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간 숱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던 그이지만 작품에서나, 실생활에서나 ‘사랑’은 가장 큰 숙제처럼 느껴진다. 한 남자의 ‘지독한 사랑’을 큰 물줄기로 시청자들과 만나 온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극본 김인영,연출 김상호)는 막을 내렸지만 작품이 남긴 여운은 아직도 그를 감싸고 있는 듯했다. “그동안 해 온 연기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그는 이번 작품으로 한층 깊어진 연기톤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아직 갈증은 남아 있다. 잘생긴 외모에 비해 좀더 무게감 있는 연기력이 아쉽다는 평가를 극복하고 거친 남자같은 다양한 캐릭터로의 열림을 추구하고 싶다는 게 솔직한 그의 심경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그에게서는 그렇게 스스로를 담금질 해 내려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Q. 마지막 장면이 미도와의 재회로 끝났는데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송승헌 : 개인적인 바람은 누구와도 이뤄지지 않았으면 했다. 어떤 이유로든 한태상이 죽거나 떠나면 느낌이 어떨까란 상상도 했었다.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봤는데 지금 결말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해피엔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여운이 남는 게 좋다.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그렇게 끝나면 금방 잊혀지는 것 같다. 결국 이뤄지지 않고 안타까움이 있어야 아쉬움이 남는 느낌이 오래 가지 않나. 시청자들에게 판단의 여지를 주면서도 적당한 선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긴 결말인 것 같다.

Q. 태상이 미도에게 복수하는 내용으로 결말지어지지 않을까라는 예측도 꽤 많았다.
송승헌 : 10회를 넘어가면서 미도에 대한 상처로 인해 태상이 그녀를 죽여야 하는 걸까란 고민을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가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런 식으로 복수를 하기도, 안 하기도 힘든 상황이 와버렸다. 사실 영화라면 죽음으로 끝날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넘지 못할 선은 지켜야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던 것 같다.



Q. 연이어 출연한 MBC <닥터 진>과 <남자가 사랑할 때>가 모두 연기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송승헌 :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대해 감정이입도 같이 해 주고 호응을 많이 보내줬던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번엔 특히 많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다. 연기적으로 재미와 의욕도 많이 느꼈고. 특히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대사나 상황을 스스로 상상해보면서 많이 움직이려고 했었다. 여러 아이디어들을 내면서, 조그만 노력으로 인해 좀 달리 비쳐졌던 면이 많았던 것 같다.

Q. 좋아하는 상대를 끝까지 해바라기 하는 한태상의 캐릭터에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컸던 것 같다.
송승헌 : 미도가 자신에게 헌신적인 남자와 꿈을 지지해주는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양쪽 다 설득력있어야 하는데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초반에 한태상에게 많이 감정이입이 되다 보니 미도가 욕을 먹은 것 같다. 예상을 못했던 반응이라 조금 힘들었다는 얘기를 감독님과 작가님한테도 들었다. 나는 내 캐릭터에 대해 어떤 작품보다 의욕적으로 힘이 났던 반면, 세경이는 안 좋은 얘기도 많이 들어서 힘들었을 것 같다. 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늘 웃으면서 얘기하는 걸 보면서 후배지만 고맙고 대견스럽더라.

Q. 옆에서 (신세경을) 좀 도와주거나 다독여줬나.
송승헌 : 신세경과는 처음 연기했는데 굉장히 어린 데도 어리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면이 있다. 사실 내 입장에선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미도가 이해가 되는데 ‘어장관리녀’란 식으로 얘길 듣는 부분이 많이 안타까웠다. 내가 어떤 얘기를 해주기보다 그저 작품에 충실하게 연기하는 게 도와주는 거라 생각했다.

Q. 서미도가 이른바 ‘어장관리녀’라는 얘길 들었다면 한태상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모든 걸 다 퍼주는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송승헌 :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사랑은 참 어렵다는 거였다.(웃음) 내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몇번을 구애하고 진심을 얘기했지만 아니라고 거절한다면, 나는 한태상만큼 노력하진 않을 것 같다. ‘저렇게까지 몰라주는데…’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 정도였으니까.

