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필순, 김성배, 야야, 악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찡그린다, 발버둥 친다, 보고 싶던 너를 잡지 못한다, 깜박 졸다, 다시 졸다, 매미들 합창 소리 커진다장필순 ‘Soony Seven’
장필순 ‘맴맴’ 中
무려 11년만의 새 앨범이다. 장필순이라는 이름은 지금 이 시대에서 어떤 의미일까? ‘자연 리버브’를 머금은 신비로운 목소리에서 어느 순간(정확히 말하면 5집)부터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표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음악인들과 팬들에겐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고마운 존재다. 그녀가 새 앨범을 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이들이 참 많을 것이다. 음악적으로 봤을 때 5집과 6집(장필순, 조동익, 윤영배가 힘을 합쳐 만든 앨범으로 장필순은 ‘정말 온전히 마음을 쏟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회상한다)이 이룬 성과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굵직하게 기록될 만큼 대단했다. 차기작인 7집은 이전에 비해 보다 다양한 모습의 장필순을 만날 수 있다. 첫 곡 ‘눈부신 세상’에서는 기존과 다른 장필순의 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휘어진 길’에서는 중간에 조민구의 랩도 들어간다. 오랜만에 현역으로 돌아온 장필순의 음악적 동반자 조동익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심혈을 기울인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했다고 한다. 색다른 시도도 있지만, 장필순의 목소리는 거기 그대로 있다. 이규호가 만든 ‘맴맴’은 마치 장필순이 만든 노래처럼 친숙하게 들린다. 고찬용이 만든 가스펠 풍의 곡 ‘난 항상 혼자 있어요’가 장필순의 새로운 발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성배 ‘Pepper Man’
재즈 베이시스트 김성배의 첫 리더 앨범. 최근 국내에 반골 성향의 재즈 앨범들이 나오고 있다. 김오키의 ‘Cherubim’s Wrath’와 김성배의 ‘Pepper Man’이 그렇다. 김성배는 프리 재즈를 선보인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의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한 바 있다. 전에는 김성관 트리오의 멤버로 전통 재즈에 몰두했다고 한다. 지금의 밴드인 김성배 퀸텟은 약 3년 전에 결성돼 1년 반가량의 작업 후 앨범이 나왔다. 두 대의 색소폰과 피아노, 드럼, 베이스로 이뤄진 편성으로 김성배는 멤버들 각각의 취향을 파악하며 어떤 곡을 고민했다고 한다. 존 콜트레인의 ‘Resolution’ 한 곡 외에는 모두 김성배의 오리지널 곡으로 채워져 있다. 전반적으로 스윙을 억제한 모달 재즈 성향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적인 기법, 재미난 시도들이 곳곳에 튀어나오고 있다. 어두운 분위기가 앨범에 깔려 있는데 ‘Eastern Restaurant’, ‘Smell of Water’에서는 처연함도 느껴진다. 새로운 길을 가는 김성배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그래도 ‘Pierre & Ilil’에는 왠지 모를 희망이 읽힌다.
야야 ‘잔혹영화’
야야(夜夜)의 2집. 야야의 음악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격의 것이다. 수용되기 힘들다는 말이 더 옳은 표현일 수도 있겠다. 흥미로운 일화가 있었다. 2010년에 EBS ‘스페이스 공감’이 진행하는 ‘올해의 헬로루키’에서 대상을 받으며 최고의 신인으로 떠오른 야야가 작년 KBS 밴드 서바이벌 ‘탑밴드’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불협화음’이란 혹평으로 낙방했던 것. 소위 음악 전문가 집단에서 이런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은 뮤지션이 또 있을까? 이게 훈장이라면 훈장이겠다. 다양한 장르를 뒤섞은 하이브리드 음악이라 할 수 있는 야야의 음악은 사실 이웃나라 일본만 가도 어렵지 않게 들어볼 수 있다.(가령, 동경사변을 좋아하는 일본 음악 팬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음악이었다) 야야와 시야 2인조였던 야야는 이제 야야 1인 체제로 돌아왔다. 홀로서기 후 첫 앨범이지만 음악의 깊이와 독창성은 더욱 짙어졌다. 음악적으로나, 구성 면에서나 전보다 완결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기승전결이 있는 구조로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듯한 포만감이 느껴진다. 속지에 담긴 야야가 쓴 에세이를 읽어보면서 음악을 들어보길 권한다.
