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신촌아트레온 개관식에 참석한 영화진흥위원회 김의석 위원장, CJ CGV 서정대표, 영화단체연대회의 이춘연 대표, 영화배우 안성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원동연 부회장(왼쪽부터),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CJ CGV가 한국 영화계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극장 수익을 일부 포기하고, 그 만큼의 수익을 영화계로 돌려준다는 취지다. 국내 영화계 ‘동반성장’의 첫 걸음이다.

20일 오전 CGV는 1998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강변으로 첫 발을 내딛은지 15년 만에 100호점 CGV신촌아트레온을 개관했다. 동시에 영화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한국영화 극장부율을 기존 50대 50(배급사:극장)에서 55대 45로 조정, 100호점 개관의 의미를 더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서울 지역 CGV에서 상영되는 한국 영화의 경우 수익이 50%에서 55%로 늘어난다.

CGV 서정 대표는 “지난해부터 자율적으로 논의됐던 동반성장과 상생에 대한 실천이자 한국 영화의 생태계 개선을 위해 앞장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영화계에 더 나은 제작 유통 환경이 조성되고 한국 영화 사업의 발전과 성장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더했다.

기존 극장에서 상영되는 한국 영화는 배급사와 극장이 50대 50으로 수익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외국 영화의 경우에는 서울은 60대40, 지방은 50대50으로 수익을 분배해 왔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한국 영화와 외화 간 형평성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해 왔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2011년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구분 없이 55대 45로 할 것을 권고하는 표준상영계약서를 발표한 바 있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는 다소 지지부진했다.

CGV가 100호점 개관과 함께 부율 조정을 하면서 일단 영화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이춘연 대표는 “무엇보다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문제를 대화로 해결했으니 다음 문제들은 이보다는 조금 더 쉽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이어 “즐겁게 동행 해달라”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 영화계를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최진욱 영화산업노조위원장 역시 “이제 첫 걸음을 뗐다”며 “스태프 처우 개선 문제 등 산적한 문제도 차근차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정윤철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는 “부율 조정에 대해 기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작은 영화 등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며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다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영화계가 됐으면 좋말 좋지 아니한가”라고 자신의 영화를 빗대 당부했다.

영화계는 벌써부터 다음 문제를 논의하자고 입을 모으지만 사실 부율 문제 역시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번 CGV의 부율 조정은 분명 박수 받을 일이다. 하지만 전국 CGV 극장에 해당되는 게 아닌 서울 소재 CGV 24곳 중 직영으로 운영하는 19개 극장만 해당된다. 물론 사업자 간 이해 관계 등이 얽혀 있지만 지방 CGV 직영점이 전부 제외됐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전국 100개 CGV 중 직영은 서울 포함 63개다.

서정 대표는 “극장 사업체의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라며 “작년부터 집중 논의했지만 결론이 안났다. 다만 어려운 부분이지만 선도기업으로서 CGV가 먼저 의사 결정을 하면 결국 시장이 따라와 주지 않겠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부율 조정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글로벌 플랫폼을 얼마나 더 확대하고, 넓히는지가 궁극적으로 한국 영화의 근간을 더욱 튼튼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국내의 좋은 콘텐츠를 해외의 여러 플랫폼을 통해 더 활발하게 상영하는 게 한국 영화 발전의 초석이 될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롯데시네마 등 다른 멀티플렉스 체인은 아직까지 변화의 조짐은 없는 상황이다. CGV의 이번 결단이 영화계에 어떤 파고를 일으킬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듯 싶다.

글. 황성운 jabongdo@nocutnews.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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