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케이블 드라마 ‘몬스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나인’,'푸른거탑’
성공한 케이블 드라마 ‘몬스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나인’,'푸른거탑’
성공한 케이블 드라마 ‘몬스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나인’,'푸른거탑’

지상파가 여전히 출생의 비밀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케이블 채널과 종편은 브라운관에서 쉽사리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물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샌가 ‘케이블=자극적’이라는 공식은 깨진지 오래다. CJ E&M 계열의 tvN은 타임슬립 소재의 판타지 드라마 ‘나인’(5월 종영)으로 대대적인 호평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현재 방영 중인 Mnet 뮤직 드라마 ‘몬스타’가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군대를 소재로 한 tvN ‘푸른거탑’도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했다. ‘뱀파이어 검사’나 ‘특수사건 전담반 TEN’ 등의 수사물로 안정정적인 시즌제를 구축한 것도 케이블채널 OCN이며, 지난 해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도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채널 tvN에서 탄생됐다. 종편 채널 중 고지를 선점한 JTBC 역시도 메디컬 드라마 ‘신드롬’, ‘세계의 끝’과 누아르 ‘무정도시’ 등 장르물에 쉼 없이 도전 중이다. KBS2 ‘지성이면 감천’, ‘최고다 이순신’, MBC ‘백년의 유산’,‘금나와라 뚝딱’,‘오로라 공주’, SBS ‘원더풀마마’ 등, 여전히 출생의 비밀을 우려먹기 바쁜 지상파 3사와는 비교되는 행보다. 이런 현상은 흥미롭게도 케이블과 종편 채널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됐다. 지상파와는 다른 것으로 승부해야만 하는 후발주자들의 현실이 신선한 시도를 이끌어냈다.송원섭 JTBC 홍보팀장은 “종편보다 더 강력한 섭외력과 영향력을 구축한 지상파와 같은 것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 새로운 시도로 전략을 꾀한 결과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20~30대 젊은 시청층을 타깃으로 하는 케이블 채널로서는 새로운 시도에 보다 유연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영균 CJ E&M 홍보팀장은 “지상파는 50대 이상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춰야 하지만 케이블 채널은 타깃 시청률인 20~30대 시청률로 내부적으로 성공여부를 평가한다. 젊은 시청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기존에 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지상파 드라마 ‘오로라공주’(위에서 아래로),’최고다이순신’,'원더풀마마’
지상파 드라마 ‘오로라공주’(위에서 아래로),’최고다이순신’,'원더풀마마’
지상파 드라마 ‘오로라공주’(위에서 아래로),’최고다이순신’,'원더풀마마’

반면 채널이 다양해진 현 시장에서 지상파는 젊은 시청자보다 이탈율이 낮은 중장년층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더 힘을 쓰는 분위기다. 중장년층에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질 위험도가 높은 프로그램보다 이들의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번복하는 것은 결국 이 때문이다.

시청률을 지나치게 의식한 행보는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게 만든다. 케이블이 시도한 장르물들이 ‘케드(케이블 드라마) 열풍’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프로그램의 신선도와 함께 완성도가 담보됐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지상파의 경우,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소재면에서도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시청자 피드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환경 탓에 ‘쪽대본’으로 대변되는 생방송 스케줄에 허덕이며 촬영하다보니 완성도도 낮다. 반면 반(半) 사전제작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안착된 케이블채널들은 제작진의 기획의도에 충실하면서도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 CJ E&M, MBC, KBS,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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