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년 만이다. ‘지구를 지켜라’로 감독 데뷔해 ‘천재’ 소리를 듣던 장준환 감독이 10년 만에 상업영화 ‘화이’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이다. 그 감각은 녹슬지 않았다. 상업영화 은퇴를 선언했다 복귀한 이준익 감독의 상승세도 이어졌다. 개봉 2주차 주말을 보낸 이준익 감독의 ‘소원’은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3년 41주차(10월 11~13일) 극장가는 두 감독의 복귀를 풍요롭게 품은 한 주였다. ’화이’와 ‘소원’, 두 작품을 제외한 성적은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관객들의 발걸음이 뚝 떨어졌다.
2013년 41주차(10월 11일~13일) 박스오피스 순위.
1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화이’는 817개(상영횟수 1만 2,152회) 상영관에서 71만 9,454명(누적 121만 3,924명)의 관객을 동원해 개봉 첫 주 1위로 데뷔했다. 지난 9일 개봉 첫 날 36만 여 관객을 끌어모으며 역대 스릴러 영화 개봉 첫 날 신기록을 수립, 이후 2위와 넉넉한 격차로 흥행을 달렸다. 개봉 5일 동안 100만 관객을 가볍게 넘어섰다. 참고로, 40주차 박스오피스 1위는 50만 이하에 머물렀다. 상영관수와 상영횟수 등 모든 면에서 압도했다.이번 흥행은 10년 만에 복귀한 장준환 감독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장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은 적어도 10년 이내에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주연을 맡은 김윤석도 남다르다. 최근 흥행 실패를 몰랐던 김윤석은 올해 초 ‘남쪽으로 튀어’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으로 회복하며 흥행 배우다운 저력을 보였다. ‘화이’는 개봉 첫 주만에 ‘남쪽으로 튀어’의 최종 흥행 성적을 넘어섰다. 여진구 역시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했다.
물론 불안요소는 존재한다. 낮은 좌석점유율은 아무래도 걸림돌이다. ‘화이’의 좌석 점유율은 개봉 첫 날 9일 45.3%를 기록한 걸 제외하면, 30% 초반에 머물고 있다. 12일 32.8%, 13일 32.1%다. 많은 상영관수와 상영횟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흥행은 금새 꺾일 수 있다. 또 추석 연휴가 일찍 시작됐던 탓에 극장가 비수기를 돌파할 특별한 이슈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준익 감독의 복귀작 ‘소원’은 650개(8,777회) 상영관에서 44만 4,591명(누적 171만 9,772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고무적인 건 관객 감소율. ‘소원’은 개봉 첫 주에 비해 8.1%(3만 9,245명) 줄어드는데 그쳤다. 개봉 첫 주 9,224회였던 상영횟수가 500회 가량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플러스’ 성적에 가깝다. 영화의 진정성이 대중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이다. 누적 200만 돌파는 손 쉬워 보이며, 그 이상의 흥행을 노린다. 또 영화의 모티브가 된 조두순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좌석점유율은 30%대 초반이지만 입소문에 따른 장기 흥행이 예상된다. ’깡철이’의 흥행 반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깡철이’는 438개(5,636회) 상영관에서 13만 3,250명(누적 111만 9,489명) 동원에 그쳤다. 부진한 흥행에 극장가는 결코 기다려주지 않았다. 1만 1,094회에 달했던 상영관수는 50% 가량 줄었고, 관객수는 무려 67.3%(27만 4,438명) 감소했다. 누적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듯 싶다. ‘깡철이’는 빠른 속도로 순위권에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깡철이’와 같은 하락세이지만 ‘관상’과 ‘컨저링’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관상’은 339개(3,037회) 상영관에서 12만 126명을 보태 역대 한국영화 10번째로 900만(누적 901만 8,157명) 관객을 돌파했다. 외화를 포함해도 역대 흥행 순위 11위다. ’7번방의 선물’, ‘설국열차’, ‘아이언맨3′에 이어 올해에만 4번째 900만 돌파작이다. 1,000만 돌파는 힘들더라도 30여 만 격차를 보이고 있는 ‘설국열차’는 도전해 볼만하다. 2,400회 상영횟수가 줄었고, 58.7%(17만 597명) 관객이 감소했음에도 전혀 아쉽지 않은 이유다. 공포영화 ‘컨저링’은 312개(2,767회) 상영관에서 7만 1,261명(누적 222만 2,483명)을 더했다. 이 작품 역시 더 이상의 흥행 반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0회 가량 줄었고, 66.6%(14만 2,324명) 감소했다.
‘화이’를 제외한 신규 개봉작은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F1 천재 라이벌의 대결을 그린 ‘러시:더 라이벌’은 270개(2,680회) 상영관에서 4만 7,846명(누적 8만 7,150명) 동원에 그치며 6위에 랭크됐다. 좌석 점유율은 16%(12일 16.3%, 13일 16.2%)에 머무르고 있다. 흥행을 기대하기엔 여러 모로 상황이 좋지 않다. 7~10위까지는 애니메이션이 자리했다. ‘슈퍼배드2′, ‘몬스터 대학교’, ‘로덴시아:마법왕국의 전설’ 등이 지난주와 동일한 7~9위에 올랐다. 이 작품들은 각각 160개(599회) 상영관에서 2만 1,576명(누적 94만 842명), 165개(555회) 상영관에서 1만 7,101명(누적 86만 157명), 146개(508회) 상영관에서 1만 2,897명(누적 8만 8,160명)을 동원했다. 10위는 신규 개봉작인 ‘에코 플래닛3D:지구 구출 특급 대작전’. 이 작품은 183개(702회) 상영관에서 1만 2,741명(누적 2만 7,633명)을 기록했다.
북미를 휩쓴 ‘그래비티’, 국내에선 어떤 성적을? …하정우 감독 데뷔는?
영화 ‘그래비티’ 스틸 이미지
42주차(10월 18일~20일) 극장가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주연의 ’그래비티’다. 이미 10월 역대 개봉 첫 주말 흥행 1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등 북미 극장가를 몰아쳤다. 14일 오전 11시 통합전산망 기준, 49.3% 예매율로 경쟁을 허락하지 않았다. 예매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위 여부가 아닌 개봉 첫 주에 얼마나 폭발적인 흥행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하정우의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에도 눈길이 쏠린다. 배우로서는 ‘믿고 보는’ 신뢰를 쌓았지만 감독으로서는 어떨지 물음표다. 현재 ‘허삼관 매혈기’ 감독 및 주연으로 확정된 상태라 그의 첫 연출작에 대한 충무로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매율은 4.8%다. 이와 함께 천정명, 김민정 주연의 ‘밤의 여왕’도 대기 중이다. 두 주연 배우의 매력에 깃댄 로맨틱 코미디다. 예매율은 3.5%다. 이 외에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러브레이스’,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당신에게도 사랑이 다시 찾아 올까요?’ 등이 개봉된다.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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