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대학교’ 코리 라이 프로듀서(왼쪽), 댄 스캔론 감독
1986년, 스티브 잡스가 루카스 필름의 그래픽 사업부를 인수했다. 그것이 픽사의 시작이다. 처음엔 주로 그래픽 디자인용 컴퓨터를 판매하는 하드웨어 판매사로 시작했다. 재정 위기에 처한 픽사는 디즈니와 손을 잡고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첫 작품이 95년작 ‘토이 스토리’다. 애니메이션 데뷔작 ‘토이 스토리’로 무려 3억 6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픽사는, 이후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2’ ‘니모를 찾아서’ 등을 히트시키며 단번에 세계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회사로 발돋움했다. 그렇게 18년간 픽사는 14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왔다. 9월 12일 개봉을 앞둔 열 네 번째 픽사의 열 네 번째 신작 ‘몬스터 대학교’가 9월 12일 개봉한다. ‘몬스터 대학교’의 댄 스캔론 감독과 코리 라이 프로듀서는 4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둘은 시종일관 유쾌했다. 댄 스캔론 감독은 “한국에 올 때 엄청난 기대를 했는데 공항에서 바로 기자회견장으로 와서 서울구경을 못하고 있다. 내 와이프는 지금 밖에서 서울을 즐기며 신나게 쇼핑하고 있을 텐데….”라는 재치있는 말로 내한 소감을 전했다. 코리 라이 프로듀서와 함께 포즈를 요구하는 취재진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며 영화 속 몬스터들의 ‘겁주기’를 재연하기도 했다. 이들은 직접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몬스터 대학교’ 제작과정을 소개했다. ‘몬스터 대학교’ 스태프들은 영화 속 캠퍼스 분위기를 현실감 있게 전하기 위해, 픽사 근처에 있는 대학교에 직접 가서 대학 건물과 학생들을 관찰했다. ‘몬스터 대학교’에는 운동선수부터 공부벌레까지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몬스터 학생들이 등장한다. 디자이너들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드로잉보드에 매달렸고, 결국 300개의 배경 몬스터 종류를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토리팀은 22만 7천여개의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는데, 이는 픽사 역사상 가장 많은 스토리보드 숫자라고 한다. 이만한 노력이 있었기에 ‘몬스터 대학교’가 만들어질 수 있었고, 또 픽사가 지금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5년간 몬스터에 매달린 댄 스캔론 감독은 “한 번씩 본인이 몬스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여러 개의 손을 가진 몬스터라면 일을 한꺼번에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일에 대한 감독의 열정이 드러나는 말이다.
‘몬스터 대학교’ 댄 스캔론 감독(왼쪽), 코리 라이 프로듀서
‘몬스터 대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2001년작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 작품이라는 것. 댄 스캔론 감독은 “‘몬스터 주식회사’의 속편을 연출한다는 사실만으로 흥분됐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았다. 이전 작품을 반복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이 되길 바랬다”며 프리퀄 연출을 시작할 당시의 소감을 말했다. 그가 속편을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새로움이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울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했고, 예상 가능한 스토리가 될까봐 경계했다. 돈, 아트, 테리&테리, 스퀴시 등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몬스터 대학교’가 파고드는 건 마이크와 설리 두 친구의 우정의 역사다. 댄 스캔론 감독은 “꼭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18세에서 22세 사이는 인생에서 아주 특별한 기간”이라며 “내가 누구인지, 나의 존재를 찾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는 시점을 대학생 시절로 정했다”고 말했다.코리 라이 프로듀서는 픽사 원년부터 일해온 터줏대감인 만큼, 애니메이션 제작사로서 픽사의 철학도 밝혔다. 사실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점점 더 낮은 연령대의 관객을 타깃으로 삼으면서 애니메이션은 불황을 겪고 있다. 하지만 코리 라이 프로듀서는 애니메이션 외적인 문제보다는 애니메이션 자체의 스토리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제작 초기부터 전 연령을 대상으로 만들어진다. 첫 관객은 무조건 픽사 직원이고, 직원들 스스로가 감동할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경쟁사나 산업 트렌드를 신경쓰기보다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감동적이고 매력 있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제공. 소니 픽쳐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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