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 포스터

예상대로 ‘스파이’다. 추석을 2주 앞둔 2013년 36주차(9월 6일~8일) 극장가는 다소 숨고르기다. ‘스파이’를 제외하곤 대규모로 개봉되는 영화가 없었던 상황이다. ‘스파이’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지가 더욱 큰 관심사였다. 비교적 안정적인 흥행으로 추석 연휴 시즌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인사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화답은 그리 뜨겁지 못했다. 또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피에타’ 만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개봉 2주전 대규모 변칙, 아니, ‘반칙’ 상영회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슈퍼배드2′는 개봉 1주 전에도 어김없이 변칙 상영회로 관객들을 만났다.

2013년 36주차(9월 6일~8일) 박스오피스 순위

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스파이’가 784개(상영횟수 1만 2,183회) 상영관에서 84만 2,457명(누적 100만 884명)을 불러 모아 개봉 첫 주 1위로 데뷔했다. 사실상 무혈입성이다. ‘스파이’와 경쟁할 만한 신규 개봉작이 없었고, 기존 상영 중인 흥행작 역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덕분에 상영횟수, 상영관수 등도 여타 작품들을 압도했다. 또 역대 9월 1주차 개봉작 중 처음으로 개봉 첫 주 4일 동안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더 나아가 ‘스파이’가 노리고 있는 것은 추석 극장가다. 영화를 투자 배급한 CJ E&M은 지난해 추석 2주 전에 개봉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의 좋은 기억을 터올리고 있을 터. 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란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7일 39.6%, 8일 36.6% 등 ‘스파이’의 주말 좌석 점유율이 40%를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광해’의 경우 50% 안팎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또 9일 오전 11시 실시간 예매율 집계 결과, 11.9%로 ‘관상’(60.0%)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이 외에도 ‘슈퍼배드2′, ‘몬스터 대학교’, ‘퍼시잭슨과 괴물바다’ 등 추석 시즌을 노린 작품들도 즐비하다.

지난주 3파전을 펼친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 ‘숨바꼭질’, ‘엘리시움’이 2~4위를 차지했다. 순위와 무관하게 관객 감소율이 크다. 흥행 마술을 부린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은 414개(6,031회) 상영관에서 26만 5,347명을 더해 누적 260만 9,544명을 기록했다. 250만 관객 돌파까지는 무난하게 왔지만 300만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약 2,500회 가량 상영횟수가 줄었고, 관객은 57.7%(36만 1,513명) 감소했다. 추석 시즌을 노린 영화들에게 상영관과 상영횟수를 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대 스릴러 흥행 1위를 달성한 ‘숨바꼭질’은 391개(5,723회) 상영관에서 22만 6,673명(누적 550만 8,628명)을 모았다. ‘숨바꼭질’ 역시 2,500회 이상 상영횟수가 줄었고, 관객은 59.8%(33만 6,571명) 빠져나갔다. 2~4일 동안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희망을 품게 했던 ‘엘리시움’은 381개(5,661회) 상영관에서 20만 9,768명(누적 114만 794명)을 동원, 2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63.4%(36만 3,595명), 3파전을 펼친 영화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관객이 줄었다. 누적 100만 돌파에 만족해야 할듯 싶다.

‘슈퍼배드2′, ‘바람이 분다’ 스틸

애니메이션 ‘슈퍼배드2′는 293개(1,272회) 상영관에서 8만 638명(누적 16만 3,927명)으로 5위에 올랐다. 개봉 2주전부터 유료 시사회로 관객을 모은 ‘슈퍼배드2′는 순위를 2계단 끌어 올리며 이미 16만 관객을 모았다. 의도했던 바대로 개봉을 앞두고 제대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주보다 상영횟수도 100회 가량 늘었다. 12일 개봉작 중 ‘슈퍼배드2′만이 어지간한 중소규모 상업영화의 개봉 규모와 맞먹는 ‘변칙’ 유료 상영회를 2주 연속 진행했다. 이 같은 ‘슈퍼배드2′의 과한 ‘욕심’이 추석 시즌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으로 기록될 ’바람이 분다’가 288개(2,843회) 상영관에서 6만 4,823명(누적 7만 8,019명)으로 개봉 첫 주 6위를 기록했다. 거장의 마지막 인사치고는 다소 초라했다. 2008년 12월 17일에 개봉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전작 ‘벼랑 위의 포뇨’는 개봉 첫 주말 3일 동안 약 35만 관객을 모았다. 상영횟수도 6,000회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바람이 분다’가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영화가 담고 있는 소재와 내용 때문. ‘바람이 분다’는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일본의 해군 전투기 제로센을 설계한 호리코시 지로의 삶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한국 대중에게 그다지 반가울리 없는 소재다.

