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라는 인물은 ‘딱 나 같다.’ ”

배우 전지현이 톱스타 천송이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카페모카의 ‘모카’와 ‘목화’를 구분하지 못해 SNS에 “모카를 들여온 문익점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네티즌에게 집중 포화를 맞고, 난처할 때면 “쏴리(Sorry)”라는 정체불명의 영어발음을 남발한다. 실연당한 슬픔은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목놓아 부르며 해소하는 푼수기를 드러내지만, 어느 순간 자신만의 외로움을 간직한 여배우의 모습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최근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온 그대’의 천송이를 연기하는 전지현의 모습은 마치 몸에 꼭 맞는 맞춤옷을 입은 듯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전지현 스스로도 천송이가 실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이야기한다.

위기에 처한 톱스타 여배우를 능청스럽게 연기해내고, 400년 전 지구에 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과의 사랑을 애틋하게 묘사해낸다. SBS ‘해피투게더’(1999) 이후 무려 14년 만의 TV 드라마 복귀가 성공적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첫 전파를 탄 후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 효과’를 톡톡히 보며 30%대 시청률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때보다 한층 성숙해진 전지현표 연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코믹연기

대중과 소통한 전지현의 무기는 무엇보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코믹 연기’와 ‘변화무쌍함’이다. 안하무인의 톱스타 캐릭터로 무식함까지 겸비한 천송이라는 인물을 특유의 발랄한 분위기 속에서 코믹하게 그려내면서 대중과의 친근한 소통에 성공한 것. 밖에서는 도도한 톱스타지만 집에서는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뛰어다니는가 하면 악성 댓글에 목놓아 울거나 자신의 사랑고백을 거절한 도민준에게 저주의 문자 폭탄을 보내는 만행을 보이는 등 웃음을 이끌어내는 이 모든 장면은 과하거나 어색함 없이 표현됐다.

20대 시절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보여준 전지현만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대중이 전지현에게 가장 열광했던 ‘망가지면서도 호감 가는’ 캐릭터를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극중 코믹한 모습은 ‘자연인 전지현’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전지현은 “작품을 처음 접하고 캐릭터와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그 중 천송이라는 인물은 ‘딱 나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며 “백치미가 있어 코믹한 분위기도 흐르면서도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고 들려주었다.

코믹함이 전부는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하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며 천송이가 겪은 삶의 무게를 내비치거나 자신의 사랑을 외면하는 남자 앞에서 오래도록 간직해 온 순정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진한 외로움과 슬픔을 보여준다. 한 작품에서 시시각각 이뤄지는 이미지 변신이 어색함 없이 매끄럽다는 것은 이미 배우가 다양한 감정을 적절하게 배분해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지닌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 10년간 꾸준히 쌓아 온 내공


이처럼 웃음기와 눈물을 자유분방하게 오가는 모습에는 십여 년간 꾸준히 활동하며 배우로서 쌓아온 ‘내공의 힘’이 깃들어 있다. 1998년 SBS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로 데뷔,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전지현은 이후 근 10년간 배우로서는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영화 ’4인용 식탁’ ‘슈퍼맨이 된 사나이’ 해외 합작 영화 ‘블러드’ ‘설화와 비밀의 부채’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변신을 시도했으나 ‘연기보다는 CF 스타’라는 그늘을 오랜 기간 맛봐야했다.

2012년 영화 ‘도둑들’과 2013년 ‘베를린’으로 흥행과 연기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시작된 상승세는 이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더 큰 폭발력을 발휘했다. 여기에는 영화 ‘도둑들’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 연기한 김수현과의 시너지 효과도 존재한다. 전지현은 “김수현과 호흡할 때 서로 부족하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느낌이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며 “처음 촬영할 때 굉장히 떨렸고 지금도 촬영 때마다 설렌다”고 밝혔다.


또 14년만의 드라마 복귀에는 결혼 후 좀 더 안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게 된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이에 대해 전지현은 “일단 작품에 대한 매력이 컸지만 선택할 때까지 주위 분들이 큰 힘이 됐다”며 “특히 신랑의 응원 없이는 어떤 일이든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지현의 복귀와 관련,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제작관계자는 “작품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1년에 1~2편씩 꾸준히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감을 키워간 것이 결국 좋은 결실을 맺은 발판이 된 것 같다”며 “특히 캐릭터의 변화무쌍한 면을 창출해내는 데 그간의 작품이 발판이 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낳은 것 같다”고 전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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