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찌라시를 받아본 적 있나. 본인의 이름이 있었던 적은 없었나.
김강우가 증권가 정보지, 일명 ‘찌라시’를 파헤친다.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에서다. 극 중 김강우가 맡은 역할은 매니저 우곤. 한 여배우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열혈 매니저다. 그러던 어느 날 찌라시를 통해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 그리고 그 소문은 우곤이 키우던 여배우를 죽음으로 내몬다. 우곤은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던 여배우를 앗아간, 찌라시의 정체를 파고든다. 단지 영화라고 하기엔 현실과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다. 김강우 역시 찌라시에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연예인 중 한 명이 아니던가. 영화 속이긴 하지만, 찌라시를 파헤친 기분은 어떨까. 김강우를 만나 찌라시의 실체를 확인한 느낌을 물었다.
김강우 : 원해서 받아 본 게 아니라 요즘은 스마트폰 등으로 해서 그 내용이 많이 돌아다닌다. 그래서 본 적은 있다. 그리고 예전에 연예인 ‘X파일’에 성향 정도만 나왔던 것 같다.
Q. 찌라시에는 연예인 관련 내용이 꽤 많다. 실제 연예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내용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김강우 : 솔직히 별로 관심도 없고, 잘 모른다. 기자를 포함해 다른 직업군에 계신 분들은 아무래도 조직에 있다 보니 훨씬 더 많은 소문을 듣고, 빠르게 확산되는 것 같다. 그에 비해 배우들은 조직에 속해 있는 건 아니니까 (찌라시도) 돌고 돌아 나중에 듣게 된다. 많이 알거라 생각하는데 오히려 더 모른다.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한 진실성이나 믿는 정도는 훨씬 낮다.
Q. 연예인이든 아니든, 찌라시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누구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영화 속 내용이 100%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히 설득력 있다.
김강우 : 밥 먹는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걸 옆에서 듣고 올린다는 이야기도 있고, 미용실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웃음). 또 모든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녹음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지금이다. 마음만 먹으면 다 퍼지는 거 아니겠나.
Q. 찌라시 제작 및 유통 과정이 나오는데 사실과 허구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김강우 : 정보회의는 진짜 그렇게 한다고 들었다. 대기업 직원들이 그렇게 한다더라. 또 유통업자도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인쇄소 사장이라고. 영화 속 상황들이 사실에 기반을 둔 사건과 상황임은 분명하다.
Q. 대기업 직원들이 왜?
김강우 : 자신이 속해있는 기업에 해가 되는 소문이 도는지에 대한 걸 미리 수집하는 거라고 들었다. 그런 부서가 진짜 있다던데.
Q. 찌라시에 많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연예인이 찌라시를 파헤친다는 게, 극 중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 기분이 조금은 이상했겠다.
김강우 : 글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 내가 노력을 해서 만든 예술품이 한순간에 깨지는 상황인데 그 상황이 어떨지 인물로서만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Q. 만약 실제로 찌라시에 김강우의 이름이 거론된다면, 그땐 어떻게 대응할 것 같은가.
김강우 : 사실이 아니라면 법적 대응을 할 것 같다. 그래야 이후에 나오는 피해자도 막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Q. 예전에도 뜬소문과 찌라시는 돌고 돌았지만, 그때보다 최근에는 대부분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
김강우 : 예전보다 찌라시를 받아볼 수 있는 층이 넓어졌다. 그래서 파급효과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소문이라는 건 절대 안 없어질 것 같다. (찌라시를) 제작 유통하는 사람이 없어질 수 없다면 적어도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라도 시각을 바꾸면 좋을 것 같다. 극 중 우곤도 말하지만, 95%가 가짜다. 그런데 10개 중에 하나만 진짜로 밝혀져도 그 효과가 아주 크다. 실제 10개 중 9개는 그냥 사라지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많은 분이 믿는 게 아닐까.
Q. 영화처럼 직접 찾아 나서는 거 아니냐.
김강우 : 이 영화를 보고 다른 루트를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웃음).
Q. 사실 제목만 접했을 때 선정적이거나 또는 뭔가를 고발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실 영화는 굉장히 속도감 있는 오락 영화다. 이런 편견을 가진 대중이 많을 것 같다.
김강우 : 소재나 제목부터 그렇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언론시사회 때 긴장된다고 말했던 것도 의도했던 바와 다르게 생각할까 봐 걱정된다는 의미였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이 기대보다 훨씬 재밌는 오락영화라고 말해줘 안심이다. 은연중에 메시지도 있고.
Q. ‘사이코메트리’ 당시 선택 이유로 ‘공통된 과거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면서 하나의 악을 쫓는 구도에 흥미로웠다’고 했다. 어찌 보면 ‘찌라시’도 비슷한 구도다. 직업의 차이는 있지만, 장르적 특성도 비슷하다.
김강우 : 이 작품 하고 나서 ‘카트’란 영화를 하는데 여기에선 노조위원장으로 나온다. 누군가는 입당하려고 하느냐고 농담 섞인 이야기도 하더라. (웃음). 의도한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보니까 그런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모든 걸 갖춘 인물들보다 약한 편에 서 있는 인물이 큰 세력과 싸우는 이야기를 더 드라마틱하게 느끼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런 인물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Q. 이 작품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김강우 : 이 친구는 직업이 매니저고,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예기치 않은 사건에 의해 만나게 된다. 그 안에서 결국 내 쪽은 보통 관객들, 대중들을 대변하는 입장이다. 힘없는 사람이 고구마 줄기를 당겼는데, (고구마가) 줄줄이 나올 때 그 당혹스러움 같은 게 아닐까. 맨몸으로 부딪히는 데 있어 보는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우곤은 맨몸 외엔 아무 무기도 없다. 그렇게 따라와 준다면 영화 보는 재미는 있을 것 같다.
