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그리스’ 공연 장면

뮤지컬 ‘그리스’가 또 다시 돌아왔다. 올해만도 세 번째. 강동아트센터, 한전아트센터를 거쳐 이번에는 유니플렉스 개관작으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1972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40년 동안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무대에 오르고, 한국에서 ‘No 1 뮤지컬’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심지어 이 공연을 여러 번 봤어도 다시금 찾게 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귀에 익은 뮤직넘버를 꼽을 수 있다. ‘You’re the one that I want’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4주간 1위에 올랐으며, ‘Summer Night’는 국내의 각종 CF와 TV 프로그램의 단골 레퍼토리 곡으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에 나오는 친숙한 음악이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몇십년 동안 뮤지컬을 한 번도 본적 없는 관객도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가 단순 명료하고 유쾌한 내용으로 극이 진행되는 것도 인기 요인. 어느 낯선 해변에서 헤어졌던 풋사랑 연인을 학교에서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은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검색되는 세상에선 동화 같은 기분마저 들게 한다. 작품 속 1950년대는 스마트폰은커녕 인터넷도 없고, 공중전화로 소통을 하던 시절이라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게다가 그 시기를 ‘풍요로운 사회’로 부를 정도로 미국 대중들의 삶에 여유가 넘쳐나고, 흥겨운 로큰롤이 이 시대를 전후해 성립 발전했다는 시대배경도 참고하면 좋을 듯. 따라서 이 작품의 티켓 파워는 남녀노소가 구분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겐 신선한 느낌을, 7080 세대에겐 아련한 젊음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니 말이다.

영화와는 색다른 매력

‘그리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누가 뭐래도 동명 영화(1978)의 흥행 돌풍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은 이 작품 하나로 세계최고의 청춘스타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더욱이 두 배우가 발산하는 매력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존 트라볼타는 전작 ‘토요일밤의 열기’에 이어지는 예의 섹시 어필한 춤솜씨를 선보였고, 영화 막판 나오는 올리비아 뉴튼 존의 이미지 변신도 극적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이 작품은 역대 뮤지컬영화 흥행순위 2위에 올랐는데, 일부 평론가는 세계 뮤지컬 영화를 ‘그리스’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리스’는 기분을 한껏 업(Up)할 수 있는 재미가 검증된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 오른 뮤지컬 ‘그리스’는 예전부터 스타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무대를 통해서 수많은 스타 배우들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는 데뷔작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안정된 연기를 보인 샌디 역의 이지윤, 관객들과의 소통(?)으로 인기몰이를 한 대니 역의 정민, 카리스마와 개성강한 캐릭터를 선보인 케니키 역의 김보선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 공연이 영화보다 나은 점은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젊다는 것. 영화의 경우, 30세가 넘은 나이인 샌디 역의 뉴튼 존을 비롯해서 고등학생 역을 맡기에는 나이가 많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배우들이 많았던 반면, 뮤지컬에선 이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뮤지컬 ‘그리스’ 공연 장면.

극의 내용은 이전 공연과 차이가 없고, 무대 형태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무대 장치가 너무 높게 설치되어 앞좌석이 시각적인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으나 이번에는 그러한 단점이 개선되었다. 단지 무대장치가 축소되고 배우들의 숫자도 줄어들어 예전 앙상블이 펼치는 화려한 무대연출 효과는 보이지 않게 됐다. 그러나 상관없다. 어깨를 들썩이고 발로 장단을 맞추는 공연의 열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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