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최고 흥행작인 ’7번방의 선물’ 스틸 이미지.

2014년 갑오년이 밝았다. 작년 영화계는 풍성했다. 한국영화 관객수는 2년 연속 1억 명을 돌파했고, 전체 관객 수는 2억 명을 넘어섰다. 1월부터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흥행을 자랑했고, 500만 이상 흥행작도 매월 터져 나왔다. 꿈 같은 숫자인 1,000만도 올해만 놓고 보면, 그리 어려운 숫자가 아닌 것만 같다. 극장가 비수기가 있나 싶을 정도로 1년 내내 꾸준한 흥행이 이어졌다. 부성애, 북한, 사극, 액션, 스릴러, 누아르 등 소재,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분포됐다. 아이돌 멤버들이 스크린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면서 신선함을 더했다. 반면, 안방극장과 달리 스크린에서는 여배우들의 활약이 다소 아쉬웠다. 또 한국영화의 강세에 밀려 외화 시장도 위축됐다. 이로 인해 스크린의 양극화는 한층 더 심해진 2013년으로 기록된다. 2014년에는 올해와 같은 기조를 유지하면서 새로움을 덧입힌다. 현재 공개된 라인업만 놓고 보면, 2013년보다 더 화려하다. 대작 사극들이 열풍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이며, 아이돌의 활약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영화계, 텐아시아가 관계자 13인에게 물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 (가나다 순)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 손정우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심재명 명필름 대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윤인호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 윤제균 감독, 이성우 데이지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임성규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 장경익 NEW 영화사업부 대표, 전종혁 영화평론가,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허남웅 영화평론가.

2014년 기대작인 ‘군도’, ‘신의 한수’, ‘명량’, ‘역린’ 스틸 이미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한국 영화의 호황은 2014년에도 쭈욱~

2013년 한국 영화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한국 영화 관객 1억 명 시대를 굳건히 했고, 500만 이상 ‘대박’ 흥행작만 무려 8편을 탄생시켰다. ‘7번방의 선물’을 시작으로 ‘설국열차’, ‘관상’,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숨바꼭질’, ‘더 테러 라이브’ 그리고 ‘변호인’까지 쉼 없이 흥행작이 터져 나왔다. 2014년에도 이 같은 한국 영화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공개된 라인업은 오히려 작년보다 더 좋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제작 편수도 늘어나고 있고, 양질의 영화들도 많아지고 있어 2013년 같은 호황은 유지될 거라 생각한다”며 “그리고 지난해보다는 여자 주인공의 영화들이 보이는 것 같지만, 대작 사극 등 큰 규모의 남자 스타들 중심으로 한 영화들이 강세일 것 같다”고 경향을 살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관객 수는 늘어났지만, 특정영화의 쏠림현상은 더 심해졌다”며 “2014년에도 그럴 것 같은데 편중되지 않고, 영화 다양성이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던 대중들이 한국영화에 대한 로열티가 확실히 생기면서 기본적으로 안정된 시장이 구축돼 있다”며 “올해 사극 등 큰 영화들이 많이 포진돼 있고, 상업적으로도 잘 만들고 있다. 올해 더 잘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원 대표는 “남자 배우의 강세도 여전할 거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구매행위가 이뤄지는 고관여 제품이고, 그 선택 기준은 주로 여성들에게 있다. 남자 배우 중심은 어쩔 수 없다”며 “영화를 기획할 때도 큰 영화일수록 여배우를 톱으로 놓기 어렵다. 이는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윤제균 감독 역시 “2014년 라인업만 놓고 봤을 때, 2013년보다 잘되지 않을까 싶다”며 “새롭고 보고 싶은 영화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시장 전망 자체는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가 다음 년도에 바로미터가 되는데 올해 나오는 대작들이 좋은 성과를 내야 더 큰 작품이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작품들이 꾸준히 나올 수 있다”고 올해의 중요성을 전했다. 또 “지난해 여자 중심의 영화가 별로 없었다면 올해는 많아진 것 같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내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정우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2013년의 흐름을 멀티플렉스가 놓치지 않으려고 당연히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올해 라인업을 보면, 대작들이 많아 지금 분위기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조합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작가표준계약서가 만들어졌고, 올해는 감독표준계약서를 만들게 된다”며 “감독표준계약서지만, 작가 등 영화 관련 분야가 얽혀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잘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올해 영화계의 중요한 현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의 강세로 외화는 2년 연속 점유율 50% 이하를 기록했다. 500만 이상 흥행작도 ‘아이언맨3’, ‘월드워Z’ 등 두 편이 전부다. 2014년 외화는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성우 데이지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2013년에는 500만을 돌파한 흥행 영화가 몇 작품 없었는데 올해는 그보다 좋을 거라 본다. 4~500만 흥행을 올리는 작품들도 많을 것 같다”며 “지난해 워낙 한국영화가 강세였지만, 올해는 외화도 큰 영화들이 많아서 어느 정도 힘을 내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영화 ‘감시자들’ 준호, ‘배우는 배우다’ 이준, ‘변호인’ 임시완 스틸 이미지.(왼쪽부터)

