서 인터뷰를 했어도 오늘 같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까 이전에도 인터뷰 자리에서 마음을 많이 꺼내보이셨는지, 아니면 여유를 얻은 후에 달라진 건지 궁금하네요.
송승헌:
아마 변한 모습일 거예요.낯을 가린다는 게, 제가 친한 사람과 있을 때와 아닌 사람과 있을 때의 차이가 커요. 친구들 앞에서는 말도 잘하고 농담도 하는데, 낯선 자리에 가면 180도 변해요. 아까 얘기했듯 타협을 잘 못하다보니 오해도 받았고요. 그런데 나이를 들어서 그런가. ‘이왕이면 유하게 살자!’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또 그렇게 살다보니, 결국 저에게 좋게 돌아오더라고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점 둥글둥글하게 변해가는 것 같아요.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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