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의 말 그대로였다.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김재중의 서울 콘서트에서 그는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고, 관객들은 온전히 즐겼다. 양일간 1만 4,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콘서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웅장한 규모와 함께 록 스피릿이 충만했다. 가로 70m의 무대는 마치 신전을 연상케 했고, 대형 커튼 LED에서 3D VJ영상이 현란하게 움직여 공연에 볼거리를 더했다.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전체적으로 키와 음역대가 상당히 높다. 공연에서 컨디션이 어떻게 조절될까 걱정이었는데 어제(2일) 불러보니 생각보다 괜찮더라. 걱정했던 것보다 마음껏 즐겨서 더 좋았던 거 같다” – 김재중, 3일 서울 콘서트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 中
크리스탈처럼 무대 장치를 타고 내려오며 콘서트의 포문을 연 김재중은 마치 로커가 강림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윗도리에는 오직 검정 털코트 하나만을 입어 강렬함과 섹시함을 뿜어냈다. 콘서트의 시작부터 ‘9+1#’과 ‘버터플라이(Butterfly)’로 강렬한 록 무대를 펼치며 공연장을 달궜다.
공연은 쉴 틈 없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했다. 김재중은 ‘키스 비(Kiss B)’를 부르기 전, 무대 위에서 직접 상의를 탈의하고, 옷을 갈아입어 팬들의 환호성을 샀다. 이어 빨간 소파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요염한 자태를 뽐내기도 했다. ‘나우 이즈 굿(Now is good)’과 ‘돈 워크 어웨이(Don’t walk away)’에는 관현악 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에 올라 웅장한 위용을 보였다. 특히 비스트의 용준형이 피처링한 ‘돈 워크 어웨이’는 용준형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등장하여 자신의 파트를 소화했다.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김재중의 특별한 선물을 공연 내내 쏟아졌다. 김재중은 무대에서 내려와 대기실에 있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을 담았다. 평소 술을 좋아하기로 알려진 김재중의 대기실에는 소주와 맥주가 있어 놀라움을 자아냈는데, 알고 보니 실제 소주와 맥주의 이름을 패러디한 ‘참 하고 싶다’, ‘재중처럼’, ‘dssd’였다. 김재중은 소주와 맥주를 2대1의 비율로 소맥을 만든 뒤, “음료수야, 놀랐지?”하며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대기실에 있는 김재중이 모니터를 통해 이날의 베스트 드레서를 뽑는 시간도 마련됐다. 사전에 김재중은 자신의 SNS를 통해 콘서트의 드레스 코드를 ‘순수와 불순’으로 공지한 바 있다. 이날 콘서트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 햄토리 옷을 입은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카메라에 등장했지만, 김재중은 “너무 순수하다”며 고개를 저었고, 방송인 홍석천이 객석에서 깜짝 등장해 특유의 몸짓과 손 키스 날리기로 대미를 장식하고 말았다.
김재중은 즉석에서 가요를 부르는 시간도 마련했다. 그는 이날 거미의 게스트 출연을 기념해 거미의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를 열창했다. 키를 높게 잡고 시작해 불안해보였지만, 여자 노래임에도 멋있게 열창해 박수를 자아냈다. 그러나 정작 팬들이 원하는 노래는 거미의 노래가 아닌 ‘귀요미송’이었다. 김재중은 난처한 표현을 짓더니 아주 무미건조하고 재빠르게 ‘일 더하기 일’부터 ‘오 더하기 오’까지 해버려 로커의 본능을 드러냈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육 더하기 육’을 손바닥을 핥으면서까지 로커의 영혼을 담았고, 앵콜로 ‘칠 더하기 칠’로 끈적한 움직임을 선사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김재중은 평소 즐겨 불렀던 일본곡들인 일본 영화 ‘나나’의 주제곡인 ‘글래머러스 스카이(Glamorous Sky)’와 일본 그룹 비즈가 부른 ‘울트라 소울(Ultra Soul)’, 그리고 김재중이 한국어 가사를 직접 번역한 ‘화장’을 불렀다. 특히 ‘글래머러스 스카이’를 부를 때에는 이동 무대를 이용해 1층과 2층 사이의 통로까지 이동해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하나 되는 시간을 만들었다. 이어 무반주로 노래의 하이라이트를 지를 때에는 소름이 끼치는 가창력과 목소리를 선사했다.
정규 1집 타이틀곡 ‘저스트 어나더 걸(Just another girl)’로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한 김재중은 곧이어 앙코르 무대를 시작하며 지난 1월 발표한 미니앨범 타이틀곡 ‘마인(Mine)’을 부르며 불꽃, 불길, 레이저, 전광판 등 무대 장치의 끝판왕을 선보였다. 시원한 가창력과 웅장한 무대 연출이 조화를 이뤘다. 김재중은 “많은 공연을 했지만, 어제 그리고 오늘 공연이 제일 행복하고 즐거웠다”며 “첫 정규 앨범의 수록곡으로 만든 콘서트라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데뷔 10년, 비로소 자신만의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콘서트를 개최한 김재중, 그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