#스크린 속 아이돌의 활약도 쭈욱~

아이돌과 연기, 이제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다. 스크린도 그 중심에 있다.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 첫사랑으로 급부상한 수지도 아이돌그룹 미쓰에이 멤버라는 사실. 여하튼, 2013년 스크린 속 아이돌의 활약상은 뚜렷했다. ‘감시자들’ 준호, ‘변호인’ 임시완, ‘배우는 배우다’ 이준, ‘결혼전야’ 택연, ‘동창생’ 최승현 등 배역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 침투해 있다. 실제 아이돌에 별 관심 없던 대중은 그들의 등장이 곧, 괜찮은 신인 배우의 등장과 같다. 예전과 달리 영화계에서도 아이돌의 스크린 진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추세다. 아이돌의 활약, 2014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심재명 대표는 “아이돌 스타들의 스크린 진출은 더 가속화 될 것 같다”며 “아이돌이 영화에 외출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아이돌과 연기자의 구분이 따로 되지 않을 정도”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 “워낙 연기를 하고 싶어 하고, 배우로서 가능성이나 재능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단순 호기심이 아니라 치열하고 절박하다”고 꼽았다. 또 “아이돌의 단독 주연은 리스크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땐 뭔가 활력소 역할도 한다. 또 홍보효과도 크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전했다.

원동연 대표는 “아이돌이 감초로 활약을 하는데 그 추세는 이어질 것 같다”며 “아이돌 기획사에서도 연기 겸업을 하려는 게 확실해졌다. 연기에 대한 검증이 안 된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쓰긴 어렵지만, 활력을 줄 수 있는 감초로는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윤제균 감독은 최근 아이돌의 활약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윤 감독은 “사실 예전에는 부정적이었는데 요즘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더 이상 아이돌 출신이다 아니다 보다 연기를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한데 아이돌 출신을 보니 연기를 배우만큼 잘 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만 잘한다면, 아이돌이란 타이틀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영화에 진출하는 일이 많아질 것 같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은 최근 촬영을 끝낸 ‘국제시장’에도 아이돌이 짧게 출연한다며 “예의도 바르고, 연기도 잘한다. 처음 작업을 같이 해 봤는데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고 경험을 들려줬다.

영화 ‘지슬’, ‘사이비’ 포스터.

#독립영화계의 2014년은?

독립영화 진영 역시 새로운 2014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지슬’로 평단과 흥행, 모두를 잡으며 힘찬 출발을 알렸지만, 이후로는 다소 아쉽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작품은 다수 있었지만, 그 관심이 고스란히 극장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꾸준히 시장에 선보이는 작품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지만, 유통 배급의 과제는 여전한 숙제를 남겼다.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는 “총 제작비 7억 이내를 지원하는 독립영화 펀드가 형성됐다. 독립영화를 하고자 하는 감독, 제작자들에겐 좋은 기회”라면서도 “뛰어난 신인감독은 늘 나왔다. 문제는 신인 감독들은 나오고 있는데 그 신인 감독들이 새로운 작품을 하고 있느냐, 또 오랫동안 해왔던 사람들이 꾸준하게 인정받고 있느냐, 그렇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지속 가능하느냐는 질문이 몇 년 사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독립 예술 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아트플러스 계열의 네트워크는 물론 일반 상영관에서도 일정 부분 상영이 있어야 하는데 다양성 영화도 쏠림현상이 강하다”며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들도 관객을 만나려고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드는 걸 넘어 상업영화 바깥에 있는 영화들이 회자될 수 있는 시장의 틀이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현재 시장이 양극화로 고착화 돼 있는데 어떻게 균열을 내고, 돌파할 지가 전망이라기보다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비’ 등도 화제를 모았지만 2만 명 내외다. (흥행적인 면에서) 예외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며 “독립영화들이 관객과 잘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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