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라. 국내 최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제11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7일 개막됐다. 위상에 걸맞게 올해 영화제에는 총 104개국에서 역대 최다인 3,959편이 출품됐다. 이 중 엄선된 29개국 46편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단편이 어렵다고? 천만의 말씀. 장르적 다양성과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주제를 담아낸 작품까지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지세연 프로그래머는 “아무래도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전 세계적으로 힘든 상황들과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고 전체적인 경향을 설명했다. 이어 지 프로그래머는 “국제 경쟁작의 경우 자살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고, 국내 쪽은 학교 폭력 소재가 예전부터 강했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폭력적인 부분을 앞세운 작품 보다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단편영화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위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지세연 프로그래머에게 물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엄선한 29개국 46편 중 단편영화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이냐고. 지 프로그래머는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8편의 작품을 선택했다.

국제경쟁1 – ‘내 토끼 인형을 살려주세요’(감독 케빈 림, 오스트레일리아)

스코티는 자동세차기계에 들어가 보는 것이 꿈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여동생에게 토끼 인형을 살리기 위해 수술비가 필요하다 속이고, 동생의 저금통을 털어간다. 자동세차기계 앞에 위풍당당하게 자전거를 몰고 들어가는 스코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추천 코멘트 : 허를 찌르는 마지막 장면에 놀라지 말시길!

국제경쟁3 - ’22:22′(감독 줄리안 베커, 룩셈부르크)

같은 시각, 같은 공간에 갇히게 된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한 직장인이 자신의 사무실에 갇히게 된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도, 계단을 이용해도 모두 자신의 사무실로 인도할 뿐이다. 그리고 시계는 22시22분을 가리키고 있다.

추천 코멘트 : 쳇바퀴 도는 직장인의 인생이 사실은 이런 것일까? 알프레드 히치콕 ‘현기증’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국제경쟁5 - ’97%’(감독 벤 브랜트, 네덜란드)

이상형이 주위에 있으면 알람음으로 위치를 추적해 알려주는 앱이 있다면. 퇴근 길 열차 안, 29세의 버트는 자신이 꿈에 그리던 이상형에 97% 일치하는 여성이 주위에 있음을 알게 되고, 주위를 살핀다. 버트는 지하철 노선의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에 찾아내야만 한다.

추천 코멘트 :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그녀와 가까이 있다면 절대 놓치지 마시길.

국제경쟁6 - ’게이밍’(감독 일바 포너, 스웨덴)

홀로 아들을 키우는 엘리자벳. 어느 날 밤, 온라인 데이트에 나갔다 실망만 하고 들어오게 되고,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아들 친구 아담을 만나게 된다. 아담은 의기소침해 있는 엘리자벳에게 비디오 게임을 하자며 초대하고, 그 둘은 어느 새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추천 코멘트 : 중년 여성과 10대 소년의 사랑, 뻔하지만 왠지 심장이 두근대는 것을 감출 수가 없다.

국제경쟁6 - ’약탈자들’(감독 그렉 롬, 남아프리카공화국)

어느 날 남들과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한 사람이 복잡한 은행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는 금고 안의 물건으로 모두 가지고 달아날 생각이다. 아주 독특한 은행 강도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게 그려진다.

추천 코멘트 : 은행 강도 영화는 흔하다고? ‘약탈자들’을 보면 달라질 것이다. 강도 출현과 함께 영화는 무언극으로 바뀌고, 강도들은 모두 마임 움직임을 보인다. 무기들도 모두 마임을 통해 연출되는 이 단편은 아이디어의 승리라 할 만큼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낼 것이다.

국제경쟁8 – ‘호텔에서의 하룻밤’(감독 대니엘 컨터, 영국)

한 아버지가 어린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한 호텔에 묵게 된다. 새벽 기차를 타기 위해 한 노인과 같은 방에 머물게 된 아버지. 아들의 소원은 등교길에 자신의 손 인사를 받아주는 기차 승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 얘기로 노인과 논쟁을 벌이다 늦잠을 자게 된 아버지는 기차 시간을 놓치게 된다.

추천 코멘트 : 마지막 반전이 숨겨져 있는 영화. 그 반전이 진한 감동을 안긴다.

국제경쟁8 - ’나만의 내비게이션’(감독 바나바스 토트, 헝가리)

요즘 왠만한 모든 자동차에는 내비게이션을 장착한다. 하지만 이 노부부에겐 그런 것 따윈 필요없다. 부인이 모든 것을 꿰뚫고 남편에게 지시를 내리기 때문이다. 운전하는 사람이 대장인 시대는 끝. 짜증나기는 해도 내비게이션(?) 부인의 말을 따르는 것이 정석. 하지만 그만의 내비게이션이 사라지게 된다면?

추천 코멘트 : 보기만 해도 따뜻해 지는 단편이란 이런 것!

국내경쟁1 - ’소년과 양’(감독 이형석, 한국)

한 남자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양을 사랑의 매개체로 이용하려 한다. 그녀가 드나드는 창고에 풍선까지 매달은 양을 넣어놓고, 그 안에 연서도 넣는다. 하지만 창고에 소년 2명이 몰래 숨어들어 그 양을 발견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게 된다.

추천 코멘트 : 사랑을 고백하려는 남자, 사랑을 고백할 수 없는 소년들. 이들의 사랑이 아직은 풋풋하기만 하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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