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한류가 대세지만 1998년 ‘제1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교류는 막혀있었다. 일본의 전설적인 록밴드 안전지대는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 1980년대부터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다. 엑스재팬이 강렬한 ‘제이 록(J- Rock)’ 사운드로 엄청난 팬클럽을 거느렸다면, 안전지대는 팝과 록이 결합한 깔끔한 음악으로 인기를 끌었고, 특히 국내 작곡가들에게 지지를 얻었다. 그래서일까? 1990년대에 가요계에 ‘안전지대 스타일’이라 할 만한 록발라드들이 대거 등장해 유행을 이루기도 했다. 또한 안전지대의 노래를 번안한 노래들이 큰 인기를 누렸다.
내달 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안전지대의 리더 다마키 고지가 13일 방한해 대학로 근처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안전지대가 내한공연을 갖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다마키 고지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일본인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고(故) 이수현에게 노래를 만들어 헌정했으며 작년에는 내한해 이수현의 부모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2010년 첫 내한공연 때에는 친분이 깊던 고(故) 박용하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고지는 “그 모든 것들이 한국과의 인연”이라며 “서울을 좋아한다. 지금의 아내와는 결혼 전부터 서울에서 데이트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수영의 ‘끝’, 테이의 ‘사랑에 미치다’, MC The Max의 ‘사랑의 시(詩)’, 포지션의 ‘재회’, CAN의 ’내일 또 생각이 나겠지’ 그리고 아이유의 ‘프렌드’까지 국내 정상의 가수들이 안전지대의 명곡들을 리메이크해 인기를 끌었다. 이에 대해 고지는 “나의 음악이 한국에서 사랑받는 것은 굉장히 기쁜 일”이라며 “양국 사이에 역사적인 갈등이 있지만 음악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고 믿는다. 한국가수들과 함께 작업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82년 첫 싱글 ‘맹황색의 스냅(??色のスナップ)’으로 데뷔한 안전지대는 지난 30여년간 일본에서 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04년에는 잠정적으로 해체했다가 2010년에 재결성하고 한국을 찾았다. 다마키 고지는 “14세부터 안전지대로 활동했다”며 “첫 레코드를 낸 지는 30년이 지났지만 밴드 결성은 이미 40년이 넘었다. 40년을 같이 한 멤버들은 모두 오래도니 친구들이라 여가시간에 야구, 축구를 같이 할 정도로 친하다”고 말했다.
안전지대는 ‘사랑의 예감(戀の予感)’, ‘슬픔이여 안녕(悲しみにさよなら)’ 등 서정적인 곡들이 특히 사랑받았다. 앨범에서는 일본 특유의 칼같이 정확하고 깔끔한 세션이 반영된 록, 팝 사운드를 선보였다. 고지는 “서정적이고 무드 있는 곡들이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도 초기 아마추어 시절에는 강한 록을 했었다”며 “재결성 후에는 예전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시 음악을 시작하는 것 같아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음악이 교류하는 분위기에 대해 고지는 “1980~90년대부터 이런 날이 빨리 오길 기다렸다”며 “어서 여러 정치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노래로서 평화를 말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지는 조용필의 노래를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조용필을 만난 적은 없지만 그가 안전지대의 ‘와인레드’를 노래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순간 ‘와인레드’를 조용필의 노래로 착각할 정도로 좋았다”고 말했다.
고지는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레드 제플린, 퀸, 이글스, 마이클 잭슨, 비틀스를 꼽았다. 그는 “아내에게 이들의 노래를 다 들으면 음악을 아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며 중요한 “넘어설 수 없는 영역에 있는 뮤지션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지는 음악에 대한 영감의 원천으로 기자회견에 동석한 배우 출신의 아내 아오타 노리코를 가리켰다.
6월 말에는 한국 뮤지션들이 안전지대에게 헌정하는 트리뷰트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공연기획사 서던스타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이 앨범에는 피아, 김바다, 황보령, 시베리안 허스키 대금연주자 이주항 등이 참여한다. 고지는 “굉장히 기쁜 일이다. 한국 뮤지션들이 안전지대의 노래를 어떻게 해석할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서던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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