8월 극장가를 주도했던 ’설국열차’는 5만 2,660명(누적 923만 3,405명)을 더했다. 현재 추세로는 1,000만 관객은 어려워 보인다. 역대 한국영화 중 처음으로 900만 영화로 기록될 전망이다. ‘감기’는 183개(1,380회) 상영관에서 3만 2,157명(누적 310만 8,751명)을 동원했다. 두 작품 모두 다음주 10위권 밖이 예상된다. ‘더 테러 라이브’는 92개(569회) 상영관에서 9,662명(누적 557만 6,162명)으로 11위를 기록,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피에타’(왼쪽), ‘천안함 프로젝트’

두 번의 제한상영가 판정 뒤에 어렵사리 ‘청소년 관람불가’로 개봉을 맞이한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128개(1,691회) 상영관에서 1만 6,611명(누적 2만 2,178명)으로 10위에 올랐다. 딱 1년 전, 9월 6일 개봉됐던 ‘피에타’는 개봉 첫 주 171개(1,493회) 상영관에서 5만 8,464명(누적 6만 8,492명)을 모았다. 그리고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상영횟수를 대폭 늘리면서 6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뫼비우스’의 개봉 첫 주 상영횟수는 ’피에타’ 보다 많았지만 오히려 관객수는 큰 격차를 보이며 뒤졌다. 황금사자상 같은 이슈도 없는 상황. 여전히 대중과 거리가 다소 먼 감독이다. ‘뫼비우스’와 함께 화제를 모은 작품은 ‘천안함 프로젝트’. 31개(101회) 상영관에서 2,758명(누적 5,070명)으로 16위에 오른 작품이다. 뭐가 화제냐고? 멀티플렉스 체인인 메가박스가 일부 단체의 항의와 시위 예고를 이유로 개봉 이틀 만에 상영을 중단하기로 한 것. 이 같은 일은 국내 영화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화제가 되는 모양새다. 어찌됐던 7일 57.0%, 8일 67.7% 등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 적은 상영관에서 ‘길게’ 상영될 전망이다.

‘관상’, ‘퍼시잭슨과 괴물 바다’ 등 추석을 노린다

‘관상’(왼쪽), ‘퍼시잭슨과 괴물 바다’ 포스터

추석을 한 주 앞둔 37주차 극장가는 치열한 전쟁터. UPI코리아(‘슈퍼배드2′), 이십세기폭스(‘퍼시잭슨과 괴물 바다’), 소니픽쳐스(‘몬스터 대학교’) 등 할리우드 직배사 작품은 물론 롯데엔터테인먼트(‘섀도우 헌터’), 쇼박스(‘관상’) 등 국내 메이저 영화사 작품까지 즐비하다. 그리고 한 주 앞서 개봉된 CJ E&M의 ‘스파이’까지. 37주차에 승자가 곧 추석 연휴 승자가 될 전망이다. 가장 앞서 있는 작품은 ‘관상’이다. 송강호, 이정재, 조정석, 이종석, 김혜수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이 강점이다. 9일 오전 11시 현재 예매율 60%로 ‘독주’ 태세다. ‘슈퍼배드2′와 ‘퍼시잭슨과 괴물 바다’, ‘몬스터 대학교’는 전편의 인지도와 인기에 기댄다. 여기에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 등 작은 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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