Q.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이 매니저라 생각하는데, 직접 매니저를 연기하니까 어떤 기분이 들던가.
김강우 : 매니저는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찌 보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매니저인데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매니저의 입장과 배우의 입장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우곤 캐릭터를 위해 그 입장에 대한 이해가 심각하게 다가왔다. 이런저런 상황에서 매니저는 이럴 수 있을까? 그런 심정을 잘 모르겠는 거다. 그래서 매니저의 성향이나 행동 등은 따로 연구하지 않았다. 개개인의 성향과 행동이 워낙 다양하기도 하고, 그동안 경험하고 봐 왔던 것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들의 심정에 대한 부분은 궁금했다. 몇 년 안 된 매니저부터 오래된 형까지 여러 명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 간극을 줄여 나갔다.
Q. 생각하지 못했던 그 간극은 무엇인가.
김강우 :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몇몇 분들이 가족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뭐냐고 물어왔다. 나 역시 그 점이 궁금했다.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일 하느라 오랫동안 보지 못한 여자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때 자신이 키우고 있는 여배우가 부르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갈 수 있다는 말을 해주더라. 그 여배우는 자신의 인생인 거다. 우곤도 그런 심정인 거다. 내가 만든, 내 모든 것을 토해내서 만든 유일한 배우이자 결정체인데 그걸 앗아갔을 때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게 의아하긴 했다. 배우가 잘된다고 해서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지만, 그 만족감은 엄청나다고 하더라. 키우던 여배우가 시집가면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 들 정도라.
Q. 자신의 지금 매니저는 극 중 우곤처럼 할 수 있을까.
김강우 : 그건 모르겠다. (웃음).
Q. 예전에 ‘아이디어나 애드리브도 많이 생각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런 지점이 있었나.
김강우 :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매니저와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보고. 또 100원 주고 계약하는 것 등이 그렇다. 정보회의에서 휴대전화를 ‘얼음통’에 넣는 건 건의를 했고.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Q. 박성웅은 직접 추천했다고 알려졌는데 왜?
김강우 : 비주얼적으로 나를 압도할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덤비지 못할 정도의 포스를 가진 그런 사람 말이다. 딱 생각이 났고, 감독님도 동의했다.
Q. 영화에서 박사장 역의 정진영과 주로 호흡을 맞추는데 처음 아닌가.
김강우 : 작품으로 만나기 전부터 대중의 눈으로 봤을 때 인간적이라 느꼈다. 연기하면서 훨씬 더 인간적인 부분을 느꼈고, 창석 형님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작품에서 만나면 좋겠지만, 만나지 못하더라도 술 한 잔, 밥 한 끼 먹는 그런 형님이 됐다.
Q. 그런데 박사장은 왜 우곤을 도와주는 걸까.
김강우 : 박사장 입장에선 우곤의 절박함을 보지 않았을까. 성향 자체가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니까. 그리고 내가 하지 못한 복수를 할 수 있겠다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을 테고.
Q. ‘사이코메트리’ 당시 “당분간은 저를 비트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이코메트리’는 ‘김강우 비틀기’의 시발점이란 말도 곁들었다. 이번엔 그 비트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김강우 : 이 영화는 비틀기 작업은 전혀 아니었다. 매번 비틀면 나는 뭐 먹고 사나. (웃음).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작품들은 해 나가고, 비중이 작더라도 새로운 거면 또 해보는 거다. ‘카트’도 그런 경우다.
Q. 뭔가 김강우를 대표할만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국민 형부 말고. 뭔지 모르게 조금은 ‘평가절하’된 느낌이다.
김강우 : 요즘 고민이기도 하다. 센 캐릭터를 해서 이미지를 박는 게 좋은 건가. 또 연기한지 12년 됐는데 지금 그걸 박는 게 맞는 건가란 생각을 한다. 흥행해서 박힌다면 모르겠지만, 그걸 추구하는 건 어리석은 일인 것 같다. 지금까지 해 왔던 다른 작품들이 흥행을 더 했더라면 대중적인 이미지가 각인됐을 거다.
Q. 몇 년 전부터 연기에 부쩍 재미를 느꼈다고 했는데 지금도 재밌나.
김강우 : (연기)하는 자체가 재밌다. 예전에는 여행하고, 야구하고, 축구 보는 게 더 재밌었는데 지금은 연기하는 게 더 재밌다. 그러다 보니 작품도 좀 더 하게 되는 것 같다.
Q.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가.
김강우 : 하고 싶은 게 그때그때 다르다. 달달한 멜로를 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상황에 맞춰서 하는 거다. 아무래도 안 해봤던 캐릭터를 해보는 재미가 있다 보니 전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작품에도 관심이 가고, 그러면서 작품 수가 늘어나는 것 같다. 연기하려고 배우 하는 건데 너무 많은 장고를 하는 것보다 많은 인생을 살아보는 게 재밌는 것 아닌가 싶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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