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 K팝스타>는 Mnet <슈퍼스타K >를 시작으로 쏟아진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7일 종영된 < K팝스타2>는 이전의 비슷한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되는 색깔을 갖게 됐다. 악동뮤지션의 자작곡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줍은 10대 남매의 자작곡은 발표할 때마다 화제가 됐고, 그들의 자작곡을 듣기 위해 < K팝스타>를 시청하는 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 K팝스타2>라는 배보다 더 커진 배꼽, 악동뮤지션의 자작곡들을 살펴보자.
‘다리꼬지마’, 주먹 불끈 쥐고 책상을 내리치지 않아도 모두를 주목시키는
악동이 첫 곡으로 선택한 건 자작곡이 아니라 미스에이의 ‘Breathe’였다. 그런데 심사위원이자 이 노래의 작곡자인 박진영이 도중에 노래를 끊는다. 그들의 자작곡인 ‘다리꼬지마’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래 제목을 듣고 꼰 다리를 푼 심사위원들 앞에서 다리를 꼰 악동처럼, ‘다리꼬지마’는 청자의 예상을 번번이 비껴갔다. 악동은 시크하고 도도해 보이는 겉모습에 감춰진 혈액순환과 성장판을 꼬집었고, 심사위원을 포함한 오디션장의 스탭들은 ‘빵 터졌다’. 수줍게 웃기만 하던 이수가 심사위원들을 향해 ‘다리꼬지마, 다!’라고 외친 순간, 심사위원들은 물론 TV를 보던 시청자들도 악동에 마음을 뺏겼다.
10. 가사에 숨겨진 영어 단어 ‘thick or thin’을 찾으시오. 영어 듣기 평가 지수 4점
‘매력있어’, 그래 너희 매력있어
‘다리꼬지마’ 동영상이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예정에 없던 음원까지 현장음을 추출해 급하게 발표됐다. 다음 자작곡에 대한 기대는 자연스레 높아졌고, 악동은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했다. 하지만 랭킹오디션에서 악동이 부른 ‘매력있어’에 부담감은 없었고 톡톡 튀는 가사는 여전했다. ‘대댓대댓대기업 회장 비서’는 매력있는 직업군으로 소개됐고,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사후 507년만에 ‘볼매’(볼수록 매력)를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이 됐다. 게임 삼국지 속에서나 수치화되던 매력지수는 전공과목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크지 않은 눈 오똑하지 않은 코’에서는 본인들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살짝 엿보인다.
10. 난 부드러운 튀김옷에다가 달콤한 간장치킨이 좋은데… 치킨의 다양성 침해 지수 8점
‘라면인건가’, 2013년의 힐링송
2011년<무한도전>에서 발표된 ‘말하는 대로’는 방황하는 청년들을 위로했다. ‘내일 뭐하지?’라는 고민을 ‘오늘 뭐먹지?’로 바꾼 노래가 악동의 ‘라면인건가’다. 아침은 당연히 거르고 12시나 돼서야 일어나는 20대는 밤늦게까지 양치질도 안하고 TV를 보다가 TV가 꺼지는 순간 화면에 비치는 ‘띵띵 불은 내 모습’을 바라본다. 악동은 학교도 다니지 않고 취업 압박을 받지도 않았지만, 흔들리는 ‘형누나언니오빠’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천재성 있는 꼬마들’로만 보이던 악동에게서 따뜻함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여담이지만, ‘라면인건가’가 발표된 2월 17일은 윤후의 ‘짜파구리 먹방’이 화제가 된 날로, 윤후와 악동의 ‘라면 더비’가 열린 날이다.
10. “날마다 찬장을 열어보면” 다음 가사 열 음절을 쓰시오. 한국어 듣기 평가 지수 6점
‘크레셴도’, 모두가 알아보고 알아듣다
‘매력있어’ 이후 악동은 심사위원들에게서 칭찬보다는 조언을 많이 듣게 된다. 시청자들은 여전히 악동을 좋아했지만 기대치가 높아진 심사위원들은 보다 엄격하게 악동의 무대를 평가한다. 두 차례 생방송 무대에서 상대 참가자를 이기지 못한 악동은 ‘크레셴도’라는 승부수를 던진다. 스스로 ‘가장 아이돌스러운 곡’이라고 했듯 ‘크레셴도’는 가장 대중 친화적인 멜로디로 만들어졌음에도 “라시도레미파 올라가는 멜로디”처럼 독특한 재미를 갖췄다. ‘크레셴도’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고, 가사처럼 모두가 그들의 진가를 알아보게 된다. 찬혁의 사춘기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노래지만, 요즘 자기 얘기를 마음놓고 털어놓지 못하는 이들이 어디 사춘기의 아이들뿐인가. ‘크레셴도’는 그렇게 나이에 상관없이 고개숙인 사람들을 위로했다.
10. 라시도레미파! 올라가는 멜로디! 절대음감 지수 5점
‘외국인의 고백’, 당신들은 Good이에요
제목에 ‘고백’이 들어간 노래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외국인’이 들어간 노래는 거의 없다. 그래서 ‘외국인의 고백’이라는 제목이 공개되자 시청자들은 그 내용을 더욱 궁금해했다. 돌아가신 앙드레김 선생님을 연상시키는 가사는 달콤한 멜로디·악동의 부드러운 발음과 잘 어울렸고, 토익과 입시영어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가사에 나열된 다량의 고급스런 단어들을 보며 단어공부의지를 다시 한 번 불태웠다. 감정을 잡는다는 핑계로 이상형 수지를 만나 사심을 채운 찬혁은 콧수염을 붙이고 ‘I love you’를 연발했다. 양현석의 말처럼 ‘어둡고 우울해 보이고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할 것 같던’ 찬혁이 어메이징한 남자가 되는 순간이다.
10. 하모요 판타스틱하고 그레이트하지예~ 로버트 할리의 고백 지수 3점
< K팝스타2>의 최종 라운드에서는 악동의 자작곡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기존 곡을 편곡한 무대만으로도 시청자와 심사위원을 충분히 만족시켰고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핸슨의 ‘MmmBop’에 삽입된 “음 바빠도 TV 다 봤어 또 봐봐도 소름이 돋아”라는 랩에서는 어디서 어떤 노래를 불러도 그 속에 자신들만의 개성을 녹여내는 악동의 내공이 느껴진다. < K팝스타2>가 끝난 뒤, 악동뮤지션이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 색깔을 잃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만큼 그들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아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악동뮤지션은 그렇게 만만한 아이들이 아니다. 악동은 K팝스타가 진행되는 내내 자작곡 외에도 7곡의 기존 노래를 편곡해 발표했다. 눈에 띄는 건 주요 기획사 3사의 노래를 모두 편곡해 불렀다는 점이다. (Breathe-JYP, One of a kind-YG, 링딩동-SM) 악동은 대중을 고려하면서도 충분히 자기색깔을 표현해왔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이 어딜 가든 그들의 선택을 믿고 응원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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