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 판타지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등 유명하고 굵직한 판타지 시리즈가 끝난 상황,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숱한 판타지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판타지 영화가 나올 때마다 붙는 ’제2의 000′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추석 극장가에도 두 편의 판타지 장르가 관객을 잡는다. 제2의 ‘트와일라잇’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섀도우 헌터스’와 2010년 국내 개봉돼 2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의 후속편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다. 야심차게 출발을 알렸으나 성적은 일단 물음표다.

‘섀도우 헌터스′(이은아) - 매혹적인 볼거리를 너무 많이 집어넣으려는 욕심 ∥ 관람지수 5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황성운) - 전편의 흥행을 잇기엔 신선함이 부족 ∥ 관람지수 5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왼쪽),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 스틸 이미지.

판타지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볼거리들 vs 전편의 익숙함과 후속편의 새로움

‘섀도우 헌터스’의 주된 배경은 뉴욕. 익숙한 일상생활로 시작하지만 여기저기 낯선 요소를 심어주면서 관객을 유혹한다. 도시 한복판에 18세기에 나올 법한 웅장한 건물,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악마들, 지하에 숨어 있는 뼈의 도시. 이 모든 걸 볼 수 있다는 건 ‘섀도우 헌터스’와 관객만의 특권. 또 영화에는 신비한 볼거리들로 넘친다. 악마, 천사, 늑대인간, 흡혈귀, 마녀 등 다양한 ‘인종’(?)을 볼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액션 장면과 눈이 가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여주인공 클레리는 신비스러우면서 청순한 여성미를 가지고 있고, 남자주인공 제이스는 어릴 적 상처 때문에 겉으로는 차가우나 속은 따듯한 매력남이다. 이 두 사이의 롤러코스터 같은 로맨스도 한 볼거리다.

판타지의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볼거리다. 판타지의 특성을 살려 모든 것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선 ’퍼시잭슨’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편에서 그대로 이어진 캐릭터도 있지만 ’괴물의 바다’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도 있다. 배경과 공간도 새롭게 창조됐다. 또 ‘퍼시잭슨’은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현대 도시와 데미갓으로 불리는 반인반신을 활용해 새로운 이야기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꽤나 영리한 조합이다. 그리고 ‘번개도둑’은 대중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편으로 갈수록 신선함은 다소 떨어지기 마련. ‘괴물의 바다’도 새로운 요소들을 제법 만들어 냈으나 전편 이상으로 신선함을 안겨주진 못한다.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왼쪽),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 스틸 이미지.

매력적인 요소을 제대로 담아야 하는데 vs 단편적인 이야기와 평면적인 인물

‘섀도우 헌터스’는 많고 많은 요소들을 하나로 묶는 거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했다. 아니면 후속편으로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한마디로 하면 천사(선)과 악마(악)의 싸움이다. 단순한 대결 속에 많은 요소를 집어넣기 위해 그다지 필요해 보이지 않는 사건사고들을 늘어 놓았고, 전체적인 흐름 역시 어지러웠다. 예를 들어, 흡혈귀라는 요소를 집어넣기 위해 클레리의 친구 사이먼이 흡혈귀에게 뜬금없이 납치는 당하는 식이다. 클레리와 섀도우 헌터들은 힘겹게 구출에 성공하지만 납치의 이유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이렇듯 영화의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가면서 첫 부분에 보였던 영화의 매력은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가 지닌 이야기의 큰 뼈대는 전편과 비슷하다. 또 어느 정도의 연계성은 갖추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이야기 자체보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을 잘 엮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는 그런 점에서 다소 소홀했다. 이야기의 흐름도 단편적이고, 인물들도 평면적이다. 매번 미션이 주어지고, 그것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이도 식상하긴 매한가지. 독특하고 참신한 미션과 해결 방법은 없으니까. CG나 액션 등도 평이한 수준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이은아 domin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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