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화면 스틸" /><히든싱어> 방송화면 스틸

원조 가수와 모창 가수가 한 무대에 서서 대결을 펼친다. 벌써 13개의 무대가 펼쳐졌고, 6월 1일 오후에는 국민가수 김건모도 이 떨리는 무대에서 모창가수들과 만났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효자 프로그램 <히든싱어>는 지난 해 12월 특집방송으로 편성됐던 ‘박정현 편’과 ‘김경호 편’을 시작으로, 성시경, 조관우, 이수영, 김종서, 바비킴, 장윤정, 박상민, 백지영, 김종국, 이문세, 윤민수, 그리고 김건모까지 총 14개의 무대를 준비해 선보였다.

모창을 메인 소재로 원조 가수와 모창가수 5인의 대결을 서바이벌 포맷 속에 녹인 <히든싱어>는 올 가을 시즌2로 재정비해 돌아오게 된다. <히든싱어> 시즌1의 성과는 무엇보다 방송에서 흔히 개그의 한 소재로 희화화 되어 그려졌던 모창이 결국은 그 가수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라는 사실을 조명했다는 점이다.

모창가수와의 대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가수들 역시 회차가 거듭될수록 <히든싱어>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됐다. 조승욱 PD는 “처음 박정현을 섭외할 때에 비해 근래에는 가수들에 접근하기가 수월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단순히 시청률 면에서의 성과를 떠나, 초반에는 아무래도 가수들이 모창자와 한 무대에 선다는 것에 부담스러워했고 모창 자체도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는데,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모창에 또 다른 면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수들 역시도 긍정적으로 보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방송에 출연한 가수들 역시 모창자와의 대결을 이제는 부담보다는 여유로 즐기게 됐다. 이문세는 MBC <나는 가수다>에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히든싱어>에 선뜻 출연한 이유에 대해 “재미있다. 어쩌면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며 “또 덕분에 내 노래를 처음부터 듣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되짚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윤민수 역시 “사실 내 노래를 모창 한다는 것이 곧 내 노래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 아니겠다”라며 “아름다운 조연이 돼 행복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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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라운드의 대결 속에 가수들의 히트곡을 원조가수와 모창자가 한 소절씩 부르는 프로그램의 포맷은 모든 시청자들의 신경을 그 곡에 집중하게끔 만드는 형태다. 단순히 흘러간 히트곡을 재조명하는 것을 넘어 그 가수의 음성과 음색, 호흡 전체를 돌이키는 과정은 가수 당사자와 가수의 추억을 공유한 팬들에게는 감동, 그 자체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히든싱어>의 발목을 잡고 있기도 하다. 결국은 원조가수에게만 집중될 수밖에 없는 포맷이 모창자들을 들러리로 머물게 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단순히 얼마나 똑같이 부르느냐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 모창 안에 녹아있는 스토리에 주목하겠다고 했지만, 시즌1에서는 대다수 모창가수들의 스토리는 얕게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다. 시즌2에서는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머무는 시간에 힘을 더 실어야 할 것이다. 안그래도 찾아내기 힘든 모창가수들에게서 눈물 섞인 사연까지 뽑아냐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추어 모창가수들이 원조가수와 한 무대에 서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땀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은 탄생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히든싱어> 시즌 1의 끝을 장식하는 모창가수들의 왕중왕전은 시즌2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2에서는 나훈아를 극복해낸 너훈아의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히든싱어>가 가수 헌정방송을 넘어 국민가수의 그림자를 양지로 이끌어내길 바래본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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