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고성희, 그녀의 양면성에 확신이 생긴다(인터뷰)

고성희라는 배우의 반전, 확인하셨나요?

몇 시간에 불과한 만남으로 타인이 어떤 사람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엄청난 오류를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고성희라는 배우는 양면의 얼굴을 가졌다’라는 말에는 이상하리만치 확신이 생긴다.

인터뷰 내내 그녀의 표정은 단단하고 확고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얼굴 속에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과 자신감을 감춰놓은 듯한 그런 표정은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 속 김재희와 닮아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그녀를 처음 목격한 영화 ‘롤러코스터’ 속 미나미토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 엄청난 간극 탓에 그녀에게서 야누스를 발견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주목할 만한 여배우가 등장했다

Q. ‘미스코리아’는 권석장 PD의 차기작으로 꽤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현장에서 그가 어떤 방식으로 디렉션을 주는지 궁금하다. 또 그것을 첫 드라마 현장에서 접한 당신이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고성희 : 아, 정말이지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선배들도 늘 하는 말이 ‘감독님은 천재다’라는 것. 실제로 내가 관찰한 감독님도 천재에 가깝다. 모니터를 하시다가 영감을 받으면 오셔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라고 하신다.

Q. 그런데 그 표현이 모호해서 현장에서는 권석장 PD에 익숙한 배우 이선균이 통역을 해준다고 하던데.
고성희 : 그렇다. 선균 오빠가 있을 때는 확실히 더 쉽게 알아듣게 된다. 없을 때는 어렵다(웃음). 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첫 드라마이다보니 긴장도 많이 했고 처음에는 많이 헤맨 것이 사실이다.

Q. 어떤 점에서?
고성희 : 재희라는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감독님과 내가 서로 방향이 달랐다. 나는 재희를 지금보다는 더 밝은 톤으로 생각했었고, 감독님은 좀 더 어두워지길 바라셨다.

Q. 어째서 재희라는 인물이 밝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고성희 : 재희에게서 실제 내 모습을 찾는 과정에서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재희는 굉장히 외롭고 불쌍한 아이다. 나 역시 늦둥이이기도 한데다 홀로 유학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 조금은 외롭게 독립적으로 살아야 했다. 그렇게 나를 닮은 부분을 재희에게서 찾다보니 밝게 활기차게 그리려고 하게 됐다.

Q. 그 말은 당신은 외로운 순간에도 밝아지려고 노력하는 성격이라는 뜻?
고성희 : 그렇다. 혼자 이겨내고 혼자 선택해야 하는 인생을 살았는데,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는 더 밝게 활기차게 대하곤 했다.

고성희는 건강하면서도 묘한 아우라를 가진 배우다

Q. ‘미스코리아’는 첫 드라마다. 실시간으로 반응이 올라오는 광경이 처음이었을텐데,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기도 하나.
고성희 : 이러다 데이터 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웃음).

Q. 요즘 인터넷 상의 드라마 기사의 경우, 배역 이름이 아닌 배우 이름으로 헤드라인이 나온다. 예를 들면, “‘미스코리아’ 고성희, 서울 진 확정” 이런 식으로, 마치 김재희라는 극중 인물이 고성희인 것 마냥.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고성희 : 무엇보다 내 이름을 알아주신다는 것에서 감사한 일인 것 같다. 신기하다.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영화의 경우, 촬영 이후 1년 뒤에 개봉을 하는 식인데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다만, 내가 진짜로 미스코리아일 것이라 오해하실까봐 걱정은 된다(웃음).

Q. 미스코리아를 연기해야했기에, 실제로도 미스코리아 조건에 부합하는 배우들을 많이 찾았다고 들었다.
고성희 : 나의 경우는 오디션을 두 번 봤다. 그 시기에 ‘롤러코스터’가 개봉될 시점이었다. 처음 만난 감독님은 인자하셨는데 두 번째에는 너무 매섭게 살펴보시더라.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계셔 그런 것 같았다. 행동 하나하나 습관까지도 매의 눈으로. 사실 키(그는 170cm다)가 큰 점이 그간은 작품을 만나는 것에 있어 걸림돌이 됐다. 내가 아직은 나이도 어리고 동글동글하게 생겼는데 키가 커서 언밸런스하다고 여기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큰 키가 꽤 도움이 됐다.