악퉁 ‘기록’
3인조 밴드 악퉁의 정규 3집. 악퉁의 프론트맨 추승엽은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지만, 악퉁을 일반적인 포크록 밴드와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다. 악퉁은 기본적으로 세 명의 멤버가 탄탄한 연주력을 지니고 있어, 셋이서 웬만한 장르는 커버가 될 만큼 ‘일심동체 앙상블’을 들려준다. 편곡 아이디어도 매우 풍부하다. 악퉁의 공연을 실제로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실력을 잘 알 것이다. 다양한 장르를 횡단하는 가운데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친근함이 악퉁의 매력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국내 밴드 신(scene)에서 독특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새 앨범에서는 기본 3인조 편성에 브라스가 첨가돼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Drive’, ‘Push’에서 나타나듯이 악퉁 특유의 ‘활기차게 달려가는’ 사운드는 여전히 살아있다. 여기에 이규호가 가사를 쓴 ‘구름비’, ‘Gonna Take You U Ride’, ‘스쳐지나’에서는 보다 팝적으로 잘 다듬어진 사운드가 귀를 잡아끈다.
카라 ‘Full Bloom’
카라의 정규 4집. 2007년에 데뷔한 7년차 아이돌그룹들이 정점에 올라와 있는 현재, 카라도 그들 중 하나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소위 케이팝 한류를 견인한 아이돌그룹 중 일본에서는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동안의 음악에서 유달리 제이팝(J-Pop)에 특화된 콘셉트와 음악 스타일을 보여줘 왔다. 새 앨범에서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성향이 줄고 록, 디스코 등 밴드음악 중심의 편곡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로써 최근 나온 걸그룹 앨범 중 가장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실제 악기의 비중이 커지게 되면 자연스레 보컬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앨범에서 들려지는 카라 멤버들의 노래는 이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이뤘다. 각각의 곡 스타일에 따라 표정도 달라졌으며 특히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이것이 7년차 나름의 관록? 여담이지만 카라의 음반을 볼 때마다 구분이 쉽지 않은 앨범재킷이 항 아쉽다.
강백수 ‘서툰 말’
강백수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스무 살 중반 후배의 말을 듣고 음악을 찾아 들어봤다. 궁금했다. 무덤덤해 보이는 녀석이 왜 울었을까? 앨범을 들어보니 젊은이들의 가슴을 울릴만한 가사들이 있더라.(그러면서 이제 난 젊은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후배 녀석이 ‘아이해브어드림’을 듣고 울었는지 ‘벽’을 듣고 울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강백수는 가사를 이야기해야 하는 뮤지션이다. 시인으로도 활동 중이라고 한다. 그의 노래가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시적이거나 유려한 표현이라서가 아니라 또박또박 구어체로 우리네 사는 풍경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온갖 허세들이 난무하는 세상이기에 이런 솔직한 가사들이 더 가슴을 울리는 것이 아닐까? 여전히 우리는 소주와 감자탕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기에.
차퍼스 ‘Common Sense’
차퍼스(The Choppers)는 헤비메탈 밴드 크래쉬의 기타리스트로 잘 알려진 윤두병이 새로 결성한 밴드다. 윤두병이 차퍼스를 처음 구상한 것은 2007~2008년으로 나티에서 크래쉬로 막 이적하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가 만들어놓은 곡들 중 나티 앨범에 미처 수록하지 못한 곡들이 차퍼스의 음악으로 되살아났다. 본래는 야구선수 출신의 로커 이상훈과 옐로우 몬스터즈의 이용원이 차퍼스의 멤버로 함께 할 뻔 했다고 한다. 윤두병이 프론트맨으로서 기타와 보컬을 맞고 있다. 윤두병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무시무시한 면도날 메탈기타가 폭풍처럼 쏟아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헤비한 리프의 연주가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이외에도 서던록 풍의 노래와 어쿠스틱 발라드 곡도 수록돼 있다. 메탈을 고집하기보다는 윤두병의 개인적인 취향이 발현된 앨범이 아닌가 한다. 마치 잭 와일드의 ‘프라이드 앤 글로리’처럼 말이다.
