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영화사들이 분주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30일부터 2월 2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영화사들이 그냥 두고 볼일 없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극장가 전쟁이 펼쳐지는 기간이다. 특히 올해는 그 경쟁이 더욱 심해질 전망.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 등 국내를 대표하는 영화 투자 배급사들이 모두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먼저 ‘수상한 그녀’(CJ), ‘피끓는 청춘’(롯데), ‘남자가 사랑할 때’(NEW)가 설 연휴에 한 주 앞서 1라운드 격돌을 펼친다. 장르도 매력도 제각각이다.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는 다양한 차림표가 마련됐다. 극장에 발걸음을 옮기기에 앞서 1라운드 격돌에 나선 영화들의 매력을 꼼꼼히 탐색하는 게 우선이다. 22일 오후 2시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피끓는 청춘’이 20.0%로 ‘수상한 그녀’(17.6%), ‘남자가 사랑할 때’(10.0%) 보다 앞서 있다. 한편, 쇼박스의 ‘조선미녀삼총사’는 ‘명절 단골’ 성룡 주연의 ‘폴리스스토리 2014’, ‘넛잡’ 등과 함께 29일 2라운드에 합류할 예정이다.

# 농촌 로맨스 vs 가족 코미디 vs 멜로 드라마

영화 ‘피끓는 청춘’ 스틸 이미지.

우선 장르적인 색깔이 확실하다. 각 영화의 느낌과 분위기, 포스터만으로도 뚜렷이 구분될 정도다. 장르는 달라도 세 작품 모두 15세 관람가다. 같이 보러 갈 대상에 누구냐에 따라 선택 방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피끓는 청춘’은 농촌 로맨스다. 1980년대 충청도 홍성의 농촌이 주된 배경이다. 홍성농고 여자 일진, 전설의 카사노바, 새침한 서울 전학생, 홍성공고 싸움짱 등을 중심으로 ‘피끓는’ 고등학생들의 사랑과 우정이 펼쳐진다. 80년대를 떠올릴 만한 소품들이 꽤 등장,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린다. 1라운드에 오른 다른 경쟁작에 비해 ‘핫’한 배우들의 대거 포진돼 있다. 아날로그를 찾는 ‘핫’한 관객들에겐 알맞은 선택이다.

‘수상한 그녀’는 가족 코미디다. 70대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이 20살 꽃처녀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렸다. 판타지가 깃든 이 설정을 통해 가족을 전면에 끌어낸다. 또 20대 몸, 70대 정신세계가 만들어내는 웃음도 상당하다. 다소 빤한 설정과 흐름이지만, 웃음과 눈물의 어울림이 매우 좋다. 부담 없이 즐기기에 딱이다. 온 가족이 극장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수상한 그녀’가 안성맞춤이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황정민표 정통 멜로다. 사랑을 모르던 한 남자가 첫 눈에 반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사채업을 하며 거칠게 살아온 태일의 투박한 사랑이 진정성 있게 전해진다. ‘조폭’ 계통 종사자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 그 이야기 자체보다는 이야기가 품고 있는 멜로 감성에 주목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이종석 vs 박인환 vs 황정민

영화 ‘수상한 그녀’ 스틸 이미지.

남자 주인공의 대진은 ‘대세’ 이종석에게 쏠리는 분위기다. 연기력을 떠나 가장 ‘핫’한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이종석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현란한 손놀림(여자를 꼬드길 때 쓰는 극 중 이종석만의 필살기)으로 여학생들의 마음을 훔치는 중길 역을 맡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매력을 전한다. ‘허당’과 망가짐을 넘나드는 이종석의 변신은 꽤 성공적이다.

황정민은 예의 뛰어난 연기력을 펼쳤다. 황정민이 연기한 태일의 감정이 온전히 느껴지는 건, 역시 황정민 덕분이다. ‘밀당’을 전혀 모르는 투박하고, 우직한 태일의 사랑은 황정민을 만나 먹먹함을 만든다. 겉으론 거칠지만, ‘온리 유’(Only You)를 외치는 순정파다.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의 독보적 활약에 남자 배우 캐릭터가 크게 드러나진 않는다. 하지만 심은경과 박인환, 실제 50년 격차의 두 배우가 만들어가는 앙상블은 다른 두 영화가 갖지 못한 장점이다. ‘귀요미 할배’ 박인환의 매력, 상당하다. 못 믿겠다면, 직접 확인하시라.

# 박보영 vs 심은경 vs 한혜진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스틸 이미지.

여주인공은 ‘수상한 그녀’ 심은경이 단연 우세다. 단지 영화 한 편을 온전히 이끌어서가 아니다. 20대 옷을 입은 70대 할머니라는 황당한 설정을 잊게 만든 심은경의 연기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 걸쭉한 사투리와 욕설 그리고 행동까지, 영화 안에서 마음껏 뛰어 놀았다. 또 웃음과 울음을 원하는 대로 주물렀다.

박보영은 ‘일진’으로 변신했다. 침 좀 뱉고, 껌 좀 씹어본 일진의 모습, 기존 박보영에게서 볼 수 없었던 새로움이다. ‘똘마니’ 여럿을 거느리고 있는 ‘아담한’ 체구의 박보영의 모습은 꽤 흥미롭다. 박보영의 격투(?) 장면도 볼 수 있다. 다만 캐릭터의 변주는 조금 아쉽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된 한혜진은 예전보다 한층 깊어진 멜로 감성을 드러낸다. 극 중 태일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첫 눈에 반할 만큼 여전한 미모다. 그리고 병든 아버지를 수발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피곤함이 더해졌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와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분명 이전보다 한층 성숙해진 한혜진을 만날 수 있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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