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서울 중구 순화동 JTBC 본관 건물에 위치한 촬영장. 스튜디오 안을 가득 채운 젊은 남녀 방청객들 사이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무대 중앙에 자리한 남자들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무엇인가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의 네 명의 MC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이었습니다. 그때, 마치 술자리에 둘러앉은 듯이 사담을 주고받던 그들 사이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20대 후반의 사연녀 K씨. 그녀는 이내 자신의 애를 태우는 남성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고, 스튜디오에 자리한 네 명의 MC들에게 현재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마녀사냥’의 네 명의 MC는 연애 상담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걸까요. 왜 사랑에 고통받고, 갈팡질팡하는 젊은이들은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일까요. 또한, 그들은 ‘마녀사냥’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며, 네 명의 MC는 정말 마녀들에게 놀아난 무기력한 남자들을 구원할 수 있는 걸까요? 텐아시아가 마녀보다 더 매력적인 마성의 남자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의 실체를 분석해봤습니다.



‘마녀사냥’의 PD와 작가는 “‘마녀사냥’의 기획 단계부터 신동엽을 중심에 놓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가장 연애를 잘할 것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말에 “당연히 신동엽이다. 신동엽은 초등학교 때부터 연애를 해봤을 거 같다”는 대답을 내놓습니다. 무엇이 그를 그러한 이미지를 갖게 한 것일까요.

신동엽이 성에 특화된 MC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1991년 S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신동엽은 “안녕하시렵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든 개그맨이자, 5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해온 대한민국 대표 진행자 중 한 사람입니다. 데뷔 이래 수려한 외모와 달변으로 숱한 염문설을 뿌렸던 그는 지난 2006년 5월 MBC 선혜윤 PD와 결혼하며 유부남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히려 유부남이 된 후 편안한 이미지를 등에 업은 신동엽은 슬슬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욕망을 방송을 통해서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속칭 ‘섹드립’의 본능적인 표현력을 습득한 신동엽은 이후 프로그램과 장르를 불문하고 어디에서나 자신만의 장기를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12년,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에 고정크루로 합류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마녀사냥’의 MC로 발탁된 신동엽은 여기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19금 개그코드를 이끌어냈습니다. 단순히 여성의 성적인 측면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본능을 드러내는 자신을 셀프디스하며 웃음을 이끌어내고, 출연진이 자신의 검은 속내를 드러내도록 유도한 뒤에 적절한 수위에 다다르면 깔끔하게 끊어내는 것. MC 신동엽은 ‘마녀사냥’의 마지막 제동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마녀사냥’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대 피해자인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여심을 녹이는 달달한 목소리로 “잘 자요”라고 말해 뭇여성들을 잠 못 이루게 했던 MBC FM4U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의 DJ 성시경은 ‘마녀사냥’을 통해 방송 진행자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녀사냥’에 출연하며 제2의 자아를 발견한 성시경은 숨겨왔던 욕정을 방송 8회 만에 ‘욕정 발라더’라는 굴욕적인 수식을 얻게 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세심한 성격으로 여심을 잘 이해할 것 같았던 성시경은 특유의 솔직함과 까칠함 때문에 ‘나쁜 옆집 오빠’라는 이미지도 얻게 됐습니다.

성시경은 “‘마녀사냥’에 익숙해져서 타 프로그램에 나가서 수위 조절하기가 어렵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진지하고 위트 있지만, 내면에 욕정이 가득한 모습이 진짜 성시경의 모습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연애할 때 손잡는 데 50일이 걸렸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진짜일까요. 앞으로 ‘마녀사냥’은 성시경의 실체를 공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허지웅은 자신에게 꼭 맞는 프로그램 두 편을 만나 단번에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습니다. 영화평론가이자 기자로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을 정도의 명성을 갖췄지만, ‘썰전’과 ‘마녀사냥’에 출연한 허지웅에게서는 그런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솔직하다 못해, 파격적이기까지 한 그의 발언 수위는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깔끔한 외모에 까칠하다 못해 따가운 성격과 솔직함이 방송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하자, 오히려 ‘마녀사냥’의 제작진은 “허지웅이 가장 거부감이 없었다”며 “분명히 자기 생각을 전달할 줄 아는 분이다”라는 칭찬을 늘어놓습니다. 허지웅의 매력은 사석뿐만이 아닌 방송에서까지 통용되는 솔직함에 있습니다. “굳이 우리 프로그램을 온 가족이 볼 필요는 없지 않냐”고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밝히는 허지웅은 ‘마녀사냥’의 수위를 높이는 일등 공신입니다.





군복을 벗은 샘 해밍턴은 ‘마녀사냥’에서 외국인 자문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 MBC ‘일밤-진짜 사나이’로 예능 대세로 떠오른 샘 해밍턴은 한국 사람에 버금가는 말주변을 갖고 있어 제2의 로버트 할리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자아냅니다. 또한, 그는 “영어로 라디오를 할 때, ‘유재석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해 방송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제작진은 샘 해밍턴의 캐스팅 이유를 묻자 “네 명의 MC 중에 외국인을 넣고 싶었다”며 “점차 개방적으로 변하는 한국 사회의 이슈들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샘 해밍턴은 ‘마녀사냥’에 출연해 의외의 모습을 보여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습니다.

“모든 외국인이 개방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호주 남자들은 보수적이다.” 샘 해밍턴이 갖가지 사연을 접하며 요즘 젊은 세대의 문화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는 부분은 그가 정말 외국인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툭툭 던지는 멘트 속에는 방송인다운 재치가 담겨있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놓고 보면 한국인과 다름이 없는 샘 해밍턴.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다 보면, ‘개방적이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글,편집.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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