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SBS ‘쓰리데이즈’에서 탈북자 출신 브로커 역할로 화제가 됐다.
SBS ‘쓰리데이즈’는 유난히 ‘명품 조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장현성 윤제문 이대연 안길강 등 무게감을 지닌 조연 배우들의 뒷받침이 한국 드라마로는 생소한 장르인 블록버스터급 스릴러물이 안방극장에 안착하는 데 적지 않은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여기에 한 회 출연이었지만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황건도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극중 탈북자 출신 브로커 역할로 등장한 그는 실은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배우다. ‘쓰리데이즈’ 출연과 함께 내년 초 결혼 소식도 함께 들려온 그에게서는 오랜 시간 익어온 배우로서의 연기 철학이 묻어났다.
황건: 역할이 한 회분에 출연하는 거라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웃음) 예전에 독립영화를 찍을 때 실제 탈북자 분에게 북한 말을 배웠던 경험을 살렸다. 사실 대본은 서울 말씨로 씌여 있었는데 예전에 배운 북한 말씨를 응용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캐릭터를 다시 만들어봤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Q. 아 원래 서울 말씨였는데 연기하면서 바꾼 거였나?
황건: 신분이 탈북자 브로커라 조선족 또는 여러가지 설정이 가능할 것 같아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해봤다. 대본에 있는 내용을 창조적으로 해석해내는 게 배우의 역할이니까, 나름대로 나만의 해석력을 표현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Q. 주인공 한태경 역의 박유천과 기싸움하는 눈빛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황건: 함께 연기한 것은 처음인데 호흡이 무척 잘 맞았다. ‘쓰리데이즈’는 장르도 스릴러고 촬영 일정도 급박해 현장도 여유가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들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라 촬영도 수월하게 진행했다.
Q. 이번 출연으로 악역 연기에 능한 캐릭터라는 평가도 받았는데.
황건: 개인적으로 악역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굳이 어느 쪽이 좋다는 생각 같은 건 없다. 다만 악역을 할 때는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개인사와 타당성에 집중하는 편이다. 반면 극중에서 기능적인 악역으로 나오는 건 개인적으로는 별로다.
Q. ‘쓰리데이즈’ 출연과 더불어 우연찮게 결혼 소식도 들려왔다.
황건: 기사에 나온 대로다.(웃음) 신부는 만난 지 1년 정도 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다. 어느 음악회에서 만난 후 함께 공연을 하면서 가까워졌고 자연스레 결혼까지 골인하게 됐다.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현실적인 조급함 때문에 한번씩 힘든 주기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생활인으로 잘 성장해가고 있는데 나는 정체돼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데 이 친구를 만나면서 내가 인생에서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를 깨달은 것 같다. 인생길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를 만나게 돼 기쁘다.
Q. 5월 개봉을 앞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일대일’에서는 검사 역으로 등장한다.
황건: 국가기관에 의해 피해를 본 이들이 사적인 복수를 감행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인데 극중 나는 오정택 검사 역으로 등장한다. 과거의 악행으로 인해 테러를 당하는 인물로 마동석 선배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는 캐릭터다.(웃음)
Q. 이번에 워쇼스키 감독이 연출하는 미국드라마 ‘센스 에이트’(가제)의 오디션도 봤다고 들었다.
황건: 아직 1차 오디션을 본 상태다. 한국을 비롯해 총 8개국에서 촬영하는 작품이라 각국 배우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보는 작품인데 영어 연기를 하려니 쉽지는 않더라. 아직 여러 관문이 남아있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
Q. 영어 연기에 일가견이 있나보다.
황건: 이전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 원어로 연기하는 데 재미를 느꼈었다. 그런 경험들이 오디션 볼 때 큰 도움이 되서 새삼 고맙단 생각이 들더라.(웃음) 오디션 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런 세계적인 작품의 오디션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Q. 연극과 뮤지컬 쪽에서는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편이다.
황건: 어릴 적부터 연극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던지라 드라마와 영화에는 상대적으로 적응을 잘 못한 시간도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는 2006년 KBS 단막극으로 데뷔했는데 처음에는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카메라 연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지금은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오갈 수 있다는 데서 나름대로 자부심도 느낀다.
Q. 연극 무대는 앞으로도 병행할 생각인가.
황건: 어릴 적부터 장두이 선배가 나의 우상이었다. 대학(고려대)에 진학해 극예술연구회에 몸담게 된 것도 다 장두희 선배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나를 그리로 이끈 것 같다. 진지하게 배우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고민을 시작했던 공간이기에 연극 무대는 앞으로도 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좋은 드라마와 영화는 꾸준히 출연하려 노력하겠지만 무대에 대한 끈은 놓치지 않고 싶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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