존 메이어 ‘Paradise Valley’
이 시대의 록(?)스타 존 메이어(John Mayer)는 점점 과거로 회귀 중이다. 잘생긴 외모와 출중한 기타 실력, 송라이팅으로 커다란 인기를 누린 그는 전작인 5집 ‘Born And Raised’에서 데이빗 크로스비, 그라함 내쉬와 같은 거장들까지 함께 하며 포크, 루츠록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6집인 이번 앨범 ‘Paradise Valley’에서는 페달 스틸 기타까지 동원해 예스러운 컨트리까지 들려준다. 하긴 그는 본래 서정적인 보컬 멜로디를 들려주는 동시에 구수한 블루스 기타를 구사한 독특한 존재였다. (미국의 루츠음악을 동시대의 입맛에 맞게 구사한 것은 노라 존스와도 닮아있다) ‘Your Body Wonderland’, ‘Daughter’와 같은 곡들이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했지만, 존 메이어 트리오로는 ‘Everyday I Have Blues’와 같은 블루스의 고전을 마치 스티비 레이 본처럼 노래하고 연주했다. 그러니 지금의 서른 중반의 존 메이어가 미국의 루츠음악을 구사하는 것이 하등 수상할 것이 없다. 오히려 멋스러워 보인다. 기존 여성 팬들은 조금 낯설어하겠지만.
어벤지드 세븐폴드 ‘Hali to The King’
1999년 결성된 어벤지드 세븐폴드(Avenged Sevenfold)는 최근 헤비메탈 계에서 판테라의 뒤를 잇는 최고의 슈퍼스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앨범 ‘Hali to The King’도 미국에서 발매 첫 주에 159,400여장이 판매되며 올해 록 앨범 중 가장 많은 첫 주 세일즈를 기록하며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9년에 드러머 ‘더 레브’가 사망해 위기를 맞았지만 드림시어터의 마이크 포트노이가 세션으로 참여한 ‘Nightmare’에서 건재함을 보여줬다. 새 앨범으로는 메탈리카의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벤지드 세븐폴드와 같은 정통 메탈 밴드가 정상의 인기를 구가할 만큼 미국 시장에는 메탈 팬들이 살아있다. 얼마 전 수만 명이 몰린 메탈리카 내한공연을 보니 한국에도 여전히 메탈 팬들은 살아있더라. 이제는 어벤지드 세븐폴드와 같은 후발주자들의 음악을 받아들일 때다.
Various Artists ‘Emerald Summer City’
아비치, 제드 세바스찬 인그로소, 다다 라이프 등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 계의 스타들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이들 중 상당수가 국내에 내한한 바 있다. 그만큼 국내에서 일렉트로니카가 대세이고, DJ들이 팬덤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DJ 성격상 정규앨범에 방점을 찍고 활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일앨범이 잘 팔린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Emerald Summer City’는 검증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두 장의 CD로 들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DJ들이 리믹스한 발표한 이매진 드래곤스의 ‘Radioactive’, 엘리 골딩의 ‘Anything Could Happen’, 라나 델 레이의 ‘Born To Die’ 등도 들어볼 수 있다. 음반이 기존의 정사각형 케이스의 포맷이 아닌 여름 패션에 맞게 투명 클러치 백에 담겨 있어 멋스럽다. 클럽에 가져가 그녀들에게 건네면 작업 성공률이 높아질지도!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사진제공. 미러볼뮤직, 트리퍼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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