Q. 멜로 장면에서는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 고민하는 남자 주인공의 귀여운 모습도 꽤 많이 선보였다.
송승헌 : 연기하면서 쑥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실제 나도 누군가를 좋아할 때 한태상처럼 여성의 심리 등을 찾아보곤 했었다. 지금도 난 여자분들의 심리는 잘 모르겠다.(웃음) 연애했을 때도 “왜 그렇게 여자의 마음을 모르냐”는 얘길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여자들은 말을 안해도 알아주길 바라지 않나. 그걸 꼭 말해야 아냐고 하는데, 나는 정말 모르겠더라.(웃음) 사람들은 내가 여자에 대해 잘 알고 연애도 능수능란한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B형 남자가 지닌 모든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Q. 사랑과 결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 준 작품인가보다.
송승헌 : 한태상은 결혼이 사랑의 행복한 결말이라고 여기는 인물인데, 그에 비해 나는 굉장히 현실적인 것 같다. 결혼은 또다른 시작인 것 같고, 나는 아직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는 준비도 안 돼 있고 자신도 없는 것 같다.

Q. 한태상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송승헌 : 지금까지 해 온 어떤 캐릭터보다도 강단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갈등하는 상황에 될 때 연기하면서도 너무 싫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그런 건 없었다. 미도에게 올인하고 굉장히 노력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은 미도의 행동이 미워보이고 백성주에게 가는 게 낫지 않냐란 얘길 할 것 같은데 나 스스로도 사실 그런 성격은 못 된다.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가는 사람을 좋아하지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만났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한태상처럼 구애를 하고 상처도 받아보면서 내가 항상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Q. 멜로 연기톤이 한층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송승헌 : 그동안은 작품 속 캐릭터보다 연기자 송승헌이 더 많이 보인다는 얘길 종종 들어왔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기존에 보여왔던 눈빛이나 행동, 대사 톤 등을 버리려고 노력했다. 감독님도 “이상하게 보여도 괜찮으니 네가 해 왔던 눈빛이나 연기톤을 좀 바꿔보자”고 적극적으로 제안하셨고, 그래서 연기적인 부분에 변화가 온 것 같다.



Q. ‘멜로의 제왕’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면 거친 남자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송승헌 : 군 제대 후 영화 <숙명> <무적자>,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 같은 소위 거칠고 어두운 남자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했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부드럽고 자상한 캐릭터는 사실 내가 아닌데’하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연기자로서 좀 변화를 주고 싶단 생각이 컸다. 나는 사실 부드러운 꽃미남 이미지에 반감이 있다.

Q. 잘생긴 외모가 연기하는 데 걸림돌이 된 것 같나.
송승헌 : 이번 작품에 대해 감독님이 농담 삼아 ‘조폭같은 캐릭터를 캐스팅했어야 했는데’라고 하셨다.(웃음) 외모에 대해선 사실 감사하다. 외모로 인해 초반에 사랑받은 것도 사실이고, 이후 연기적인 부분을 보여줘야 하는데 계속 비주얼적인 부분만 보이니까 ‘외모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다. 그걸 이겨내고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한 분들도 많지 않나. 그만큼 자신이 노력하고 시도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나도 캐릭터적인 면에서 확 놔버리고 ‘범죄자같은 역할도 해봐야지’하면서도 잘 못 놓는 부분이 있더라.

Q. 파격적인 도전에 대한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송승헌 :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살인마 역할 같은 악역을 해 보고 싶다. 또, ‘저런 남자와 정말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멋진 베드신이 있는 작품을 찍어보고 싶다. <해피엔드>나 <언 페이스풀> 같은 영화에서처럼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역할이 눈에 들어 온다. 혹은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 같은 역할도 욕심이 난다.

Q. 연기자로서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목표가 있나.
송승헌 : 스필버그가 ‘당신처럼 명감독이 되기 위한 감독의 조건이 뭡니까?’ 라는 질문에 ‘잘 먹고 체력 유지를 잘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하더라. 어떤 거창한 답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다양한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으니. 멋지게 나이들어 가는 배우의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스톰에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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