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기황후’ 방송화면
드라마 ‘기황후’ 방송화면
드라마 ‘기황후’ 방송화면

MBC ‘기황후‘ 4회 2013년 11월 5일 오후 10시

다섯줄 요약
복면을 한 염병수(정웅인)에게서 승냥(하지원)은 또 한 번 탄환(지창욱)을 지켜낸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탄환은 승냥에게 무술을 배우며 마음을 열어 가는데, 부쩍 가까워진 두 사람을 본 유왕(주진모)은 묘한 질투에 사로잡힌다. 한편 기자오(김명수)는 승냥이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되는데, 승냥은 공녀로 차출됐던 전력이 아버지에게 화가 될까 차갑게 외면한다. 탄환을 제거하기 위해 대청도에 온 백안(김영호)와 탈탈(진이한)은 오히려 탄환을 돕는다.

리뷰
삼각로맨스의 전초전이 시작됐다. 사랑은 진행 중일 때보다 서로 탐색전을 펼치는 더 설렌다고 하는데 남장 여자 승냥(하지원)을 사이에 둔 두 왕유(주진모)와 탄환(지창욱) 두 남자의 소유권 다툼은 소소한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치열한 삼각관계의 예고이기도 했다. 바로 관계를 쌓는 방법 때문이다. 사람이 타인에게 애정을 느끼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사람을 의심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두 왕위계승자들에겐 인간적인 신뢰, 무조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지 않을까? 왕유(주진모)와 탄환(지창욱)이 승냥(하지원)에게 느끼는 감정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목숨을 걸고 왕유의 라이벌, 왕고(이재용)를 궁지에 몰 수 있는 정보를 넘긴 승냥(하지원)은 왕유(주진모)가 조건 없이 믿을 수 있는 한 사람이 됐고, 혈혈단신 낯선 땅 고려에 유배 온 탄환에게 승냥은 마음 붙일 단 한 사람이다. 바로 이점이 무섭다. 그들에게 승냥이 여자로 밝혀질 때, 승냥은 믿을 수 있는 한 사람이 아닌 놓칠 수 없는 한 여자가 될 테니 말이다. 때문에 인간적인 신뢰감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지금, 앞으로 시작될 승냥(하지원)이 쟁탈전이 얼마나 치열할지 기대하게 한다.

삼각관계에서 기대가 되는 건 탄환(지창욱)쪽이다. 동아시아부터 동유럽까지 넓은 영토를 지배한 원나라의 왕위 계승서열 1위임에도 그의 삶은 비루하기만 하다. 극 초반부터 그는 오로지 살아남는다는 일념 하에 움직였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몸을 사리는가 하면 살려달라고 간청을 했고, 자신의 옆을 지키는 환관들에게는 아이처럼 칭얼대기만 했다. 어쩌면 모두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인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견제하는 세력들에게 아둔하게 보이는 편이 나았으리라. 그러던 그가 변했다. 자신에게 칼을 빼든 백안(김영호) 앞에 당당히 나서 칭기즈칸의 후예이며 유일한 정통 왕위계승자임을 밝혔다. 살고자 하는 같은 이유에서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승냥이의 의사는 접어두고, 왕유보다 승냥이 더 필요해 보이는 건 탄환이다. 그는 몇 번의 성장 통을 겪으며 왕위에 오를 것이다. 그런 그가 왕유에게 기울어있는 승냥이의 마음 한쪽을 어떻게 잡을까? 역사 왜곡 논란 속에서 삼각 로맨스로 접어들고 있는 기황후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수다포인트

- 영화 ‘쌍화점’에서 공민왕을 연기했던 주진모. 이번에도 남색으로 오해받다.

- 말을 탄 두 남자의 기 싸움. 그 시절 작업 멘트는 그랬나요? “내 말에 오르거라.”

글. 박혜영(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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