Q. 미스코리아를 연기한다는 것은 여배우로서는 꽤 흥미로운 일일 것도 같다.
고성희 : 여자들의 이상이라는 인식들이 있으니까. 게다가 재희는 성격도 곧고 멋쟁이라는 점에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Q. 그러고 보니 전작 ‘롤러코스터’ 속 미나미토는 ‘미스코리아’ 김재희와는 완전 다른 인물인데 이렇게 이어진 것이 신기하다.
고성희 : 감독님은 영화를 아직 못보신 것으로 알고, 오디션 과정 중에 조감독님들이 다들 보셨더라. 영화 보신 분들이 나를 많이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

Q. 그럴 수밖에. 미나미토의 매력은 엄청났으니까. 특히 남자들이 너무 좋아했던 캐릭터다. 조연출들이 다 남자였나보다.
고성희 : 맞다(웃음). 그래서 ‘롤러코스터’에 참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재희를 만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다. 미나미토를 연기하기에 앞서서는 일본인이다 보니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는 캐릭터가 됐으면 좋겠다 했는데 진짜 그렇게 돼서 지금도 기쁘다.

이제 막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녀의 완전체는 어떨까

Q. ‘롤러코스터’ 시절 배우들을 만나보면 마치 학창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 무리를 보는 듯 했는데, ‘미스코리아’는 전혀 다른 분위기일 것으로 짐작된다. 무엇보다 이미숙, 이선균, 이성민, 송선미 등 선배들로 둘러싸여 있으니.
고성희 : 제작발표회 때도 말씀드렸었는데, 설레고 감사하면서도 좀 무서웠고 마음이 무거웠다. 일단 지금까지 만난 작품 중 가장 많은 선배들을 마주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주눅이 들었다. 영화할 때는 촬영 전에 자주 만나 친한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는데 드라마는 준비를 혼자 해서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고 촬영을 하는 식이었다. 또 적응이 안된 부분이 밥을 다 따로 먹는다는 것. 서로 촬영시간이 각자 다르다보니 알아서 밥차에 가서 챙겨먹어야 했다. 그런 점이 생소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친해져야 할까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배들의 존재가 감사하다. 많이 챙겨주시려고 하신다.

Q. 그중에서도 가장 접점이 넓은 선배가 이미숙이다. 무섭지는 않던가.
고성희 : 여배우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이 되는 분이시지 않나. 처음에는 당연히 무서웠다. 워낙에 포스도 있으시니 만나기 전에는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야말로 이미숙 선배님 앓이를 하고 있다. 내게 해주시는 조언은 그때그때 딱 필요한 것이었다. 늘 내게 ‘더 당당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시고 시선이나 행동 하나하나 흐트러짐 없이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재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에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곁에서 지켜보는 선배는 너무 멋있으시고, 정말 프로의 모습을 확인하는 기분이다.

Q. 참, 드라마에서 인상깊은 부분이 미스코리아 트레이닝이다. 실제로 그 시절 미스코리아들이 그렇게 트레이닝을 받았었나.
고성희 : 작가님께서 실제 사례들을 직접 연구하신 것이라 들었다. 아마 대부분 실제로 한 트레이닝일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학창시절 모델 트레이닝을 받을 때 벽에 서 있는 훈련을 받기도 했다.

Q. 오지영 역에 이연희와 라이벌로 나오는데, 실제 미스코리아에 더 근접한 배우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짓궂은 질문이지만(웃음).
고성희 : 나와 연희 언니는 분위기가 굉장히 다른 것 같다. 연희 언니는 워낙에 예쁜 배우이고 얼굴도 작고 인형같다. 나는…좀 독특하게 생긴 것 같다. 잘 생긴 것인지 못생긴 것인지 오락가락한다(웃음).

고성희의 2014년은 밝다

Q. 미스코리아를 연기하기 때문에 촬영 중에도 몸매관리에는 신경을 늦출 수가 없겠다.
고성희 : 식욕이 강한 편이다.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영복 신을 찍을 때는 반그릇만 먹고 아쉬워해야했다. 그래도 운동을 좋아해 근육량이 좀 있는 편이다. 남들이 한달 운동해야될 것을 나는 일주일만 하면 된다. 워낙 평소에 걷는 것을 좋아해 그런 것 같다.

Q. 경쟁작(SBS ‘별에서 온 그대’) 시청률이 너무 매섭다. 바쁜 와중에도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다.
고성희 : 그렇지만 자부심을 갖게 되는 드라마다. 보시는 분들도 다들 인정해주시고. 그리고 나는 첫 드라마이다보니 주변 반응이 너무 좋다. 영화 때와는 사뭇 다른 체감온도다. 부모님이 무엇보다 좋아하신다(웃음).

Q. 드라마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고성희라는 배우는 제법 성공적인 드라마 데뷔를 한 것 같다. 비교적 빠른 시간에 자리를 잡은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래서 텐아시아에서 2014년 루키로 선정을 했다(웃음).
고성희 : 아, 정말 감사드린다. 루키등록증을 봤는데 실제 카드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행보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조급증을 가지지 않고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내딛고 싶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뉴스스탠드 "MY뉴스" 설정 경품 이벤트]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EVENT] 달콤달콤 이현우, 해피 밸런타인데이! 2월 구매고객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